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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여자

연애가 안 맞는 여자

by 모호


지금까지 내 연애가 순탄치 못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가장 열정적이었던 연애는 두 달 전에 끝났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사실 벌써 삐그덕 거리고 있다.



그들을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내가 전남친에게

"넌 단순한 거 같아, 별 생각이 없지?"라고 말했을 때

그렇다는 말과 함께 돌아온 말은

"그런데 내가 보기엔 어떤지 알아? 넌 너무 생각이 많아"

그냥 웃으면서 얘기하던 시간이었는데도 그 말을 부인할 순 없었다. 맞아 난 정말 생각이 많아



난 예민하다.


남자친구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의미를 두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행동 하나, 눈빛 하나에도 반응하고 속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는 안 좋은 방향으로 결론을 짓는 것 같다.

내가 치인트의 홍설을 싫어했던 이유도 내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그걸 지켜보는 게 피곤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드라마에서는 좋아했다.)



사실 전남친과의 연애를 끝내고 새롭게 썸을 타는 기간 동안엔 즐거웠는데

다시 연애를 시작하니 고통도 함께 시작되었다.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게 나도 싫은데 자동적으로 자꾸 하게 되고

덕분에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연애를 하면 할수록 지쳐만 간다.



예민의 끝이 연락하는 것과 남자친구의 말투, 시선 그 모든 것에 뻗친다.

예민한 것을 보여주기 싫어서 감추려고 하지만 그걸 숨기다 보니 더 스트레스다.

연애를 하면 이런 불안과 예민함때문에 살이 빠지기도 한다..


예민의극치2.jpg Illust by moho, <올가미>

그 원인은 뭘까

결국 너가 날 좋아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 때문인 것이다.

내게 정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연애가 가능할까?

스스로에 대한 자기애가 먼저 충만해지지 않는 이상은 어려울 것 같다.

아니면 진짜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 내게 사랑을 뿜어내는 사람을 만나거나..



지금 신경 써야 될 게 연애만 있는 것도 아닌데 난 왜 온 에너지와 정신이 그쪽으로 쏠리게 되는 건지..

다 그만두고 차라리 혼자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무래도 난 연애와는 맞지 않는다.

무덤덤하고 무딘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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