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지
지난 연애는 스킨쉽이 좋았던 연애였다.
첫 키스부터 좋았고 그 이상도 좋았다.
하지만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처음엔 잘 통하는 줄 알고 만났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나만 떠들고 그 사람은 그냥 들어줘서 난 그게 잘 통하는 줄 착각했던 것이었다.
대화가 탁구공처럼 오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계속 던지는 대화였던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단 둘이 있을 때 대화가 끊기는 시간이 많아지고,
내가 질문을 해도 이어 나가 지지 않았다.
왜라는 질문에 "그냥"이라고만 대답하는데 더 이상 무슨 진전이 있겠는가..
책과 영화 드라마 음악 전시회 내가 좋아하는 시시콜콜한 것들을 아무것도 공유할 수가 없었다.
벽에다 대고 말하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평행선 같단 느낌도 들었다.
우린 그 사람이 좋아하는 영화 취향에 맞춰서 항상 한국 액션 영화를 본 적이 많았는데,
그 사람은 내 취향대로 영화를 보길 힘들어했다. 예를 들면 외국 멜로 영화라든지, 외화는 참 싫어했다.
함께 영화를 본 다음에 대화로 이러쿵저러쿵 의견을 나누는 일도 없었다.
우린 정말이지 서로를 좋아한다는 것 외에는 삶의 모습과 취향 모든 것이 너무나 달랐다.
그래서 대화의 폭이 좁았고 한계가 컸던 연애였다.
그래도 좋았던 이유는 그 사람도 나도 그저 바라만 봐도 행복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만지고 껴안고 키스하고 그 모든 게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화가 통하지 않는단 사실은 내겐 그것을 다 합친 것만큼이나 큰 것이었다.
물론 단지 그 뿐만은 아니었지만 결국 헤어짐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다음 연애엔 취미, 취향이 비슷하고
대화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지는 사람과 할 것이라 다짐했다.
바로 그런 사람이다.
무슨 말을 하면 두세 마디라도 더 해주는 사람.
공유할 수 있는 게 많은 사람!
그런데 결정적으로 첫 키스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입술이 닿는 느낌이 별로였다. 이게 가능한 것인지 처음 알았다.
뭔가 부리 같은 것과 입을 맞춘다면 이런 느낌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에 빠졌었다.
이 사람과 이어갈지 말지
진짜 세상에 100%는 없는 것인가 싶어서 너무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처음보단 나아지고 있어서..
참내 대체 대화와 몸이 모두 통하는 사람은 있기나 한 걸까
요즘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나와 몸도 잘 맞을까?..'란 생각부터 든다.
참 궁금하다..
아무래도 나한텐 둘 다 너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