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요리는 왜 하는 거예요?
Q. 계란 요리는 왜하는겨?
이번 질문은 배경 설명이 조금 필요할 것 같다. 갑자기 무슨 계란 요리?라는 생각이 들 테니.
제주에 한 달 살기를 하러 오기 전에, 친구들한테 '제주에서 꼭 하고 왔으면 하는 일'과 '평소에 나에게 궁금했던 점'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었다. 그때 50명이 넘는 지인이 참여해줬는데, '제주에서 꼭 하고 왔으면 하는 일'의 선택지 중 하나가 '매일 다른 계란 요리해 먹기'가 있었다. 그 선택지를 본 지인이 '나에게 궁금한 점'을 답할 때, 도대체 그게 왜 선택지에 있나 궁금했던 것 같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다. 이번은 여행을 떠나온 게 아니라 한 달 동안 살러 온 거다 보니 매일 밥을 직접 해 먹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기왕 한 달 동안 요리를 하면서 지내는 김에 식재료 하나 정도는 제대로 잘 다룰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나중에 독립을 해서 지인들을 초대하거나 파티를 할 때 자신 있게 내놓을 요리도 생기고, 나 스스로의 삶의 질도 더 올라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식재료를 이용할까 생각해봤는데, 좋아하기도 하고 다루기도 쉬운 식재료가 바로 계란이었다. 비싸고 손도 많이 가고 뒤처리도 번거로운 해산물이 제일 먼저 제외됐고, 고기류는 직접 손질(발골이나 이런 거...)을 할 상황도 아니고, 1인분씩 해먹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제주 마트에서 1인분 단위로 소분해서 팔리가 없으니 말이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계란 요리를 해 먹어야겠다 마음먹었다.
준비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마침 제주도 지인의 제보 덕분에 좋은 계란을 집까지 배달해주는 업체를 찾았다. 서점에서 계란을 활용한 레시피를 담은 요리책도 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매일매일 다른 계란 요리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게 마음처럼 되질 않더라. 그냥 평소에 간간히 먹던 계란 요리를 매일 먹은 정도였다. 토스트와 곁들일 에그프라이, 스크램블드 에그. 밑반찬계의 터줏대감 계란 장조림과 신흥강자 계란장. 거기에 계란말이, 토마토 계란 볶음, 오믈렛 정도니 딱히 계란 요리의 스펙트럼이 넓어지지는 않았지만 자신감을 좀 붙었다. 특히 스크램블드 에그는 진짜 먹을만하다. 제주에 오신 지인들께 한 두 번 해드린 적이 있는데, 그럭저럭 만족하셨던 것 같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영국식 스크램블드 에그를 한 번 대접해야겠다. 한 달 동안 연습(?)한 메뉴라고, TMI를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