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스물다섯,

가장 완벽한 영화라고 생각하는 작품은?

by 모조

Q. 전반적으로 가장 완벽한 영화라고 생각되는 작품은?



개인적으로 꼭 하나의 영화를 고르라고 한다면 <다크 나이트>를 고른다. <다크 나이트>만 놓고 봐도 매우 훌륭하고, 트릴로지의 중간편으로서의 역할도, 내가 본 영화 중에서는, 제일 잘 수행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일단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래픽 노블 시리즈가 바로 '배트맨'이다. MCU 덕분에 제일 좋아하는 히어로는 로다주의 '아이언맨'이지만, 코믹스만 두고 보면 배트맨이 최고다. 다른 히어로와 다르게 그 특유의 어두운 면과 고독, 배트맨이 품고 있는 공포와 슬픔, 인간미에 푹 빠져 있다. (은근 배트맨과 아이언맨이 비슷한 면이 많다) 이걸 제일 잘 그려낸 게 <다크 나이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은 이전까지 그저 오락용 영화 소재의 하나였던 히어로 무비를 예술의 경지, 혹은 하나의 장르로 끌어올리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만약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가 없었다면(엄청 논쟁이 될만한 말일 것 같은데), 내가 사랑에 마지않는 MCU가 이렇게 마음껏 세계관을 펼치고 전 세계적으로 흥행을 하면서 영화 산업의 새로운 획을 긋는 역사를 만들어 내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케핀 파이기 형님이 충분히 멋진 세계관을 만들어 냈을 거라고 믿지만.

사설인데, 지금 DCEU가 쪽박을 쓰는 것도 놀란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 영향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DC에서 '슈퍼맨' 이상으로 흥행에 영향을 끼치는 캐릭터들이, 놀란에 의해 만들어진 '배트맨'의 이미지를, '조커'의 이미지를 깨지 못하면서 힘을 하나도 못 받기 때문이다. 물론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 DCEU 디렉터가 캐릭터를 쌓아 올릴 생각은 일도 안 하고, <어벤저스>의 성공에 배가 아파 무작정 캐릭터들을 소비하는 게 제일 큰 문제지만. 제발 DCEU가 제자리를 찾길 바랍니다. WB를 떠나요, 제발.


그리고 <다크 나이트>에는 역사상 최고의 조커가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들어낸 캐릭터와 히스 레저 배우의 연기를 통해 완성된 조커야 말로 이 영화가 가장 완벽한 영화로 평가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이다. 이 세상의 어떤 악당이, 히어로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개인적으로 타노스도 매우 갬성 넘치는 낭만 빌런이라고 생각하고 애정 하지만 <다크 나이트>의 조커만큼의 임팩트를 주진 못했다).


이 순수한 광기를 뿜어내는 빌런 덕분에 <다크 나이트>에서는 선과 악의 구분이 불분명해진다. 배트맨도 그저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고담의 정화라는 대의를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중요한 순간엔 그 대의보다 본인의 사랑이 최우선인,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결국 <다크 나이트>에는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닌, 인간과 인간이 자신의 가치관에 의해 대립하는 거다. 마치 미국이, 세계의 경찰임과 동시에 세계 최고의 해적, 악당으로 평가받는 것처럼. <다크 나이트>가 히어로 무비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평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히어로 무비가 그저 허무맹랑한 만화 속, 오락거리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라는 걸 피부에 와 닿게 그려낸 작품이라는 점이다. <다크 나이트>를 보면, 배트맨이, 조커가, 투페이스가 우리 주변에 있을 것만 같다. 개개인이 현재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영향을 끼친 경험들도 모두 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이들이 보이는 갈등이나 대립 구도도 모두 현실적인 이슈들이며, 이로 인해 일어나는 피해들도 모두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는 게 너무나 놀라웠다. 이러한 현실세계와의 강력한 연결고리들의 이 영화를 위대하다 칭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현실성은 비단 스토리나 캐릭터 간의 갈등에만 녹여진 게 아니다. 생뚱맞은 예시일지도 모르겠는데, 그 배트모빌, 텀블러를 보자. 그 텀블러가 진짜 예술이다. 그냥 막 만들어진 가상의 머신이 아니라, 공학적으로 구동이 가능하고 실제로 구현이 가능한 텀블러를 만들어 냈다. 이전까지 그냥 만화 속에서나 볼 것 같은 기다란 콘셉트카 배트모빌들이 엄청나게 후져 보일 정도로 임팩트가 엄청났던 배트모빌이다. <다크 나이트> 이후로, 배트카하면 내게는 오직 '텀블러' 뿐일 정도로 엄청 매력적인 차였다. 아니, 히어로 무비에서 이런 것까지 이렇게 현실적으로 고려해서 만든 적이 있었나? 크리스토퍼 놀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거다.

(사족을 좀 더 붙이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캣우먼의 귀 모양 머리띠가 갑자기 하이테크 고글이 되는 순간 소름 쫙 돋았다. 이전까지 그 고양이 귀는 그냥 코스튬이었다. 가면 같은, 근데 그게 이렇게 현실적인 히어로 장비가 되는 걸 봤을 때 어찌 열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영화적으로도 연출과 편집, 촬영, 음악(한스 짐머의 음악은 진짜 마법이다.), 분장, 소품 등등 모든 영역에서 그 어떤 거장들의 영화제용 영화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생각한다.

그렇기에 내게 제일 완벽한 영화는, 뭔가 크리스포터 놀란 감독, 배트맨이라는 캐릭터, 크리스천 베일에 대한 애정들이 필요 이상으로 과한 평가를 주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다크 나이트>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생각하게 제일 완벽한 영화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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