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열아홉,

도대체 잠을 언제 자는 걸까요?

by 모조

Q. 잠은 언제 자나요? (매일 깨어있는 듯한 느낌 ㅋㅋ)


솔직히,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잠 많이 잔다.


중학생이 된 이후로, 학교를 가거나 회사를 가는 날에는 6시간 이상 자는 날이 거의 없긴 하다. 아마 대략 하루에 4~5시간을 잤던 것 같다, 평균적으로.


학생 때는 공부 하고 나서 게임을 하기 위해 새벽까지 깨어 있었다. 디아블로2만 아니었어도 키가 5cm는 더 클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대학생이 된 이후에는 어릴 때 몰랐던 것들을 하나하나 따라 가느라 더욱 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이런저런 것들을 경험하고 즐겼다.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후엔 워낙 야근이 많았고, 야근이 없다고 하더라도 퇴근 후에 보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게 많다 보니 매일 늦게 잠이 들었다. 건강에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매일매일 자는 것보단 다른 걸 하는 게 더 좋았나 보다.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게 참 안 좋은 건데.


이렇게 자는 시간 쪼개가며 하고 싶은걸 하다 보면 언젠가는 퍼지는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때는 주말 내내 핸드폰과 노트북도 멀리한 채 침대에만 누워있는 경우도 있다. 아, 그리고 대학생이 된 이후로는 이동시간에 쪽잠을 자면서 부족한 잠을 보충하곤 했다. 1400번 버스에서 꾸벅거리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친 경허도 여러 번 있었고, 최근에는 출퇴근길에 지하철에 서서 자면서 충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어릴 때(?)는 주말에 하루 몰아 자면 충분히 회복했었는데, 요즘은 체력이 달리는 게 느껴지는 데다가 몸이 안 좋아진 이후로는 꾸준히 6시간 이상 자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수면시간이 늘어났을 뿐, 여전히 얕은 잠을 자다 2~3시간 간격으로 한 번 씩 깨곤 한다. 수면 시간보다는 수면의 질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이건 진짜 고쳐야지 싶다. 아마도 우울증과 불면증을 심하게 한 번 앓은 이후에 남은 트라우마 같은 게 아닐까 싶다. 그때는 정말 잠을 못 자서 약도 처방받았었고, 어느 정도 회복한 이후에도 한동안 고요한 곳에서는 잠을 자질 못했다.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나 음악소리가 있어야만 잠이 들 수 있었던 탓에 항상 노트북으로 사람들이 웃는 소리가 많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들을 켜놓고 잠들었다. 그러다 보니 깊은 잠은 못 자고 선잠이 든 채로 자주 깨고 잠들기를 반복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런 수면 패턴 때문에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한테 피해를 준 적도 있다. 2009년에 친구들과 함께 팀을 꾸려 학교에서 진행하는 해외연수 프로젝트 때였다. 지원금을 받긴 했어도 유럽 체류 비용은 학생들에겐 부담스러운 수준이었고, 숙박비용을 아끼기 위해 집을 하나 빌리거나 호텔 방을 한 개나 두 개만 잡아서 네 명이 같이 잠을 잤었다. 그때도 잠은 자야 했기에 항상 노트북으로 <패밀리가 떴다>를 틀어놓거나 영화를 틀어 놓은 채 잠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소음일지도 모를 상황이건만, 함께 지낸 세 명 모두 단 한 번도 볼멘소리를 한 적이 없다. 오히려 깊이 잠들지 못하는 나를 걱정해줄 뿐이었다. 이게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지,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친구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여러 번 얘기했던 것 같은데, 내가 진짜 인복 하나는 타고났나 보다.


한편으로는 우울증이네 불면증이네 이런 거 다 핑계고, 그냥 살이 찐 탓에 수면무호흡증 때문에 살기 위해 억지로 잠에서 깨우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일단 살부터 빼보자...


어쩌다 보니 삼천포로 빠져서 한참 돌아왔는데, 다시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하면 이렇다. 많이 잡니다. 잠이 부족하면 서서 자든, 몰아서 자든 많이 자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잠을 많이 주무시는 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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