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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2. 연고 없는 나라 독일로 떠나다

끊임없는 적응과 10년 주기 리셋: 해외에서 살아간다는 것

by moin

익숙함의 한계에서 탈피하기

국내에서 커리어를 쌓으며 점차 한계를 실감했다. 특히, 디지털 환경이 주류가 되면서 산업디자인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신제품 개발보다 기존 제품의 개선에 집중하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기업들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최적화를 우선시했다. 그러다 보니 내 역할도 점점 정형화되었고, 더 이상 배우거나 성장할 기회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날 밤, 포트폴리오를 다시 훑어보며 깨달았다. 최근 내 작업물은 너무나 비슷했다. 색상과 형태만 조금씩 달라질 뿐, 근본적인 도전이나 성장은 없었다. 게다가 불안정한 업무 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쌓여가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점점 커져만 갔다.

"이대로 몇 년을 더 보낸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질까?" 변화 없이 머무른다면 결국 점점 뒤처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점점 더 커졌다. 더 늦기 전에 국제적인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 보기로 결심했다.


해외 취업을 고려하면서 여러 국가를 조사했다. 미국은 디자인 시장이 크지만, 미국 내 학위가 필수적인 경우가 많았고, 취업 비자 발급 과정도 까다로웠다. 반면, 독일은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디자인·엔지니어링 및 스타트업 기업들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었다. 게다가, 일부 기업에서는 영어로도 업무가 가능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았다.

또한, 독일에서 경력을 쌓으면 EU 내 다른 국가에서도 일할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취업 기회, 비자 발급 가능성, 생활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독일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판단했다.




불확실한 미래를 향한 베팅

그러나 해외 취업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았다. 언어 장벽, 비자 문제, 현지 네트워크 부재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독일 기업들이 요구하는 스킬셋과 포트폴리오를 연구하며 내 역량을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했다. 동시에 현지의 취업 시장을 파악하고, 어느 분야에 기회가 있는지 조사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그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수많은 불안과 의심이 밀려왔다. "과연 내가 적응할 수 있을까?", "해외에서 직장을 구하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변화가 필요하다는 확신은 흔들리지 않았다.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야만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졌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낯선 문화와 시스템 속에서 얼마나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지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도전하는 과정에서 얻게 될 배움과 경험이 내 커리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모든 것이 불확실했지만, 그 불확실성이 오히려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었다.




연고 없는 나라로의 이주 준비

결심은 했지만 현실적인 준비는 산더미였다. 독일어를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언어 장벽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했다. 현지 취업 사이트를 뒤지며 내 포트폴리오를 보완했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링크드인을 적극 활용했다. 해외 취업에 성공한 선배들의 조언을 구하고, 이주를 위한 현실적인 준비도 필요했다. 거주지, 생활비, 문화 적응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 끝이 없었다.

독일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주소지 등록, 현지 은행 계좌 개설, 세금 번호 발급 등 행정 절차부터 시작해,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들을 익혀야 했다. 처음엔 막막했지만, 관련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하나씩 찾아가며 해결책을 마련했다. 정착 초기 비용을 고려하며 재정 계획도 철저히 세웠다. 직장을 구하기까지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었기에, 생활비를 충분히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에 대한 기대감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성장할 기회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익숙한 것들을 뒤로하고, 전혀 다른 세상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과정 자체가 내 삶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제 남은 건 실행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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