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임신 후기에 들어섰다.
임신엔 황금기라는 게 있다.
16주부터 29주 까지
임신 중기를 황금기로 부르는데,
그 이유는 나를 보면 딱 알 수 있다.
16주 이전에 나와 29주 이후의 나는
정말 톡 하면 무너져버릴 것 같은
감정 속에 살고 있다.
임신 초기엔 우선 온 몸에 힘이 전혀 안나고
입덧으로 온 세상에서 가장 괴롭고
불행한 게 나인 기분으로 살게 됐다.
지금, 후기엔 다시 무기력이 도졌다.
곧 있으면 다가올 출산.
출산 자체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심
아기에 대한 지식의 전무함
그러나 전무함을 박탈하고자하는 의지 없음
행동력 더더욱 없음.
출산 준비한다고 돈을 많이 써서
잔고도 없음.
미래가 심히 걱정됨
이 상태들+ 아기가 커지고 몸이 무거워져서
점점 걷는 것, 간단히 몸을 돌리거나 일어나는 것조차
조심스럽고 느려지는 것,
속이 안 좋고 소화불량, 화장실에 빈번히 가서
잠도 제대로 못잠
이 더해져있는 상태.
거기에 나는 임신성당뇨까지 겹쳐서
총체적으로 무기력하고 굉장히.. 힘들다.
그래 힘들다.
먹을 때마다 신경 쓰이고
입이 달아도 너무 달고.
아기가 행여나 너무 커질까
출산이 힘들어질까
아기 낳고 나서는 어떻게하지?
모든 게 혼란이고 부담이고 불안하다.
난 역시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야.
부정적이고 우울하고 예민한 사람이지.
아가야
나 말고 아빠 닮아서 무디고 밝고 바보같을 정도로
감정적으로 단순하렴.
엄마는 결코 밝은 사람이 아니야
어두운 사람이지.
엄마의 어두운 면, 걱정많고 불안해하고
부정적인 면 이 모든게
그저 나에게만 있길 바란다.
아무튼 이모든 증상이 중기엔 없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임신 중기가 황금기란 증거고,
지금의 내가 후기에 들어서서 무기력함 속에
지낸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