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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Apr 15. 2016

I don`t pity them

영화 <다운폴>의 괴벨스가 남긴 차가운 카타르시스

 <다운폴>은 히틀러의 마지막 열흘간의 이야기를 기록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실제로 당시 히틀러의 비서였던 트라우들 융게의 증으로 만들어졌는데요. 주요 배역은 물론 분량이 적은 배역들까지도 모두 실존 인물을 연기했습니다. 특히 히틀러를 연기한 브루노 간츠는 그 특유의 말버릇은 물론 작은 손짓 하나까지도 그대로 재현해냈습니다. 이렇게 <다운폴>은 당시를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데 집중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지루하진 않습니다. 사실 자체가 워낙 영화 같기 때문입니다.


Der Untergang, 다운폴, The Downfall, 2004

감독 올리버 히르비겔 Oliver Hirschbiegel

출연 브루노 간츠 Bruno Ganz, 알렉산드리아 마리아 라라  Alexandra Maria Lara, 울리히 마트데스 Ulrich Matthes

"나는 그들을 동정하지 않아! 이건 그들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당신에겐 놀랄 만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멍청해지려 하지 마. 우리는 국민들에게 강요하지 않았어. 그들은 우리에게 위임했지. 그리고 그들은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거야."

      

영화 속 괴벨스는 폴크슈투름(베를린 방어를 위해 징집된 국민돌격대) 희생을 자제해 달라는 몬케 장군의 요청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이 대사를 보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입니다.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한때 온라인 상에서 이 명제가 유행처럼 번졌던 적이 있습니다. 쓰이는 맥락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야권 지지자들이 선거에서 패한 뒤 여지지자들을 조롱하는 의미에서 쓰였습니다.

쓰는 사람 입장에선 씁쓸하면서도 통쾌말입니다. 괴벨스의 대사도 똑같습니다. 우리는 절차에 따른 선거를 거쳤다! 잘못은 우리가 아니라 우리를 선택한 너희들이 했다! 이 논리를 가슴 깊이 새기고 있는 괴벨스는 죽는 순간까지도 당당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괴벨스의 대사를 우리의 현실에 빗대기 앞서 정말 이게 카타르시스를 느낄만한 말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괴벨스는 '선동'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을 정도로 탁월한 선동가였습니다. 그는 폴란드 침공에 앞서 폴란드인들이 독일 소수 민족들에게 잔혹 행위들을 한다고 거짓 보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나치의 이익을 위해선 이렇게 노골적인 거짓말도 서슴없이 했던 그입니다. 최신 선전 기술을 동원한 그의 수법에 국민들은 철저하게 속았습니다.

         

 국민은 결국 약자입니다. 반면 소위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본, 정보 그리고 때로는 언론까지도 쥐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 그들 앞에 국민, 대중들은 속고 무너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다수의 약자들은 이왕이면 잘 뭉치는 게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강자가 만들어놓은 시스템 아래 계속 선동당하고 말 것입니다. 그러니 생각이 다른 상대편을 조롱하기보단 속인 사람을 비난하는 게 먼저 아닐까요.

                

중요한 건 그다음입니다. 히틀러의 비서였던 웅에는 재판 당시 6만 명의 유태인이 학살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동시에 본인은 그 범죄에 직접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안심시켰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 말미, 인터뷰 장면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날, 제가 오래된 기념비를 지나고 있을 때였죠. *프란츠 요세프 거리에 있는 조피 슈올을 위한 거였어요.


전 그녀가 저와 같은 나이인 걸 보았고 제가 히틀러의 편에 섰던 년도에 그녀가 처형된 것을 알았어요.


그리고 저는 깨달았습니다.

젊음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진실을 찾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요."  


* 오스트리아 빈, 나치 점령 당시 게슈타포 본부가 있던 곳


국민은 변합니다. 나치를 선택했던 독일 국민들은 참혹한 결과에 놀라고 변했습니다.

자신들의 과거를 덮는 게 아니라 잘못선택이었음을 인정하고 반성했습니다.       

사실 나치를 지금의 권력집단에 비교하는 건 너무 극단적인 비교일지도 모릅니다. 선과 악으로 구분하기엔 너무 복잡하게 얽혀버린 요즘 정치와는 달리 히틀러나 괴벨스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악인입니다.

하지만 어느 시대에나 소수의 강자가 다수의 약자를 속이고 이용하는 일은 종종 있는 일입니다.

또다시 그들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당한 사람을 조롱하고 무시하기보단 화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먼저가 아닐까요.




★★★★

처음과 끝에 트라우들 융게의 인터뷰 장면이 삽입돼있긴 하지만 그 외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철저한 사실에 기초했을 뿐, 어디까지나 극영화죠그럼에도 그들이 펼치는 연기가 단순히 그랬을지도 모른다가 아닌 정말 그랬었다는 사실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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