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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미국 직장 생활(2)-미국 vs 한국

어쩌다 보니 실리콘밸리 UXUI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by 소르지

[10회_미국 직장 생활(2)- 머리는 미국에 마음은 한국에두고 일하기]

열심히 협상한 오퍼레터에 사인을하고, 꿈에 그리던 미국에서 full-time 노동자로써의 회사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일을 시작한 2021년에는 코로나로인해 풀 재택근무를 하던때라 살던 집에서 그대로 살며, WFH 패키지로 꾸민 원격근무를 시작했습니다.


미국 스타텁님… 저를 믿으시나요?



내 업무의 매니저는 나


살던 집에서 그대로 살며, 일까지 같은 공간에서 하려니 나 실리콘밸리에서 디자이너로 취업했다!하는 자각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100% 근로자를 믿고 책임까지 지우는 미국의 근무 형태에 금방 노동자 자아를 장착할 수 있었더랬죠. 업무의 주도성을 가질 수 있어 확실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는 반면에, 추가 근무까지 불사하는 책임감까지 주입시키는 미국의 스타트업 생활을 되돌아봅니다.

업무의 주도성


스타트업이라는 특수성도 있었겠지만, 제가 하는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PM이였던 저의 매니저와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들어, 기존 UXUI 디자인에 익숙하지 않던 개발자 위주의 팀에 UXUI 디자인을 소개하고 업무에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을 먼저 제시하는 워크샵을 기획하여 열었습니다. 또한, UXUI 디자인 업무는 아니지만 나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들에 먼저 나서서 의견을 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당시 회사의 메인 서비스를 팔기위해 아틀랜타에있는 기술 컨퍼런스에 참석했을때는 그곳에서 필요한 부스, 리플렛, 영상 등의 기획에 직접 참여하였습니다. (심지어는 바이어에게 회사 서비스를 설명하는 엘리베이터 피치도 했었죠.) 회사 웹사이트를 만들때는 웹 디자인 외주사를 뽑는 인터뷰와 과정에도 관여했지요. 경험과 연차에비해 많은 부분에 전문성을 인정받고 의견을내는 과정을 통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저를 이정도까지 믿으신다구요? 하는 마음까지도 들었습니다.



업무의 책임감


믿어주는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기도했습니다. 일단 한국에서도 많이들 얘기하듯, 미국 회사에서 업무 역량을 인정받지 못하면 짤리는 것은 정말 하루아침의 일입니다. 2주급을 받는 문화도 이런 빠른 호흡에 발맞춘 것이라고합니다. 그러다보니 정해진 업무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내 입에서 나온 테스크의 데드라인을 지키는 것이고, 정규 업무 시간 외에도 필요하다면 빠르게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기 위해 추가 근무도 자발적으로 하게되었습니다. 물론, 업무시간 중에도 시간운영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더하여, 나의 기존 역량 외에도 프로젝트에 필요한 스킬이나 지식이 있다면 시간을들여 학습해가며 일하는 분위기가 당연했습니다. 저는 이 일은 못합니다는 생각도 못하는 분위기였죠. 단점처럼 적긴했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 한국에서 조금은 수직적인 분위기로 일하는 지금까지도 저에게는 큰 자산으로 남아있습니다.




이게 회식이야 가족 모임이야? 가족적 분위기


동료와의 스몰톡도 참 중요한 것이 미국의 회사였는데요, 미국인들은 개인주의다 라고들 많이 말하지만, 지금 한국의 회사생활과 비교해보면 미국인들이 훨씬 개인적인 이야기를 더 빨리 터놓습니다. 가족 얘기, 휴가 계획, 취미가 뭔지 등등. 처음에는 참 익숙하지 않았는데, 좀 지나고보니 미국에서 업무 역량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커뮤니케이션 능력, 말 붙이기 쉬운 likable한 사람이더군요. 팀으로 일하는 회사에서 의사소통이 잘 되는것은 중요한 스킬 중의 하나입니다. 또한 회식이 잘 없는 대신 휴일이나 취미생활을 직장 동료와 함께 즐기고 가족이나 지인도 서로 소개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 가족적인 분위기는 뭐지 싶었는데 요것도 지나고보니 네트워킹의 일종이더군요. 서로 친근한 사이가 되고나면 다음 이직이나 업계의 소식 등을 빠르게 전달하는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것이죠.




코로나야 나한테 왜그래...? 사표 품고 일하기


이렇게 고군분투 눈치보며 미국의 회사생활에 적응하다보니 2년이 금새 흘렀는데요… 와중에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나름 탄탄하게 커가던 우리 회사에도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인데요. 코로나 팬데믹이 2년 정도되니 아메리칸 드림의 중심지였던 실리콘밸리도 경직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시리즈 c였던 회사는 다음 시리즈의 펀딩을 준비 중이였는데, 투자심리가 위축되어버린 것이죠. 남 얘기일줄 알았던 레이오프와 이직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였습니다. 짤리기 전에 선택해서 나가자는 마음으로 사표를 품고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vs 한국 생활
이직을 마음먹자 가장 처음 고민되는 것이 미국 회사냐 한국회사냐였습니다. 일하는 노동자로써의 대우(월급, 워라벨, 복지 등)를 생각하면 당연히 미국이지만, 당시 미국생활이 4년정도 되니 혼자서 타지에 사는것이 점점 힘에부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미국에 살아?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한국에 이 정도면 돌아가도 되지 않을까?하는 유혹이 스멀스멀 들었지요.


스타텁 vs 대기업
또 고민이 되는 부분은 당시와 비슷한 근무환경과 업무를 할 스타트업에 갈지, 좀 더 큰 단위의 그룹에서 일하며 좀 더 작은 단위의 일을 할 대기업을 도전할지였습니다. 사실 이건 배부른 고민입니다. 지원서는 무조건 모든 회사에 내고 오퍼레터를 받은 뒤 고민해도 늦지 않으니까요.


관심분야 파고들기 결과적으로 또 이직과정에서 여러회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제가 가장 원하는 것이 관심있던 자동차 신기술(카메라 센서와 자율주행)과 그로인해 도래하게될 새로운 플랫폼 환경에서 디자이너로서 역량을 발휘라는 것이라는걸 깨달았습니다. (극강의 P 모먼트) 그리하야 지금의 한국의 자동차 회사에서 마당을 쓸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실업 급여를 주신다구요?!

한국으로 이직을 결정했지만 아직 끝이 아닙니다. 미국 너 도대체 뭐야… 외노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주더라구요…? 그것도 서류 작업 몇 번 하면 꼬박꼬박 2주마다 꽤 큰 금액을 거의 4개월 동안요. 진짜 우는 놈 떡하나 더 주는 나라입니다 ㅠㅠ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리를 한 번 더 맘 먹게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길고도 짧은 미국에서의 석사+스타텁 생활이 일단락되었습니다. 제 인생에 빼놓을수 없는 너무나 귀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현재까지도 일하고있는 한국의 대기업 생활이 미국과 어떻게 다른지 다음화에 얘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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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커피챗/멘토링 후 짧은 피드백을 부탁드릴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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