흔적을 남기지 않는 사랑
가장 외롭다고 느낄 때는 누군가를 격렬히 사랑할 때다
이십 대 초반 나는 줄곧 짝사랑을 했다. 항상 누군가를 흠모하는 것이 숙명인양 짝사랑의 한시기를 벗어나면 새로운 누군가에게 빠져들곤 했다. 그들에게 품던 나의 감정들이 좌절되거나 그들로 인한 시린 외로움을 느낄 때 그것은 무엇인가에 집요하도록 집중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가 되기도 했다. 지금은 다시 느끼려야 느낄 수 없는 풋내 가득한 어린 감성이었는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수록 가망성이 적어 보이는 것에는 목숨 걸지도 않으며 포기하기도 쉬워진다. 쉽게 사랑에 빠진다는 건 그만큼 순수하다는 것이다.
짝사랑은 쌍방향 사랑이 아니라는 사실에서 오는 외로움과 그럼에도 감정 소모를 막을 수 없다는 모순에 대한 혼란 때문에 더 강렬하고 비참하기도 하지만 주고받은 추억이 없기에 그 고통은 금세 가신다. 그에 비해 연애의 끝인 이별은 격렬한 고통의 시기를 지나고도 오래도록 잔잔한 흔적으로 남아있는다. 그토록 상호 간에 주고받았다는 사실은 단 며칠이라도 중요한 것이다.
2016. 2. 13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