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호 Feb 09. 2018

하루를 쉬었다

회사 1년 반 넘게 다니며 여름휴가를

제외하고는 처음 쓴 연차였다.


몸에 병이나서 열이나고 온몸이 쑤셨다.

그래서 눈을 뜨자마자 머릿속에 회사까지

어떻게 가지 갈까 말까 반차만 쓸까 말까를

수십번 고민하다가


가도 약기운때문에 이도저도 아닌채로

집중이 안되어서 일도 못하고

쉬지도 못하고 병만 키울것 같아

쉬겠다하고 하루를 쉬어버렸다.


하루 반나절이 지나 네시 쯤이 되니

보고 싶은 예능 드라마 영화

모두를 보고도 할 게 없었다.


아프니 나갈수도 없고

집안일도 머리가 띵하고 몸이 무거워

할 수가 없었다.

열이 나니 물방울이 너무 차가워서

설거지조차 할 수 없으니

정말로 난 아무것도 안 하며 쉬는 걸 해본 것이다.

일년 반 그 이상을 달려오다가

일이 싫어지고 내 인생 최초로

회사가 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던 차였다.


그런데 막상 하루를 쉬어보니

내가 있을 곳이 집이 아니구나 싶었다.

난 천성이 집구석에 박혀있는 걸

못견뎌 하는 성격이다.

어렸을 때부터 동네 흙바닥을 전부다 긁고

다닐 정도로 손이 새카매질때까지

밖을 나돌아 다녔다.


집에 있으면 무기력해지고 답답하고

밖이 궁금하고 나를 부르는 것 같은 기분이든다.


좋아하는 옷을 입고 밖에 나가

걷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그러고 싶어서 회사에 다니고 싶어했던건데

그걸 잊고 살았다.


좋아하는 게 뭔지 까먹어서

회사다니는게 재미없었던것이다.


쉼으로써 일에 대한 애정과 내가 일과

밖을 좋아하는 사람이란걸 다시 깨달았다

그래서 다 좋다

일이 바쁜것도 마음에 들고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도 즐겁고

다 행복하다


아마 날이 풀려서 오랜만에 걸어서

더 행복한거 같다




작가의 이전글 아직도 못잊었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