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장 큰 특징이
지금 여기 내가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내가 있지만
정신은 늘 앞서거나 뒤에 있었다.
조금 뒤의 일 , 아님 아까 전 ,
멀게는 몇 년도 오간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 온전히 집중하거나
느낀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도
그 이후 이 행복이 달아날 것을 두려워했고
슬픈 순간엔 과거의 슬픔들까지
끌어오거나 앞으로 슬플지도 모를 일을
가져와서 슬퍼했다.
그래서 내겐 지금은 산다는 건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일이다.
남자친구의 하나의 행동으로
앞으로의 미래를 나 혼자 단정짓는 게
너무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그건 대부분 부정적인 방향이었다.
지금은 그런 나를 깨닫고 그러지 않으려고
순간 순간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 있는 것,
함께있는 사람, 환경에
나를 두려고 하는 중이다.
지금 맑은 하늘 아래에서
좋은 친구들과 산책을 하는 일
이것에 집중하기
좋은 가을 날씨를 마음껏 느끼기
좋아하는 음악에 집중하기
좋아하는 책에 온전히 집중하기
남자친구에게
그의 삶에
그의 행동에
집중하고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지금 여기 이 순간 나로 살기
연습중이다.
그랬더니 남자친구 때문에 속상한 순간보다
그냥 지금 여기 내가 행복한 순간이
더 많구나
이걸 놓치지 말아야겠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