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번째 날입니다. 이제 1주일도 안 남았네요.
두 분 다 어제 달리신 탓인지 편하게 주무시고 계시더라. 아침식사를 위해 깨우는 게 더 민폐가 될 것 같아 부엌에서 나만을 위한 루틴을 따라 조식을 차렸다. 식빵이 애매하게 남아 러스트 느낌으로 설탕으로 캐러멜 라이즈가 되게, 평소보다 조금 더 태우는 느낌으로 토스트를 했다. 스크램블드 에그에 버터도 많이 넣고, 사과도 깎고, 커피도 내렸다. 이 루틴을 계속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
형님들이 일어나기 전까지 폴딩도어만 열어두고 빈둥거리면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켰다. 어제 그제 돌아다니느라 플레이 시간이 좀 줄어들었던 덕분에(?) 할 게 많아졌다. 게다가 게임이 좀 진행되고 보니 할 게 많아지면서 시간 잡아먹는 괴물이 되어 가고 있다. 형님들 일어날 때까지만 해야지 했었는데, 하다 보니 금세 점심시간이다. 해장이 필요하신 두 분은 너구리를 한 솥 끓여 드시고, 난 밑반찬과 함께 한식 백반 한상을 차려먹었다.
드디어 노천탕을 개시했다. 형님들의 과감한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물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시간'단위라는 게 문제긴 한데, 다 받아놓고 보니 분위기 있다. 형님들 하시는 거 보니 나도 가기 전엔 꼭 하고 가야겠다 싶다. 아니, 이거 생각보다 훨씬 좋을 거 같아.
두 분께 어도오름은 꼭 소개해드리고 싶었기 때문에 동네 산책 같이 가기로 했다. 형님들이 노천탕에서 천국을 즐기시는 동안 분리수거도 하고, 청소도 하고,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슬슬 해가 서산 너머로 지기 시작할 때쯤 다 같이 산책을 떠났다. 오름으로 가는 길은 오늘도 아름답다. 내가 찾은 포토스팟들, 내가 눈에 담는 포인트들을 하나하나 속성으로 가이드해드렸다. 감사하게도 모든 스팟에 만족하셨다.
오름 산책을 마치고 같이 바람우표로 향했다. 두 분 중 한 분이 최근까지 독립서점을 운영했던 터라 좋아하실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마음에 들어하셨다. 특히 제주 작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쓰이는 점이랑, (코로나19 탓에 무기한 연기된 걸로 알고 있지만) 종종 북토크나 토론회를 여는 것도 흥미로워하셨다. 오픈할 때부터 나만의 아지트 같은 공간이었는데, 그 서점이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문이 닫히는 날, 나도 모르게 마음이 허해졌던 그 기분이 아직도 선명하다. 아무튼, 그때 이야기도 하고, 다른 형님이 하셨던 레스토랑 얘기도 하면서 추억팔이를 하다 보니 금세 저녁 시간이 되었다.
이틀 연속 봉성식당 방문 성공적. 어제는 흑돼지였으니 오늘은 백돼지. 오늘도 고사리는 추가. 형님들 덕분에 오늘도 배부르게 맛있게 잘 먹었다. 댕댕이가 피곤했던지 바닥에서 잠이 들었다. 귀엽기도 하지. 댕댕이랑 더 놀다 가고 싶었는데 아쉽다.
집에 돌아와 한 번 더 술자리를 열었다. 어제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BGM은 오늘도 트로트. 술이 조금씩 들어가면서 다시 텐션이 올라간다. 두 분이 내일 가시면 이런 텐션 한 동안 못 즐기겠지. 다음에 서울에서 다시 만나기를 약속하며 어제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잠이 들었다.
산책을 나설 때 부고를 들었다. 내일 한 번 더 인천에 다녀와야겠다. 형님들께도 이 소식을 전하고 내일 새벽 일찍 인천으로 가야 하니, 죄송하게도 배웅은 못 해 드릴 것 같다 말씀드렸다. 형님들께서 청소랑 다 해놓고 갈 테니 걱정하지 말라 신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