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지붕 아래의 경직된 상상력 – ‘전통’이라는 이름의

영혼없는 표준화된 건축가이드

by 홍진

힌옥을 전통 보존의 관점에서 오랫동안 건축 토론의 한켠에 자리했었다. 그러면서도 산업화로 영역이 계속 축소되었다. 그 와중에 살아남은 몇 지역이, 소비와 사회 변화의 기점애서 한옥건축에 불을 지폈다.

서울 가회동과 서촌, 전주 한옥마을 등. 그렇게 생존한 이 지역들을 걷다 보면 고즈넉한 기와지붕과 낮은 담장이 만든 풍경이 방문객을 감싼다. 마치 시간의 주름을 보존한 채 과거로 연결되는 듯한 착각을 준다. 그러나 그 정제된 ‘고풍스러움’ 뒤에는 다른 풍경이 숨어 있다. 재료는 달라졌고, 구조는 근대화되었으며, 삶은 이미 변했지만, 형식만은 과거에 묶여 있다. 그나마 한옥의 응용 가능성을 확보한 것이 위안이 된다.


한옥 보존 정책의 경직성과 시각 중심주의를 탄력적으로 해야

한국의 한옥 보존 정책은 2000년대 이후 가회동, 서촌, 은평구 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 수원 행궁동 등을 중심으로 본격화되었다. 전통 주거지를 보존하고, 도시의 정체성을 회복하겠다는 취지였다. 때로는 은평구나 수원 행궁동 처럼 한옥으로 새로운 지역을 만드는 노력을 했다. 이를 통해 일부 지역에서는 역사성과 시각적 정체성이 일정 부분 회복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 성과도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정책의 핵심은 ‘문화재적 관리’와 ‘관광 자원화’에 집중되어 있었고, 건축 행위 자체의 미래적 가능성은 철저히 억제되어 있었다. 건축의 지속성은 공간의 운영 또는 가용성에 있다.

예를 들어 한옥이 거의 없던 수원 행궁동의 경우,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지붕의 소재-기와형태’, ‘담장의 재료’, ‘창호의 형태’까지 상세하게 규정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며, 해당 구역 내에서 신축이나 개축 시 이를 반드시 따르도록 강제한다. 정말 아쉬운 점은 이런 허용외에 어떤 아이디어도 변화와 응용을 인정하지 않는 경직성을 드러낸다. 이는 결국, ‘과거의 이미지’를 현대의 현실 위에 억지로 씌우는 결과를 낳는다. 아쉬운 점은 현대건축에서도 전통건축의 유형을 얼마든지 내재화된 미학을 표현 할 수 있음애도 경직된 제도로 막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오늘날 이들 지역에서는 서구식 매스를 갖춘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전통 기와지붕을 얹은 이질적 건축물, 즉 전통도 현대도 아닌 기형적 형상이 등장하게 되었다. 벽면은 단열재와 알루미늄 복합패널로 마감되고, 창호는 현대식 알루미늄 샷시로 구성되지만, 그 위에 ‘기와’만을 얹어 마치 전통의 얼굴을 한 척한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전통 계승’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문화적 분장’**에 가깝다.


왜곡된 정치적 어휘로 선정된 ‘민족주의적 미학’의 잔재 – 동아시아 보존 정책의 공통적 함정


이러한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1930년대 극우화 되던 일본, 중국의 국가주의 건축들 등 동아시아 국가들도 ‘국가의 얼굴’을 복원한다는 명목으로, 전통 주거지를 일률적으로 규제하고 형식을 고정화하는 정책을 펴왔다. 이들 정책의 공통점은 바로 전통을 ‘기념비적’ 혹은 ‘관광 상품’으로 대상화하는 태도에 있다.


이러한 접근은 20세기 초, 동아시아 각국이 제국주의에 맞서 국가적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확보하려 했던 민족주의 건축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한국에서도 1960~70년대 박정희 정부 시기 ‘민족주의를 구호로’전개되며, 전통 양식 복원을 통한 민족적 자긍심 고취가 강조되었다. 이후 한옥은 ‘근대 이전의 이상적 주거’로 재단되었고, 도시 속에서는 살아있는 집이 아니라, 박제된 이미지로 자리 잡게 되었다. 정말 당헉스러운 점은 이시기 북한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흐름은 결과적으로 건축의 진화 가능성을 막고, 삶의 다양성을 통제하며, 시민의 공간 상상력을 억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체성’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의 이미지를 강요받는 도시는 살아 있는 유기체가 아니라 복제품의 박물관이 되기 쉽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한옥을 사랑한다 – 어떻게 새롭게 가능할까


중요한 것은 ‘전통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형식이 아니라 정신과 관계의 계승이어야 한다. 한옥이 가졌던 미학적 가치—비례감, 마당 중심의 공간 구조, 자연과의 관계 맺음—이 현대의 기술과 생활 방식 속에서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이야말로 더 건강한 계승의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모험과 시도가 필요하다. 동시에 개념의 중심에는 반드시 자기주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최근 몇몇 젊은 건축가들은 이러한 가능성을 실제 작업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통 구조의 원리를 현대 재료와 결합시켜, 새로운 감각의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이들은 모두 ‘형태’보다는 ‘구조와 관계’, ‘빛과 재료’를 통해 한옥의 본질을 동시대 언어로 번역한 결과물이다.


새로운 방향 – ‘과거의 재현’이 아닌 ‘과거와의 대화’로


이제 우리는 ‘보존’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 보존은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과거와의 대화여야 한다. 그 대화는 동일한 형식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공간 개념을 오늘의 기술과 재료, 그리고 삶의 요구에 맞게 새롭게 구축하는 과정이다.


- 정책의 유연화: 외형의 일률적 규제에서 벗어나, 건축가와 주민이 실제 생활과 지역 맥락을 반영한 설계를 제안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 전통의 해석 주체 다양화: 전통에 대한 해석을 행정기관이나 보존 전문가만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가, 시민, 예술가 등이 함께 해석하고 실험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 기념비적 전통에서 생활적 전통으로의 전환: 전통은 더 이상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감각적 체험으로 복원되어야 한다.


결론 – 기와지붕 위에 새로운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


한옥은 과거의 유산인 동시에, 미래를 위한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기와의 형태를 반복함으로써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철학과 공간 감각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할 때에만 가능하다. 이제 우리는 ‘보존’이라는 이름 아래 일률화된 경관을 강요하는 시대에서 벗어나, 각기 다른 삶이 만들어내는 다양성과 실험이 가능해지는 도시를 상상해야 한다. 기와지붕 아래, 살아 있는 전통은 과거를 닮은 미래를 꿈꾼다.

전통은 멈춰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 손으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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