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엔딩의 서막

23주까지의 입원생활

by 모얼리

설날도 병원에서 보내느라, 엄마가 갈비를 해왔다. 한 명의 보호자만 들어올 수 있어서, 남편이 출근한 낮에는 엄마가 종종 들러주셨다. 막상 오셔도 조용한 병실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잠깐 졸다 가시곤 했다. 2인실에서 혼자가 되니 엄마랑 작게 소리 내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좋았다. 우리 엄마는 나보다 더 두부 같은 사람이라, 마음 한 구석이 새까맣게 타는 중인데도, 의연한 척을 했다.


오래간만에 친한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임신 소식만 알리고 말이 없던 내게 잘 지내냐고 했다. 병원에 입원했노라고, 잘 버티겠다고 대답했다. 며칠 후엔가 다시 연락이 와서 내가 꿈에 나왔다고 했다.


“언니야 몸 괜찮아? 언니 내 꿈에 나옴. 언니가 예쁜 눈 밭을 조용히 걷고 있었어. “


얼른 눈길에 대해 해몽을 검색하니, 긍정적인 전환, 새로운 시작 같은 예쁜 말들이 보였다. 꿈속에서 동생이 나를 불렀는데도, 나는 비장하고 결연하게 앞만 보며, 하얗고 예쁜 눈길을 걸어가고 있었다고 했다.


“이 꿈 내가 사야겠는데? “


그 꿈이 꼭 필요했다. 좋은 꿈의 기운을 받아서 아가가 무사히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중한 동생에게 귀한 꿈도 선물 받았으니, 버틸 수 있을 거라 믿었다.


23주가 지나 교수님이 방을 옮기자고 하셨다. 분만장에 위치한 고위험 산모센터는 장기간 입원하기에는 비용도 부담되고 관리가 너무 촘촘하니, 통로 건너 산부인과 병동으로 이사 가자고 하셨다. 분만장 간호사 선생님들이 힘내라고 인사해 주셨다.


새로 옮긴 산부인과 병동 간호사 선생님들은 창가의 좋은 자리를 내어 주셨다. 5인실 병동은 가득 찰 때도 있었고, 나만 있을 때도 있었다. 이전에 입원했던 병동보다 햇살이 밝고 조금 더 많이 넓어, 엄마가 좋아하셨다. 장기 입원에 필요한 물품들을 잔뜩 날랐다. 슬리퍼, 수건, 수면양말, 가습기, 텀블러, 옆잠베개. 병원의 딱딱한 매트리스 위로 옆자리 산모가 남겨준 매트를 얹었다. 만반의 준비를 했다. 건강히 아가를 낳고 집에 갈 거라며 다짐을 했다. 순식간에 입원한 지 26일이 지났다. 그리고 교수님이 말씀하신 첫 고비, 24주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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