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제주도로 한 달 살기를 떠난 거죠?
가장 많은 사람들이 물어본 질문이다. 왜 한 달 살기를 하는지, 왜 하필 제주인지.
한 달 살기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쉬고 싶었다. 더 솔직하게는 도망가고 싶었다. 일상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안 하고 살아 보고 싶었다.
운 좋게 근무 중인 회사에서 5년마다 2주의 Refresh 휴가를 준다. 여기에 개인 연차를 쓰면 최대 한 달 까지 쉴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그래서, 성격상 여행을 가면 또 여기저기 쏘다니느라 정신이 없을 테니, 어떻게 쓸까 생각하다 어딘가로 숨어들어 한 달 정도 쉬고 싶었다. 한 달 정도는 아무것도 안 해도 인생이 망하는 건 아니라는 걸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한테 내가 만들어놓은 이미지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는 시간. 대신 온전히 나한테 집중하는 시간, 아침과 저녁 루틴을 만들고, 앞으로의 30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차분히 정리해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제주도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하나, 물리적인 단절이 가능하다.
교통편이 있긴 하지만, 육로로는 올 수 없으니까.
둘, 언제든 서울/인천으로 돌아갈 수 있다.
첫 번째 답변과 조금 배타적인 내용인 것 같은데, 물리적 단절도 가능하면서 동시에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 제주도였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야 했으니까.
셋, 내 집에 살아보고 싶었다.
AirBnB의 등장 이후, 다양한 형태의 공유 숙박이 확산된 덕분에 전 세계 어디든 내 집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그 덕분에 다른 나라, 도시에서 한 달 정도 내 집을 갖는 게 무척이나 쉬워졌다. 다만 내 성격상 다른 나라의 도시에서 산다면 집에 머물면서 하루를 보내진 않을 거다. 잠시 머물렀던 파리라면 추억팔이 한답시고 여기저기 싸돌아 다닐게 뻔했고, 여기저기 노래를 부르며 가고 싶다고 했던 포르투를 간다면 새로운 곳들을 즐기기 위해 일분일초를 아껴가며 일정을 짜고 돌아다녔을 거다.
그리고 "내 집"이라면, 단순히 물리적으로 내가 살아가는 것을 떠나 가족과 친구들을 초대할 수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 초대가 공수표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에 있어야 했다.
마침 한 달 살기를 하고 싶은 집을 구하는 데 있어 관련된 스타트업을 하는 지인이 있어 더더욱 안성맞춤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인들이 오가기 쉽다. 솔직히 한 달 온전히 혼자 보내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어떤 형태의 만남이든, 밍글링이든 하룻밤의 짤은 만남이든 사람과 함께 할 필요는 있으니까. 게다가 내가 독립을 한다면 분명 매일 파티겠지. 그러니 어떻게 보면 더 나다운 삶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제주도로 결정했다.
이제 고작 이틀 째라 이번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갈지 잘 모르겠다. 처음 생각했던 대로 다 해낼 수 있을지, 아니면 그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끝날지. 이러나저러나 무엇이 되든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언제나 좋은 추억으로 삶의 동력이 되어 줄 한 달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한 달 살기를 꿈꾼 적이 있나요? 어느 나라, 어느 도시였나요, 왜 그곳에서 살아보고 싶으신가요?
[중복 질문]
- 많은 나라와 지역중에서 왜 제주도 한달살기로 정했나요?
- 왜 제주도 인가요
- 제주를 택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선배
- 왜 이 시기에 제주도지요? 왜 제주죠
- 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하게된 계기가 특별히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