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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조 Nov 09. 2016

이야기 하나에
더하는 이야기.

내가 스타벅스와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순간들.

  "너는 왜 그렇게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거야?"



  스타벅스와 나의 인연은 10년 전, 그러니까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시작됐다. 운 좋게 수시 전형으로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던 터라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넘쳤다. 그 덕에 저녁 식사는 야간 자율 학습 전에 급하게 먹는 분식이나 도시락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파란색 캔에 담겨 있던 커피는 커피 전문점 로고가 그려진 흰색 컵에 담긴 커피로 바뀌었다. 초록색 사이렌 로고도 이 때는 그저 수 많은 커피 전문점 브랜드 중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1년 후, 본격적인 대학 생활을 시작하고 부터 지금까지 나는 틈만 나면 스타벅스에 들러 시간을 죽이는 스타벅스 죽돌이가 됐다. 죽돌이라고 단순히 매일매일 출근 도장을 찍는 게 아니다. 스타벅스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여행을 다니며 기념품 대신 모으던 텀블러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그 수가 어느 새 140개를 넘었다. 스타벅스의 CEO인 하워드 슐츠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에 두 번 째 자서전인 <Onward>를 들고 세 시간이나 먼저 행사장에 가서 기다렸다 사인을 받기도 했다. 그 때 하워드 슐츠에게 "언젠가 스타벅스 지원센터의 스태프로 일하고 싶다."고 명함을 건내자 "Good luck, good luck to you."라는 답변과 함께 악수를 나누기도 했던 경험은 내 생에 가장 특별한 순간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워드 슐츠가 내한했을 당시 받은 사인, 이 사인이 담긴 책은 여전히 책장의 제일 좋은 자리에 꽂혀 있다.

  이렇게 스타벅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보니 지인들로부터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 하나 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거야"

  (그 다음으로 자주 듣는 질문은 "만약 여자친구가 절대 스타벅스를 가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할거야?"이고.)


  그리고 그 질문을 들은 난 항상 지인들에게 세 가지 경험을 이야기를 들려 준다.


  "제가 스타벅스를 좋아하게 된 건..."




#. 첫 번 째 순간, 세상에서 가장 따듯했던 스팀 밀크.


  스타벅스를 사랑하게 된 첫 번 째 결정적인 계기는 학교 앞 스타벅스에서 마신 한 잔의 스팀 밀크였다. 

  도대체 왜 대학 첫 학기에 그렇게 아침 수업이 많았는지 모르겠지만, 매일 아침 학교 정문 앞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대부분의 경우 던킨 도너츠에서 산 베이글과 커피를 마셨지만, 베이글이 부담스러운 날에는 그린 티 라떼를 참 열심히 마셨다. 그렇게 매일 아침 스타벅스에 출근 도장을 찍던 어느 날, 시험 기간이었던 것 같은데, 잠이 부족해 좀비처럼 들어가 아메리카노에 샷을 두 개나 추가해서 주문했다.


    아침 식사는 하셨어요?/ 아뇨, 못 먹었어요.


  매일 으레 주고 받는 인사였다. 인사를 나누고 음료를 받는 곳 앞에서 좀비처럼 잠시 서있었더니 금새 음료가 나왔다.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그리고 아메리카노 드시기 전에  이거 먼저 드세요. / 이게 뭐에요?/스팀 밀크에 바닐라 시럽 좀 탔어요. 평소에 그린 티 라떼 자주 드시잖아요. 빈 속에 아메리카노 마시면 속 버리니까요. 시험 잘 보세요. / 정말 감사합니다. 시험 잘 볼게요.


  내 생에 잇어 가장 따듯한 스팀밀크였다, 몸과 마음을 모두 따듯하게 데워주는. 그 날 본 시험 점수는 기억 나지 않아도 그 우유의 온기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 난 '스타벅스 사람들(Starbucks Experience)'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스타벅스가 이렇게 성공적인 브랜드로 자리 매김 할 수 있었던 건 '기업 문화'라는 말을 많이 한다. 파트너(종업원)들과 함께 성장하고 만들어 나가면서 고객들(내부/외부 고객 모두)에게 스타벅스만의 특별한 경험을 전해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은 그걸 'Starbucks Experience'라 명명했고, 작게는 고객의 이름을 컵에 적는 걸로 시작해 스타벅스 매장이 지역 사회의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을 하게 했고, 내부직원인 파트너들의 의료보험과 장학금을 지원해 주는 등 그 경험의 범위를 점차 확대했다. 이러한 문화를 토대로 성장한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것이 아니라 스타벅스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을 팔았던 것이다.


  그리고 난 그 세상에서 가장 따듯한 스팀 밀크를 통해 '스타벅스 경험'을 경험했다.

  처음이었다, 교과서나 책에서 읽은 '기업 문화'가 실제로 소비자에게 구현되고 있는 곳은. 그 때 였다, 이 브랜드라면 내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이용해도 되겠다고 결심하게 된 순간이. 


이제는 추억 속의 장소가 되어버린 스타벅스 연대정문점, 2011년 11월 25일 




#. 두 번 째 순간, 잊지 못할 전주의 추억.

 

  2011년 연말, 나홀로 '내일로 여행'을 떠났었다. 첫 번 째 목적지였던 전주에 도착해 제일 먼저 비빔밥을 먹고 전주 한옥 마을을 걸어다니고 있었다. 가이드북에 소개되어 있는 500년인가 600년이 된 은행나무를 찾아 골목골목을 헤매고 있었던 것 같다.


  어!! 안녕하세요.


  전주에 전혀 연고가 없는 터라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 건내는 인사라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려 했다. 그러자 누가 어깨를 두드리며 다시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세요! 우와, 여기서 다 만나네요! 대박!


  뒤를 돌아봤다, 잠깐의 머뭇거림. 그리고 누군이지 확인하자 마자 나도 곧장 인사를 건냈다. 집 근처 스타벅스에서 친하게 지내던 바리스타였다.


  그 바리스타와의 인연의 시작이 언제인지는 기억 나지 않는다. 다만 어느 비오는 날, 스타벅스에서 아직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을 쓰던 시절, 에스프레소가 내 입에 딱 맞게 내려진 날이 있었다. 그 때 그 에스프레소를 내려준 바리스타께 오늘 에스프레소가 정말 맛있게 내려졌다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 이후였던 것 같다, 그 바리스타 분과 조금 더 친해졌던건.

  그러다 그 매장의 리뉴얼 공사가 시작돼 한동안 만나지 못 했다. 간간히 근처 다른 매장에서 같이 일하던 바리스타를 만나러 놀러오신 때 우연히 만나인사를 주고 받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꽤 오래, 아마 거의 반 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인연이 끊겼었다. 그런데 인천이 아닌 전주에서, 우연히 그 날 그 시간에 그 곳을 지나가다 다시 만났던 거다. 진짜 얼마나 반가웠던지, 그리고 또 얼마나 놀랬었는지.

  같이 식사나 차라도 한 잔 했으면 좋았을 텐데,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았다. 그래도 그냥 이대로 헤어지기엔 뭔가 아쉬워 사진이라도 남기기로 했다. 여행을 다니며 수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이만큼 반갑고 신기한 인연은 없었다. 앞으로 또 수많은 여행을 떠나겠지만, 이만큼 반갑고 신기한 인연을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전주에서의 만남이 진짜 마지막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2년의 시간이 흐르고.


  저 기억하세요?


  이번엔 서울의 한 스타벅스에서 다시 만났다, 다시 바리스타와 고객으로. 이 얼마나 신기한 인연이란 말인가!


여행 중 우연히 만난 바리스타 분과 함께, 인천에서 시작된 인연이 전주까지 이어졌던 특별한 경험.




#. 세 번 째 순간, 말총머리 마리오(Mario).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를 여행 하던 중에도 매번 스타벅스에서 기분 좋은 경험을 하곤 했다. 그 중에서도 독일 뮌헨에서의 경험은 매우 특별했다.

  파리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던 때였다. 친구들과 함께 옥토버페스트를 즐기기 위해 뮌헨으로 여행을 떠났다. 옥토버페스트를 맘 껏 즐기고, 기차를 타기 위해 뮌헨 중앙역으로 향했다. 기차 출발 시간까지 여유가 있었다. 다 같이 Wi-Fi도 쓰고 커피도 한 잔 마시기 위해 스타벅스로 향했다. 아마 Wi-Fi가 더 주된 목적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주문을 하기 위해 대기줄에 서있는데, 옥토버페스트 기간이라 그런지, 3년 전 방문 때는 볼 수 없었던 'Oktoberfest' 텀블러가 진열장에 전시되어 있는 게 보였다. 텀블러를 보자 마자 "이건 꼭 사야돼."라며 친구를 줄에 세워두고 진열장으로 걸어 가 텀블러를 하나 집어 왔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캐시어를 보고 있던 바리스타에게 물었다.


    혹시 텀블러를 사면 무료로 음료를 주지 않아? 일본, 홍콩 같은 아시아는 무료 음료를 한 잔 씩 주던데.


  예상치 못 한 질문에 당황했는지 바리스타는 머뭇머뭇 거리다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미안한데, 내가 영어를 못해서. 잠시만 기다려줄 수 있어?


  기차역에 있는 매장이었기 때문에 대기줄이 무척 길었다. 한국이었다면 그 긴 대기줄을 의식해서 식은땀을 흘리며 괜찮으니 이 텀블러랑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달라고 도망치듯이 말했을 텐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맥주 기운 덕분일거다. 잠시 후,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은 매니저, Mario가 내가 서 있는 계산대 앞으로 왔다.


    뭘 도와줄까?/ 특별한 건 아닌데, 그냥 궁금해서.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텀블러를 사면 무료 음료 쿠폰을 주거든, 그래서 혹시 그런 쿠폰이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어. / 음... 오케이, 그럼 뭐 마시고 싶어? / 응? / 우리는 그런 쿠폰은 없지만 내가 대신 선물을 줄게. 뭐 마실래?


  스타벅스 매장에서 나오는 내 한 손엔 포장한 텀블러가, 한 손에는 선물 받은 피지오가 들려 있었다. Mario는 내가 부탁한 음료를 직접 만들어 건내며, 독일에서의 남은 시간에 항상 좋은 일이 있기만을 바란다는 인사를 전했다. "Danke"를 얼마나 많이 했던지 Mario가 이제 그만 됐다고 정색하며 웃기도 했다.

뮌헨 중앙역 스타벅스 앞에서 찍은 무료 음료 인증샷, 이 때 페에스북에 쓴 글을 보면 엄청 신나있었던게 분명하다.



  "... 이러다 보니 그냥 스타벅스를 가게 되더라고요. 편하고, 이런 큼지막한 것 말고도 이런저런 소소한 추억들도 많이 쌓이고."


  내 이야기는 항상 이렇게 끝이 난다. 어떻게 보면, 세 개의 경험 모두 나와 그 바리스타, 개인과 개인의 인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인연이 이루어진 장소는 스타벅스였고, 그 장소가 스타벅스였기에 가능한 특별한 경험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내가 자주 가기 때문에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된 건지, 내가 이런 경험을 하기 때문에 자주 가게 된 건지는 쉽게 답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한가지 확실한건, 이런 특별한 경험들이 하나 둘 차곡차곡 쌓인 만큼 자연스레 스타벅스에 대한 애정도 차곡차곡 쌓였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내게 스타벅스 1호점은 성지였고, 그렇기에 나의 버킷리스트, "스타벅스 1호점에서 라떼 마시기."는 성지 순례와 다름 없었다.


  그리고, 성지 순례도 마쳤겠다, 더욱 깊은 신앙심과 함께, 앞으로도 계속 스타벅스에서 더욱 많은 추억과 경험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그리곤 언젠가 그 추억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 지금 이 글로 나누고 있는 것처럼.





  본 게시글은 독립 출판물로 제작하기 위해 작업 중인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기의 초고입니다.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나 문의사항은 별도로 연락 주시면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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