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친구가 오기 전에 미리 조식 메뉴(?)를 주문받아뒀었다. 그릴드 치즈와 허니 버터 토스트. 그래서 우선 그릴드 치즈를 해주려 했는데, 여건상 실패. 그래도 비스무리하게 흉내는 내서 아침상을 차렸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친구들이 놀러 나가기 전에 끌고(?) 동네 산책을 떠났다. 매일 가는 그 코스대로 한 바퀴 돌고 오름도 같이 올랐다. 약간 로컬 투어 가이드가 되어가는 것 같은데, 이런 느낌 나쁘지 않다.
친구들이 여행을 떠난 후, 홀로 집에 남아 청소도 하고, 환기를 위해 문 죄다 열어두고 노래 크게 틀고 멍 때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점심시간이 돼서 한상 거하게 차렸는데, 동생 내외가 남기고 간 유아용 된장국이 킬링 포인트였다. 두부를 조금 더 썰어 넣고, 미리 해둔 밑반찬들이랑 차려 먹었다. 간이 하나도 안 되어 있는 된장국인데, 이것도 맛있다. 먹을 만 해. 삼삼하니 좋다.
점심까지 먹고 나서, 설거지를 하고 다시 스위치를 잡았다. <모여봐요, 동물의 숲> 하다 보면 시간이 정말 잘 간다. 이게 뭐 특별히 할 건 없는데, 왜 시간이 잘 가지..? 특별히 할 게 없어서 시간이 잘 가는 건가.
친구들이 집으로 오는 길에 유명한 돔베고기를 사 왔다. 제주도 와서 돔베고기 한 번 못 먹고 돌아가나 했는데, 1인분 파는 곳이 많지 않은 데다가... 밖에 나갈 생각이 없다 보니, 친구들 덕에 문제 해결 완료. 집에 있는 나무 도마로 느낌 좀 내고, 즐겁게 배부르게 또 한 번의 저녁 식사를 대접받았다. 이틀이나 저녁밥 따로 안 해 먹어도 되니 좋다.
저녁 식사 후, 게임판이 열렸다. 진짜 오랜만에 원카드. 약간 타짜에게 당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소원 걸고 하다 보니 시간이 진짜 빨리 간다.
게임판을 접고 친구와 함께 밤 산책을 떠났다. 셋이 다 같이 가면 좋은데, 한 명은 몸이 안 좋아서 집에서 쉬고 둘이 다녀왔다. 그러고 보니 제주에 와서 제대로 된 밤 산책을 나온 건 처음이었다. 날이 춥다고, 바람이 분다고 미루다 이제야 밤에도 걸어 다닐 만큼 날이 풀린 것 같다. 여전히 바람은 차지만, 걸어 다닐만하다. 산책로는 친구들에게 동네 카페들을 소개해줄 때 으레 다니던 코스였다. 낮과 달리 가로등이 많질 않아 점점 어두워진다. 사방이 고요해 발걸음 소리와 주고받는 대화 소리만 들린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도 잘 보인다. 집에서는 조명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는데 별이 참 많다. 산책을 다니는 내내 오리온자리가 따라다녔다. 오랜만에 하늘을 여러 번, 오랫동안 올려다봤다.
짧은 산책이었지만 이런저런 대화가 오갔다. 서울에서 매년 열리는 '서울 도시건축 비엔날레'에 대한 정보도 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 관심사, 올해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오픈하우스 프로그램을 추천받았는데, 간략한 설명을 듣기만 해도 무척이나 참여하고 싶어 진다. 관심의 폭을 넓히니 이렇게 또 도와주는 이가 늘어나니 좋다. 올해 또 다른 기회로 만나면 이야기를 주고받을 사람과 대화를 나눌 주제가 더해진 것 같아 좋다. 그리고 이 대화의 마지막도 다시 한번 '간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