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내가 싱가포르로 해외취업을 결심한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1. 한국에서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라고 생각했다. (약 6시간 반 소요)
2. 영어권 국가이면서 화교가 70%인 나라답게 중국어 사용이 대중적이다. (뭐라도 배워오겠지.)
3. 다인종, 다문화가 잘 자리 잡은 국가이며, 한국인에게 우호적인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당시 해외취업에 대한 정부지원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터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위탁한 사기업의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강동구에 위치한 사무실로 약 일주일간 방문하며 다른 지원자들과 함께 싱가포르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 및 해외취업에서의 주요 고려사항 (임금수준, 의료시설, 외국인 비자발급 등)에 대해 안내를 받은 후 현지 에이전시와 취업 제휴가 되어있는 산업군 및 회사리스트를 확인했다.
싱가포르의 경우 네 가지 취업비자를 발급하는데, 한국인의 경우 대학 학위를 소지한 지원자가 워낙 많다 보니 인력 공급을 조정하기 위해 가장 낮은 단계의 비자인 WP(Work Permit)가 일반적으로 발급되고 있었다.
당시 에이전시를 통해 제안받은 WP발급 포지션들은 대부분 F&B 레스토랑, 뷔페 등에서의 서빙 업무 또는 유통회사에서의 매장 판매직이었다. 한국에서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해외에서 하려니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혹여 내 결정을 후회하진 않을까, 지금이라도 임용고시를 준비해볼까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고민에 휩싸였다. 친구들이 교사로서의 앞날을 닦을 때 나는 식당 테이블을 닦고 있진 않을지, 그 결정에 나는 만족할 수 있을지 등등..
어느 길로 들어서든 나는 그곳에서 없던 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는 배짱. 그게 내가 가질 수 있는 전부였고 난 그 전부를 몽땅 털어 넣어 보기로 했다.
그해 3월 싱가포르의 유통회사와 화상면접을 마친 나는 "We are pleased to work with you." 한마디를 얻어냈고, 함께 지낼 한국인 룸메이트와 현지에 인도인 부부 호스트도 구했다.
그렇게 2014년의 6월이 왔고, 나는 최종 합격자 13명의 동기들과 함께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야심 차게 계획한 2년짜리 여정이 4년을 훌쩍 넘기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