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적응과 10년 주기 리셋: 해외에서 살아간다는 것
해외에서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길 위에 서는 일이다.
정해진 방향 없이 부유하는 하루 속에서, 순간마다 찾아오는 선택의 갈림길은 대개 익숙함보다는 낯설음에 가까웠고, 그런 순간마다 나는 여전히 망설이는 자신을 자주 마주했다.
되돌아보면, 나를 바꿨던 선택들은 언제나 아주 사소한 순간에 이뤄졌다.
누군가의 초대를 조심스럽게 수락하는 일, 익숙한 말을 지우는 일, 낯선 규칙에 나를 끼워보는 일.
그 모든 결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어왔고, 한때는 불안하게만 느껴졌던 결정들이 지나고 나면 이상하리만큼 나답게 남아 있었다.
우리는 갈림길 앞에서 늘 망설이지만, 결국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 선택이 옳았는지 틀렸는지에 대한 판단은 시간이 지나도 모호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내가 그 결정을 했다는 사실이고, 그 책임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지금의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 자리에 오래 머무르면 마음이 편안해질 거라 생각했다.
언어가 익숙해지고, 거리가 친숙해지고, 일상적인 루틴이 자리를 잡으면 비로소 나도 이곳에 정착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감 대신 다시 시작되는 긴장이 내 안에서 자주 고개를 들었고, 내가 만든 익숙함 안에서도 이상하리만치 낯선 감각들이 자주 올라왔다.
그 감정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외부의 변화로 시작되기도 했고, 어느 순간 내면에서 서서히 피어나는 방향 감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럴 때 나는 저항보다는 수용을 택했다.
흔들리는 나를 붙들기보다는, 그 변화에 나를 조정하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낯선 리듬에 나를 던져보기도 했고, 예상하지 못한 감정들에 자리를 내어주기도 했다.
변화는 외부의 사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 안에서 다시 짜이는 정체성의 구조이기도 했다.
그 구조는 단단하지 않았지만, 의외로 유연했고, 그래서 나는 그 유연함 덕분에 조금 더 내게 맞는 형태로 자라갈 수 있었다.
새로움을 시작한다는 건 언제나 쉽지 않았다.
두려웠던 건 실패가 아니라, 지금껏 쌓아올린 안정감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본능적인 불안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다시 시작하는 쪽을 택했다.
익숙한 관계에서 물러났고, 전혀 다른 프로젝트를 구상했으며, 아무도 모르는 공간에 글을 올리며 조심스럽게 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시간들은 생각보다 조용했고, 어떤 의미에서는 평범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조용한 반복 속에서 나는 하루하루 나를 덜어내며 내가 진짜로 어떤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인지, 어디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하게 존재할 수 있는지를 천천히 알아갔다.
성장은 어느 날 갑자기 도약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조율 끝에 나와 조금 더 정확하게 연결되는 과정이었다.
작은 선택들이 모여 나의 윤곽을 바꾸고 있었고, 나는 그 변화를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결코 하지 않았을 선택들이 있다.
그 결들을 나는 요즘 들어 자주 떠올리고, 그 속에 담긴 내 감정의 진심과 결핍을 다시 들여다본다.
한때는 그 결정이 후회로 남을까 두려웠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선택들이 나를 더 정직하게 만든 시간이었다고 믿게 되었다.
그 선택들 덕분에 나는 감정의 반응 방식을 바꾸었고, 행동의 기준과 관계의 밀도도 조금씩 달라졌다.
우리는 흔히 자아를 고정된 틀처럼 여긴다.
하지만 자아란 사실, 선택을 반복하면서 생성되는 살아 있는 구조에 가깝다.
선택은 매번 나를 갱신했고, 나는 그 안에서 다시 태어나는 감각으로 살아갔다.
지금의 나는 지금까지 해온 모든 선택들의 결과이고, 앞으로의 나는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래서 내가 가장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을 선택하든 스스로를 배신하지 않는 나만의 기준 하나를 잃지 않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