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날, 제주에서의 평범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났던 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과 온몸이 쑤시더라도 돌아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한 채로 잠들었던 덕분인지 일찍 일어났다. 근육통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심하지 않았다. 오늘 하루 충분히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집안일 때문에 일찍 올라가야 했던 터라 꼭두새벽에 일어났다. 나야 뭐 상관없지만, 공항에 데려다 주기 위해 친구까지 일찍 일어나야 했다. 쉬운 일이 아닌데, 또 시간에 딱 맞춰 일어나더니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동조차 트지 않아 어두운 시골길을 가로질러 공항까지 바래다주었다. 고맙다는 말로는 부족하지만, 고맙다는 말과 조심히 돌아가라는 말만 남긴 채 비행기를 타러 떠났다.
이른 새벽이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공항에 있었다. 마침 면세점도 열려 있어 조카님 드릴 선물도 하나 챙겨 비행기에 올랐다. 기왕 면세점 온 김에 이것저것 더 살걸...
비행기 안, 오른쪽 대각선에 앉은 승객이 완전무장을 한 채로 비행기에 올랐다. 보호경과, 마스크, 일회용 장갑과 팔토시 등등. 코로나가 바꾼 모습 중 하나가 아닐까. 청정지역(?)에 머물다 보니 잊고 있던 심각성과 분위기를 다시금 새기는 기회가 됐다.
오전부터 분주하게 움직인 덕분에 이른 오후에 문제가 됐던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부모님과 식사도 하고 조카님도 뵙고 하다 보니 금세 저녁 시간이다. 걱정했던 다리나 허리 컨디션도 약간의 근육통만 있을 뿐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고작 십여 일이었지만 매일 오름을 올랐던 게 도움이 되었나 보다. 걱정 많았는데 생각보다 움직일만하다. 정말 혹시나 오늘 중요한 일을 못 치를까 걱정했는데 너무나 고맙게도 버텨줬다. 너무나 고맙다.
금요일 오후에 내려가는 비행기는 예상보다 비싸서(게다가 바로 전날 예약하려고 하니 비싸더라...) 내일 아침 일찍 내려가는 비행기로 발권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내 방, 내 침대에 누워 자는 날이다. 혹시나 목조 주택에 안 좋을까 봐 가져가지 않았던 향초도 피우고, 빈둥빈둥 침대에 누워있으니 편안하다. 치팅데이(?)가 된 김에 배달음식이나 시켜먹고 놓친 예능 프로그램이나 몇 개 보고 자야겠다.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