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다섯.

남들은 재미없다고 하지만, 나는 재미있었던 영화는?

by 모조

질문 다섯, 남들은 재미없지만 나는 재미있었던 영화는?



솔직히 이 질문의 답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역의 조건을 만족하는 영화들은 무척이나 많은데 나만 재미있게 본 영화를 찾기란 정말 하늘의 별따기 같았다.

일단 '남들은 재미없지만'의 기준을 잡기가 힘들었다. 포털사이트의 평점이 낮은 작품이어야 하는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흥행에 실패한) 영화를 꼽아야 할지.

내가 재미있게 본 영화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다. 그나마 이건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혹은 '무비나잇'에 상영해보고 싶은 영화 정도로 기준을 정했다. 그럼에도 답을 찾기가 진짜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러다, 한 달 내내 고민하면서도 못 찾은 답을, 서울에 돌아와 출근을 한 뒤에야 겨우 찾아낼 수 있었다.

바로, 정지우 감독님, 김고은 배우, 정해인 배우의 <유열의 음악앨범>이다.


음악앨범.jpg


백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지만, 양대포털 평점이 6점 대 후반, 7점대 초반으로 낮은 편이다. 이 정도면 내가 스스로 정한 기준에 족하는 것 같아 이 영화를 선택했다. 난 8점 이상은 줄 수 있을 것 같은 데다가, 무비나잇 이벤트에서 상영작으로 틀 의사도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은 재미없다고 하지만, 난 재밌게 본 영화가 맞다.


일단 정지우 감독님 특유의 영상미를 좋아한다. 특히 과거의 이야기를 그려낼 때 뿌연 파스텔 톤의 영상이 너무 좋다. 작품 중에 햇빛이 아름답게 퍼지는 씬들도 많은데, 그때의 색감도 너무 좋았다.


그리고 적당히 내 마음대로 개입할 수 있는 인과의 생략이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극의 전개 중에 두 남녀가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깊은 사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우연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했단다. 솔직히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현재의 연애와는 너무 다른 건 사실이니까. 그래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보기엔 이해가 안 될 수 있지만, 가끔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빠져드는 사랑도 있는 법이니까. 게다가, 연인관계로 발전했던 건 아니지만, 이들의 우연에 버금갈 정도의 인연을 경험한 적이 있기에 이들의 얽히고설킨 실타래가 마냥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냥 자연스레 스며들었던, 인위적일 정도로 질기게 이어지는 인연을 경험해 본 이라면 이 풋풋하고 조심스러운 사랑이 마냥 인위적이기만 한 인연으로 느껴지진 않았을 거다.

아니면 그냥 내가 옛날 사람이다 보니, 그리고 운명적인 만남 수준의 자만추형 인간이기에, 개연성 없는 인연의 연속이 마음에 들었던 걸지도.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일어났으면 하는 일이기에.


라디오 프로그램이 두 사람의 인연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부분도 좋았다. 청취자의 입장에서 보면 라디오를 통해 듣는 음악은, 자신이 원해서 정해놓은 플레이리스트의 셔플 재생과 달리, 엄청나게 랜덤한 플레이리스트다. 혹시나 그 음악을 요청한 이의 사연이 나의 추억과 맞닿으면 괜히 더 반가워질 때도 있고, 사연과 상관없이 재생되는 음악만으로 본인만의 세계에 빠지기도 한다. 가끔은 들어본 적 없는 노래도 들리고, 싫어하는 노래가 나올 때도 있다. 그게 마치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인연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좋았다.


김고은 배우의 연기도 좋았다. 원래 그의 팬이기도 하지만, 유독 이번 영화에서는 감정선의 밀당이 뛰어났던 것 같다. 그 덕에 이전의 어떤 작품보다 더 오묘한 매력을 느꼈다. 그저 극 중 미수의 의사결정과 감정선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라 느꼈던 이질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화룡정점으로, 엔딩곡이 Coldplay의 "Fix You"였다. 여기서 모든 게 용서됐다. 콜드플레이 만세!


Coldplay - Fix You, Offical music video ; https://youtu.be/k4V3Mo61fJM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다른 사람은 재미없다고 하지만 내게는 너무 재미있었던 영화가 있나요?




매거진의 이전글2020년 3월 5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