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나, 너였어.

너라서 좋았어, 괜스레.

by 모조
"베이맥스 님,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2월의 어느 날, 출근길에 루틴처럼 들르는 스타벅스 매장. 평소에는 잘 안 듣고 넘기는 다른 사람의 닉네임이건만 그날따라 또렷하게 들렸다, '베이맥스'라는 닉네임이.

사실 매장에 들어서 픽업 순서를 확인하기 위해 전광판을 본 순간부터 그랬다. 익숙한 몇몇 닉네임들 속에서 그날따라 유난히 그 닉네임이 눈에 들어왔다.


'베이맥스라, 그 베이맥스인가?'


아주 잠깐 영화 <빅히어로 6>의 동글동글한 귀염둥이 힐링 로봇 베이맥스가 떠올랐고, 나 홀로 잠시 과거의 기분 좋은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영화에 대한 기분 좋은 잔상과 함께 조카와 같이 베이맥스 피겨를 갖고 놀았던(조카님이 유난히 베이맥스 피겨를 좋아했다.) 어느 날들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매장 문이 열리고 마치 베이맥스처럼 흰색의 하얀 롱 패딩을 입은 여성 분이 들어오셨다. 아침의 모든 인지의 과정이 그랬듯이 이번에도 갑자기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베이맥스처럼 입으셨네, 진~짜 하얀색 패딩이네. 혹시 저분이 베이맥스는 아니겠지.'


뭔가에 홀린 듯 그분에게 시선이 향했다. 주문하는 곳을 지나 점점 더 픽업 존에 가까이 다가왔다. 음료를 받으러 오신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닉네임이 어떻게 되세요?'라는 파트너의 질문에 하얀색 패딩을 입은 여성분께서 이렇게 답했다.


"베이맥스요."

그랬다. 그 사람이 베이맥스였다. 순간 묘한 즐거움이 퍼졌다. 그거 맞춘 게 뭐 재밌는 일이라고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오랜만이었다, 출근길에서 그렇게 미소를 지었던 게,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했던 게.


그랬다. 그날의 스타벅스 매장에는 <빅 히어로 6>에서처럼 한 사람을 위한 힐링 로봇이 있었다. 말 그대로 오직 한 사람만의 힐링 로봇이.


고마워요, 베이맥스, 덕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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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맥스(Baymax): 디즈니 애니메이션 <Big Hero 6>에 등장하는 의료 지원용 헬스케어 로봇으로, 사람의 건강과 감정을 돌보도록 설계된 따뜻한 성격의 캐릭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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