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문안인사라 썼는데 반찬털이로 읽힌다.
이번 주말에는 본가에 갔다.
아내가 재취업에 성공한 일과, 우리의 결혼식 동영상이 드디어 나왔다는 두 가지 기쁜 소식과 함께 가벼운 발걸음으로 부모님을 뵈러 갔다. 귀여운 조카가 깨알같이 등장한 모습도 공유하고 싶은 마음 한가득 함께 담아서.
부모님께서는, 특히 어머니께서는 항상 정성이 가득 담긴 집 밥으로 극진한 환대를 대신해 주신다. 정말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특히 결혼 후 처음으로 집에 갔을 때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관용어구를 빌리자면 '상다리가 휠 정도의'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다시 한번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앞으로 예전만큼 자주 볼 수 없기 때문에 가끔이라도 좋은 음식을 즐겁게 함께 먹으며 짧지만 깊고 소중한 시간을 공유하기를 바라는 큰 뜻이리라는 생각을 한다.
한편 언젠가부터 이벤트성 가족모임의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한 연어 샐러드는 고기 위주의 반찬을 좋아하던 우리 집의 기존 식습관에 밸런스를 잡아주는(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효자종목이 되었다. 이건 마치 축구에서 공격 성향의 화려한 미드필더만 즐비한 팀이 수비 불안으로 애를 먹을 때, 좋은 수비력을 갖춘 탄탄한 수비형 미드필더를 기용하여 스쿼드의 밸런스를 맞춘 느낌이랄까? (바르셀로나 전성기 사비-이니에스타 듀오 아래에서 궂은일 도맡아 하던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희생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부스케츠는 채소다.) 이래서 축구는 삶이고 철학인가 싶다. 뭐라는지.
전날 술을 (또) 한잔했었는데, 아니 내가 먼 곳에 살아도 어찌 아셨는지 이렇게 먹음직스럽고 탐스러운 황태북어국을.. 끓여 주시었다. 사실 이건 부모님의 촉이라기보다는, 토요일 점심 가족모임이었기 때문에 높은 확률로 예측 가능한 식단이었을 수 있겠다.
굳이 치부를 드러내자면 나는 매우 긴 기간 동안 금요일 저녁 매우 높은 확률로 음주를 해왔기 때문에, 이 데이터가 10년 이상 누적되었다면 부모님께서는 매우 신뢰도가 높으면서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보유하고 계셨을 터. 이내 살짝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그보다 감사한 마음 몇 숟갈 더 얹어서 아주 즐거운 식사를 했다. 다 함께 :)
식사 후 디저트 시간. 동생 내외가 아내의 재취업을 축하한다며 예쁘고 달콤한 케익을 선물해 주었다. 덕분에 소중한 시간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주었다. 축하받는 일은 언제나 행복한 것, 그것도 가족들이 우리의 좋은 일에 축하를 해준다는 것은 정말 우리 둘이 하나의 가정으로, 우리 가족의 소중한 일원으로 함께 속했다는 또 하나의 기쁜 날로 기억됨을 의미하기에 시사하는 바가 큰, 그런 뜻깊은 날이었다.
다시금 모두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반나절 가까운 긴 시간을 아무래도 어려울 수밖에 없는, 우리네 말을 빌리자면 '시댁'에서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쌕쌕 웃어주며 소중한 시간을 '우리'로 함께해 준 아내에게 가장 위대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하는 우리들의 유대와 화목을 소중히 하고 싶은 나의 소망이 내 선의와는 달리 일방통행이 되고 있는 게 아닌지 나도 때때로 경계하며, 또한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