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3일 금요일

by 모조

열세 번째 날, 제주에서의 평범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났던 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과 온몸이 쑤시더라도 돌아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한 채로 잠들었던 덕분인지 일찍 일어났다. 근육통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심하지 않았다. 오늘 하루 충분히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집안일 때문에 일찍 올라가야 했던 터라 꼭두새벽에 일어났다. 나야 뭐 상관없지만, 공항에 데려다 주기 위해 친구까지 일찍 일어나야 했다. 쉬운 일이 아닌데, 또 시간에 딱 맞춰 일어나더니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동조차 트지 않아 어두운 시골길을 가로질러 공항까지 바래다주었다. 고맙다는 말로는 부족하지만, 고맙다는 말과 조심히 돌아가라는 말만 남긴 채 비행기를 타러 떠났다.


이른 새벽이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공항에 있었다. 마침 면세점도 열려 있어 조카님 드릴 선물도 하나 챙겨 비행기에 올랐다. 기왕 면세점 온 김에 이것저것 더 살걸...


비행기 안, 오른쪽 대각선에 앉은 승객이 완전무장을 한 채로 비행기에 올랐다. 보호경과, 마스크, 일회용 장갑과 팔토시 등등. 코로나가 바꾼 모습 중 하나가 아닐까. 청정지역(?)에 머물다 보니 잊고 있던 심각성과 분위기를 다시금 새기는 기회가 됐다.


오전부터 분주하게 움직인 덕분에 이른 오후에 문제가 됐던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부모님과 식사도 하고 조카님도 뵙고 하다 보니 금세 저녁 시간이다. 걱정했던 다리나 허리 컨디션도 약간의 근육통만 있을 뿐 크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고작 십여 일이었지만 매일 오름을 올랐던 게 도움이 되었나 보다. 걱정 많았는데 생각보다 움직일만하다. 정말 혹시나 오늘 중요한 일을 못 치를까 걱정했는데 너무나 고맙게도 버텨줬다. 너무나 고맙다.


금요일 오후에 내려가는 비행기는 예상보다 비싸서(게다가 바로 전날 예약하려고 하니 비싸더라...) 내일 아침 일찍 내려가는 비행기로 발권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내 방, 내 침대에 누워 자는 날이다. 혹시나 목조 주택에 안 좋을까 봐 가져가지 않았던 향초도 피우고, 빈둥빈둥 침대에 누워있으니 편안하다. 치팅데이(?)가 된 김에 배달음식이나 시켜먹고 놓친 예능 프로그램이나 몇 개 보고 자야겠다.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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