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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컴 Sep 13. 2020

#1. 퇴사일기를 또 쓰는 이유

퇴사일기 시즌 2 - 재입사 후 2년이 흐른 지금 다시금 든 펜


퇴사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 쓰는 퇴사일기.
실망스러우셔도 한 번 읽어보시면 오해가 풀리실지도...ㅠㅠ


잘못하면 금방 닫을 것 같지만, 일단 엶


블로그를 주로 운영하던 내가 브런치를 엶과 함께 퇴사일기부터 쓰고 앉아있다. 

그러니, 사실상 이름하야 퇴사일기 시즌 2 되겠다.


학교 수업도 첫날은 간단히 오리엔테이션만 하니까,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으니 오늘은 왜 내가 특수대학원을 병행하며 내 두 번째 직장을 2년 이상 잘 다니면서까지 퇴사 컨셉을 또 들고 나왔는지에 대해서만 간단히 이야기하고자 한다. 퇴사와 같은 자극적인 단어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때문은 절대 아니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인데... 아몰랑. 그런 생각은 해봤는데, 본질적 사유는 아니다. 



그럼 대체 왜? 


간단히 필자를 소개하자면, 군대에서 남은 군대리아 번을 바리바리 들고 와 평상 아래에서 구슬피 울고 있는 고양이 밥 주다가 문득 막막한 앞길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내가 좋아하는 스포츠와 내 전공인 경영을 접목할 수 있는 (융합과 통섭의) 스포츠마케팅이라는 직종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되었고, 그렇게 5-6년 동안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한 우물만 파서 정말 천운이 닿아 국내 스포츠 브랜드에 입사를 했다. 


우리 대학 입학했을 때 감정 기억나는가? 대학만 입학하면 인생에 탄탄대로가 펼쳐질 것만 같았던 그 감정, 그 달콤한 착각의 늪. 이상하게 달콤한 착각 앞에서 사람의 실수는 반복된다. 결과적으로 2년 동안 적성과 흥미, 일과 삶의 균형, 현실과 이상의 괴리, 취미와 일의 상충, 열정과 행복의 함수관계 등 갖은 정신적 번뇌의 반복 끝에 생각보다 허무하게 첫 회사에서 나오게 되었다. 


이 회사는 업계에서 상당히 유망했고, 같은 꿈을 꾸고 있는 동지들의 선망의 대상이었기에 내 결정은 의외였고 파격에 가까웠다. 하지만 사실 나는 달랐다. 이때 이미 남들 모르게 수 없이 많은 갈등과 고민과 상처와 그 틈바구니에서 가끔씩 느끼는 소소한 행복을 배스킨라빈스 먹듯 번갈아 맛보며 '생각보다 회사라는 간판이 나를 일으켜주지는 못하는구나'를 느꼈고, 이는 달리 말하면 '회사라는 간판에 의존하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되겠다'와 같았고, 이 생각은 종국에는 '나 정도의 평범한 사람은 회사에 얽매이지 않는, 최소한 정신적으로 퇴사하는 삶을 사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이다. 


정신적으로 퇴사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나라는 브랜드가 오롯이 바로 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은 어영부영 살면서 대충 일하는 것이 아닌, 정말 회사에서 내가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무기를 가지고 있어야만 그나마 이 세상에서 자주적이고 나다운 사고를 하면서 나답게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생각에 미쳐 대학원에 입학하고 전 회사에서 대충 보던 숫자를 좀 더 잘 들여다볼 수 있기 위한 최소한의 공부들을 해 왔다. 그렇게 1년 여가 지난 후 두 번째 회사에 겨우 입사를 할 수 있었다. 


혈혈단신으로 '맞짱' 떴던 첫 번째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나름 칼을 갈고닦아 '날 선 커터칼' 정도 만들어 두 번째 도전을 했고 그 결과는 첫 번째보다는 나았지만 여전히 상당히 나는 부족함을 느꼈다. 시간이 흐르면서 커리어를 전환한 내가 무기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서서히 전장에 나가는 군인의 소총과 같이, 당연히 갖춰야 할 소양이 되어갔다. 스페셜과 제네럴 사이에서의 발버둥질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뜻이다. 즉, 정신적으로 퇴사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끝없는 자기 계발과 셀프 브랜딩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결국 끊임없이 생각하고 발전하는 수밖에 없다. 퇴사일기는 그 과정에서의 수련 및 점검의 장


그렇다. 이제 첫 회사와 두 번째 회사의 재직기간이 개기일식을 이루었다. (대충 비슷해졌다는 뜻인데, 여기서 또 문송해야겠군...) 아무튼 결론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발전하여 회사에서 의미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역설적으로 그것이 회사에 내 명운을 과도하게 걸지 않으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최대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아, 물론 프리랜서 등 홀로서기하시는 분들은 예외다. 스스로 앞 길을 개척하는 모습이 멋지다는 생각이다. 

 

쓰다 보니 글이 엄청 길어졌다. 모르겠다 그냥 축약하지 않으련다. 오리엔테이션이라고 해놓고 꽉 채워 강의하시는 교수님들의 모습과 진배없지만... 앞으로는 분량 조절을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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