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고의 여행지와 그 이유는?
인생 최고의 여행지는 프랑스 파리다. 평생 변하지 않을 몇 가지 중 하나가 이 답변이다.
물론 여행지마다 잊지 못할 추억들이 있다. 가끔 스트레스가 무척 많이 쌓인 날, 꿈에 나오는 순간들이 있다.
로마에서 영화 같은 하루짜리 데이트를 했던 날, 런던에서 친구가 만들어준 떡국을 먹었던 날, 뉴욕 에이스 호텔 로비에서의 추억, 도쿄에서 친구와 같이 저녁을 먹고 지났던 간다 역 거리, 스타벅스 리저브 밀라노 매장에 들어가는 순간, 아말피 해안의 아름다운 해변 등등. 모든 여행지가 최고의 순간을 경험했던 최고의 여행지였다.
하지만 파리는 조금 다르다. 파리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있는데, 그걸 너무 좋아한다. 핸드폰을 바꿀 때마다 잠금화면과 배경화면을 무척이나 고민해서 고르고, 핸드폰을 교체하기 전까지 유지하는 편인데, 교환학생을 갔다 도둑맞은 핸드폰을 바꾼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파리를 고집하는 것만 봐도 파리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게 분명하다.
다른 여행지와 달리 파리는 4개월 이상 머물렀던 도시이기에 더 애정도 가고, 도시 특유의 분위기에 녹아들 시간도 많았긴 하지만, 단순히 오래 머물렀다는 이유 만으로 파리가 좋은 건 아니다.
파리에는 스토리가 있는 공간이 많다. 세계 최초의 카페이자 프랑스혁명문을 작성한 Le Precope나, Cafe de Flore, Les Deux Margot 등 사상가와 예술가들이 머물렀고,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하루하루 다양한 스토리를 얹어가며 100년 이상 한 자리를 지키는 가게들이 있다. 내가 꿈꾸는 그런 공간들이 있는 곳이다.
파리 시내의 크기가 작다는 것도 매력이다. 도보로 어지간한 관광지는 다 둘러볼 수 있다. 물론... 튼튼한 두 다리가 필요하긴 하지만 다른 도시에 비해 걸어 다닐만한 크기다. 이탈리아에서 피렌체가 좋았던 이유 중 하나도 걸어서 여행을 다니기 충분한 크기라는 점이었던 걸 보면 도보로 다닐 만한 도시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서울이 너무 커서 그런 걸지도.
야경도 무척 아름답다. 미디어가 만들어낸 파리의 이미지에 의한 버프가 있긴 하지만, 그 버프를 걷어내더라도 야경이 무척 아름다운 도시다. 물론... 안전의 이슈가 조금 있긴 하지만, 야경만큼은 관광지를 중심으로 큰길로 잘 다니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그냥 센강 따라 걷기만 해도 좋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밤, 시테섬에서부터 트로카데로까지 꼭 걸어가는 데, 그게 참 좋다.
매력적인 골목도 많다. 파리 특유의 '파사쥬'가 만들어낸 개성 있는 상점 거리들이 있다. 골목골목 다니면서 이런 곳들을 찾아내는 묘미가 있다. 힘들 때마다 꿈에 나오는 루트 중에 제일 좋아하는 루트가 이런 골목의 매력이 그대로 담겨있는 코스다. 생미셸(Saint Michel) 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셍떵드헤 데 아흐(Saint-Andre-des-Arts) 광장이 나온다. 여기에서 셍떵드헤 데 아흐 거리(Rue Saint-Andre-des-Arts)로 들어간다. 최근에 가보니 많이 달라지긴 했는데, 이 골목에는 음식점과 기념품 상점, 독립 예술 극장이 있다(매년 한국영화제가 열리는 극장들이다.). 극장을 조금 지나서는 꽤 매력적이었던 스타벅스가 있었다. (최근에 가보니 초콜릿인가 다른 음료 매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스타벅스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다 보면 왼편에 Le Precope의 후문이 있는 파사쥬가 하나 나온다. 그 골목이 진짜 매력적이다. 고급 필기구 가게, 레스토랑, 초콜릿 가게, 카페가 쭈욱 있는데 이 길을 지나면 오데온역(Odeon)으로 갈 수 있었다. 골목을 지나 딱 나왔을 대, UGC Danton 영화관이 보이고, 왼편에 2층짜리 스타벅스가 보인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유도 없이 이상하게 이 길이 참 좋았다. 그래서 그냥 특별히 할 일이 없을 때면 이 루트로 산책을 떠나 스타벅스로 가거나, Les Editeurs에 가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가끔 너무 힘들 때면 그냥 이 길을 걷고 싶을 생각이 들 정도로 좋다. 이러니 파리가 좋을 수밖에.
그리고 진짜 맛있는 게 많다. 일단 바게트가 진짜 맛있다. 크로와상도 진짜 파리에서 먹으면 더 맛있다. 아침에 크로와상이나 바게트에 커피나 탄산수 한 잔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추운 날 먹는 어니언 수프도 맛있고, 길가에서 지나다니는 사람들 보면서 먹는 커피도 맛있다. 거기다 와인도 매우 저렴한데, 와인 한 병 사서, 센강을 거닐며 먹거나, 센강에 자리 잡고 먹거나, 상 드 막스 공원에서 에펠탑 조명쇼 하는 거 보면서 마시면 더 맛있어진다. 내 생에 첫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도 프랑스 파리에 있다. Le Pre Catelan. 여기서 먹은 개구리 뒷다리 튀김이랑 수프는 진짜 아직도 잊히질 않는다. 치즈 카트 나왔을 때, 혹신 여러 개 달라고 하면 돈을 더 내야 할까 봐 조마조마했던 그 순간도 잊히질 않는다(카트에 있는 거 다 달라고 한다고 돈을 더 받지는 않는다. 다만 다 먹으면... 위장이 못 버틸 거다.. 아마도.). 꼭 미슐랭 스타가 아니라도 좋은 식당들과 노점이 많다. 파리는 미식 여행을 콘셉트로 떠나기 충분한 도시다.
또, 개인적으로 인상주의를 매우 좋아하는데, 파리에는 이 시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특히 오랑쥬리 미술관의 수련 전시관은 지금껏 방문했던 수많은 미술관 중에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다. 오롯이 한 작품을 위해 공간을 내어준 그 공간이 정말 좋다. 오픈 시간에 맞춰 제일 먼저 들어가서 보고, 끝날 시간에 가서 제일 마지막까지 있다 오고 싶게 하는 공간이다. 그 공간을 즐길 수 있기에 파리가 좋다.
아, 그리고 파리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다 매력적이고 개성 있는 도시다.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개개인의 개성을 최대한 존중한다. 이게 너무 좋다. 그러다 보니 개개인이 다 특유의 매력을 뿜어낸다. 그래서 그 어느 도시보다 사람 구경하는 맛이 있는 동네다. 길가를 향해 자리가 놓여 있는 카페에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곳이 파리다.
게다가 관광객으로 경험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경험했다. 강도까지 당해봤으니. 아, 아직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여행을 가보진 못했으니 다 해본 건 아니구나.
아무튼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파리에 대한 로망, 거기에 내가 경험했던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잔상이 무척이나 짖게 각인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여행을 고민할 때 후보지로 오르거나 꿈에 그리는 여행지는 아마도 죽을 때까지 파리일 거다.
아, 마지막으로 매력적인 장소들은, 일단 본문에서 언급했던 곳들 다 좋다. 더 자세한 정보는 따로 연락을 주면, 공유하겠다. 구글 맵에 열심히 찍어뒀고 여행 가시는 분들 다 만족하셨던 리스트이니, 여행의 목적과 콘셉트, 원하는 느낌적인 느낌을 알려주면 그때 알려주는 게 더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