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열넷,

내 이상형은?

by 모조

Q. 이상형이 궁금해요.



화이트데이에 이상형에 대해 고민하니 괜히 더 진지해지는 것 같다. 기우에서 한 가지 꼭 먼저 말하고 싶은 건, 어디까지나 이상형에 대한 글이라는 거다. 말 그대로 상상 속의 유니콘과 같은 존재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주 짧고 간단하게 얘기하면 내 눈에 예쁘고 누가 봐도 착한 사람이 이상형이다.


예쁘고 착한 사람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고민해보니 나와 다른 점을 가진 사람이 먼저 떠오른다.

내가 살이 찐 사람이다 보니 보통 혹은 마른 체형을 좋아한다. 긴 생머리가 잘 어울리는 데, 머리를 짧게 자르면 도시적인 느낌을 풍기는 사람이면 더 좋을 것 같다. 내 손이 두꺼비손이라 짧고 두껍기 때문에, 가늘고 긴 손가락을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 날이 추워지면 니트를 입는 걸 좋아하고 잘 어울리면 좋겠다.

내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하다 보니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운 사람을 좋아한다. 카메라 렌즈 앞에 서는 순간 모든 근육이 굳는 타입이다. 근데 카메라가 있든 없든 자연스러운 사람들이 있다. 아마 어떤 느낌인지,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한 두 명은 있기에 바로 떠오를 거다. 인스타에 올릴만한 콘셉트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본인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항상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있거나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분이면 좋겠다. 손이 둔한 탓에 이런 걸 정말 못해서 어릴 적에는 음대 친구가 연주하는 걸 보고, 같이 음악회를 가거나 미대 친구가 그림 그리는 걸 보고, 같이 미술관에 가는 게 소원이었던 적도 있을 만큼 예술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을 매우 좋아하고 동경한다.


기왕이면 비슷한 부분도 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취향이 뚜렷하면 좋겠다. 좋아하는 향이 있어서 모든 프레그넌스 제품의 베이스를 동일하게 한다거나, 특정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있다거나, 특정 도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게 내 취향이랑 달라도 상관없다. 자기 취향이 명확한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취향도 이해해줄 수 있을 거라 믿기 때문에 서로의 취향을 경험해가며 더 풍성하게 지낼 수 있을 테니까.

좋아하는 취미가 있으면 좋겠다. 여가시간이 있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잠시 자신만의 세계에서 쉬었다 나올 수 있게 하는 그런 취미 생활을 가진 사람이면 좋겠다.

혼자 있는 시간의 가치와 소중함을 아는 사람을 좋아한다. 왜 혼자 지내는 시간이 필요한지, 그 시간이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

기록하는 걸 즐기는 사람이면 좋겠다. 일상, 여행, 자신의 생각, 아이디어, 그게 무엇이든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록하는 사람이 좋다. 그림, 사진, 글, 영상, 그 형태가 무엇이든. 무형의 무언가를 유형으로 기록하고 남겨두는 사람이면 좋겠다.

“다르다”와 “틀리다”를 섞어 쓰지 않고, 명확히 구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이 두 말이 가진 차이를 아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나 꿈이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만면에 미소를 띠면서 즐겁게, 혹은 야망 가득한 눈빛으로 그 꿈이나 목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우선 기본적인 매너를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 친절을 베풀고, 공감하고, 베풀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이상형은,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이다. 말 그대로 이상형이니까.


쓰다 보니 엄청나게 길어진 것 같다. 날도 날이고,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이상형의 조건이 하나 둘 늘어나는 듯하다. 그렇게 조건이 하나 둘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이상형은, 그저 이상형일 뿐이라는 것도 명확해지는 듯하다. 그래서 버킷리스트에 대한 질문에 답을 달 때 ‘엠마 왓슨’을 이상형이라고 적었던 것 같다. 만나본 적은 없지만(만나볼 기회도 거의 없을 테니) 그는 아마도 저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고 막연히 기대하고 있는 거다. 말 그대로 정말 상상 속의 존재인 것이다.


물론 내가 그리는 이상형을 만나 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는 만나다 보면 발견할 수 있는, 내 눈에 너무나도 예쁘고 아름다운 매력을 가진 사람을 더 만나는 게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이 말만 수년 째 하고 있다고 핀잔을 들을 것 같지만, 일단 기회가 되면 누구든 만나고 봐야겠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이상형은 어떤 사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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