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6 10월에 온 택배
큰 택배 상자를 열어보고는 짜증이 났다.
쌀 두병, 작은 무 하나, 단감 네 개, 사과 하나, 고춧가루 한 봉, 키위 네 개, 가지 두 개, 고구마 한 움큼.
엄마, 아빠가 보낸 것이다.
다 물러터져버린 키위와 혼자 먹기엔 너무 많은 샤인 머스캣, 교정 중이라서 씹기 힘든 단감까지. 퇴근 후 더 이상 아무것도 하기 싫었는데 이 밤에 당장 정리를 해야 했으니 골치가 아팠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택배 잘 받았어”
“그래? 엄마가 너 맛 좀 보라고 사과랑 키위랑 고구마랑 이것저것 조금씩 넣어서 보내봤어~”
여기서 나는 그냥 고마워, 잘 먹을게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어야 했는데 괜히 짜증을 부렸다. 결국 나는 엄마에게 “우리 딸 괜히 성가시게 해서 엄마가 미안해..”라는 말을 들었다. 엄마를 속상하게 만들고 싶은 건 결코 아니었다. 그냥 다음부터는 이렇게 많이 보내지 않았으면 싶은 마음에 한 말이었다. 부모님이 정성 들여 농사지은 작물들이 우리 집 냉장고에서 썩어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으니까. 내가 못 먹는 것보다 그게 더 속상하니까.
전화를 끊고 나니 눈물이 났다. 엄마가 딸에게 보낼 생각에 얼마나 소중하고 귀하게 하나하나 포장해서 보냈을지가 안 봐도 훤히 보여서 마음이 시큰했다. 그런 예쁘고 귀한 마음을 짓밟아버린 것 같아서 또 후회했다.
눈물 때문에 넘어가지도 않은 밥을 삼켜내고 비닐봉지에 꽁꽁 싸여있던 물러터진 키위를 다 꺼내 껍질을 벗겨내고 그릇에 담았다.
달고 맛있었다.
나는 다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키위가 너무 맛있다.”
엄마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 맛있지? 키위를 좀 더 많이 보내 줄 걸 그랬나?”
나도 따라 웃었다. 키위를 핑계 삼아 엄마에게 미안함을 표현하고 싶었던 딸의 마음을 재치 있게 받아 준 엄마에게 고마워서.
추신, 엄마, 아빠 늘 감사해요
*부모님의 마음이 담긴 택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