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몽땅 더 스마트캣

고양이는 매우 똑똑한 것으로 내적 결론을 내렸습니다

by 김모고

피하수액을 시작한 지 세 달 정도 시간이 지났다. 피 땀 눈물의 시기가 지나고, 아직 전문가라고 하기엔 한참 멀었지만 나름 익숙하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집사들이 익숙해짐에 따라 몽땅이의 회피능력도 발달하기 시작했다. 인간만 성장할 거라고 생각하다니 말도 안 되게 인간중심적인 생각이었다.


우리는 주로 퇴근 후, 밤 습식을 주기 전인 열 시 전후에 피하수액을 하곤 했다. 이게 패턴화 되고 나니 몽땅이가 수액 시간대를 파악하고 말았다. 밤시간에 인간이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을 경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티비를 보던 집사들이 슬슬 일어나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강제연행을 하기 어려운 장소. 예를 들어 식탁 아래나 침대 아래, 도넛형 터널 등에 들어가 버렸다. 웅크린 채 저 사람들이 뭘 하는지 내내 염탐이라도 하는 듯 이리저리 눈을 굴려댔다.


누구는 고양이는 강아지보다 지능이 낮아 교육시킬 수 없다고 하고, 반대로 너무 똑똑해서 인간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아 지능을 가늠하기 어렵다고도 한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몽땅이와의 하루하루에서 나는 마음속으로 결론을 내렸다.


와 고양이 엄청 똑똑하다.


아무리 부르고 구슬려도 이제 몽땅이는 알아버린 것이다. 그렇게 온갖 방식으로 꼬드겨놓고는 막상 다가가면 낚아채서 등에 주삿바늘을 꽂을 것이란 걸!


이렇게나 여러 방식으로 회피를 시도했건만 매일 밤 시작되는 술래잡기는 대체로 인간들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우리는 끈질겼다. 몽땅이를 위한 거라고 생각했으니 더 끈질겨질 수밖에 없었다. 잠복과 매복 및 급습, 간식을 이용한 회유, 피하수액 시간을 무작위로 하기 등등.. 그리고 피지컬로는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몽땅이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냈던 모양이다.



인간의 심리적인 부분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피하수액의 세부 과정은 다음과 같다. 주삿바늘을 몸에 찌르기 전에 먼저 어깨에서 등 사이쯤에 있는 가죽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린다. 고양이들은 사람이랑 다르게 가죽만 잡아서 쭈욱 들어 올리는 게 가능하다. (처음엔 너무 신기하고 조금 무서웠다.) 그리고 가죽과 몸 사이쯤의 공간으로 바늘을 찔러 넣는다. 잘 찌르면 미동도 하지 않고 묵묵하게 수액이 들어가는 걸 기다려주지만, 잘못 찌르면 주삿바늘이 들어간 순간부터 끼잉 하는 소리를 내며 온몸으로 너 지금 바늘 잘못 찔렀어! 를 어필한다. 그러면 집사들은 허둥지둥하며 바늘을 빼기도 하는데, 이 부분에서 몽땅이가 무언가를 학습했던 것 같다.


바늘을 찌르자마자 움찔하는 것을 보면 인간들은 동요한다. 갑자기 몸을 훅 빼다니 정말 아팠나 보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그렇게 움직였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그리고 어느 날부턴가 그런 깜짝 놀라면서 움찔거리는 행동의 횟수가 늘어났다.


바늘이 몸에 닿기도 전에 말이다!


웃기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그동안 미안해하며 바로 품에서 놓아주고 간식으로 마음을 달래주던 날들이 머리를 스쳤다. 인간도 엄살을 부리는데, 몽땅이의 몸에 비해서 이 바늘은 또 얼마나 큰가. 하지만 이러한 행동이 사기(?) 였음이 밝혀져버렸으니 집사로서는 그저 무시하고 묵묵히 수액을 주입하는 일이 최선이었다.


몽땅이는 이렇게 저렇게 피하려 하고, 집사는 이렇게 저렇게 어떻게든 피하수액을 하고자 한다. 매일 밤 술래잡기 에피소드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이제는 화장실을 치우고 밥을 주는 것만큼이나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린 것 같다.





냉장고 위로 올라가면 잡을 수가 없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몽땅,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