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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컴 Oct 08. 2020

#2. 특수대학원?

3년 전, 퇴사 10개월 차 백수의 빅데이터 특수대학원 들어간 뒷이야기

퇴사 후 정신없이 놀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3개월, 2017년부터는 새로운 마음가짐과 위기감을 동시에 느끼며 부랴부랴 자격증 공부부터 해나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퇴사 10개월이 지나서야 대학원에 어렵사리 입학할 수 있었다.

지난 1화에 소개했던 바와 같이, 내가 입학한 곳은 직장인들을 주 대상으로 운영되는 특수대학원이다. 풀타임 연구에 매진하는 일반대학원과는 학위 수여라는 공통점도 있겠지만 사실 차이점이 훨씬 많다고 봐야 한다. 해서, 이 부분을 미리 밝혀두는 게 좋다고 판단됐다.


대학원 생활에 대한 본격적인 썰을 풀기 전에, 특수대학원의 개념에 대해서 알려드리는 편이 좋다고 생각된다. 네이버 카페나 지식인을 보아도 생각보다 특수대학원의 정보가 부족하며 근거 없는 뜬소문도 파다한 것 같다. 정리의 필요성을 느낀다. 



직장인을 주 대상으로 하는 곳이니 야간에 진행되는가?

맞다! 고려대학교 컴퓨터정보통신대학원 (빅데이터 융합학과) 기준으로, 모든 수업은 야간에 진행된다. 직장인을 주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당연하다. 2018년도 1학기 현재 저녁 6시 45분에 수업이 시작된다. 그래서.. 강남이 직장이라면, 칼퇴하고 허겁지겁 달려와야 지각하지 않을 수 있다. 7시 넘어서 도착하시는 분들도 부지기수다! 다행히도 이런 애로사항을 교수님들이 인지하고 계셔서 학부처럼 칼 같은 출석체크를 하는 수업은 드물다. (그래도 있긴 있다..)



주 학부 전공은? 연령대는? 성비는?

사실 이게 중요한 요소인지는 모르겠으나 경영학을 전공한 개인의 입장에서는 처음에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빅데이터 전공이라면 컴퓨터공학과 통계학의 지식에 경영학적인 마인드셋이 융합된 학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놀랍도록 공대스러운 분위기가 적이 당황스러웠다. 과의 전신이 컴퓨터공학에 있다 보니, 성격도 많이 닮은 것 같다. 남초 현상이 심각한 건 당연지사다. 하지만 학기가 거듭될수록 비 공대 출신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인 듯하다. 여학우 분들의 비중 또한 늘어나는 것 같다. 당연한 수순인 듯. 연령대는 20대 후반부터 50대 이상인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사실 나이와 성별은 중요치 않다. 다들 열심히 하신다. 


+ 2020년 기준으로 젊은 분들의 비중이 몰라보게 늘었고, 나와 같은 비전공자나 문과 출신 원우분들의 비중 또한 내가 입학했던 2017년 하반기보다 훨씬 늘어난 것이 체감이 된다. 또한 '빅데이터융합학과' 외에 '인공지능융합학과'가 신설되었고 이 과가 인기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비전공자인데 따라갈 수 있나? 문송하지 않나?


이 부분 때문에 개인적으로 4개월간 패스트캠퍼스 데이터 사이언스 스쿨을 다녔고, 통계 및 빅데이터 관련 자격증 세 개를 취득했다. 최소한 수업을 따라갈 기본 지식을 배양하기 위해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학부 문과생 출신이라면 기본적인 공부는 해야 자소서와 면접에 합격할 수 있을 것 같다.ㅠㅠ 개론학적 지식을 위해서 빅데이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그리고 비전공자들을 선수과목 대상자로 지정하여 추가로 4학점(2과목)을 수강케 하는데, 사실 별 의미 없다. 자료구조와 컴퓨터 기본 구조, 운영체제 등을 수강하는데, 이것 듣는다고 어려운 과목들을 수강할 능력이 샘솟는 건 아닌 것 같다. 선수과목 커리큘럼 역시 공학 베이스에서 구성되어 있으며, 그나마 자료구조 같은 경우는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한다.


+ 개인적으로 선수과목에 기초통계학과 선형대수가 포함되지 않는 점이 놀랍다. - 2018년 기준이고, 2020년 현 시점 기준으로 그래도 좀 개선이 된 걸로 알고 있다.



대략적인 선발 인원과 경쟁률은?


매번 바뀌는 것 같아 단정지어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매 기수 20명 안팎으로 선발되는 것 같고, 경쟁률은 특수대학원 치고는 꽤 높은 편이라고 한다. 과 이름빨(?)인지 모르겠으나 경쟁률은 대략 3:1 가량 된다고 한다. 말도 안되게 높은 건 아니지만 방심할 수는 없는 수준? 앞으로 더 높아질 수도 있겠고, 조금 식을 수도 있겠지만..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며 따로 연구를 진행하는지?


위에서 말씀드렸듯 모든 수업은 야간에 진행된다. 2018년 기준 주 3회(월, 화, 목) 강의가 개설되는데 개설된 강의 중에서 학기당 6학점(선수과목 대상자의 경우 8학점)을 수강하면 된다. 수업의 스타일이나 난이도는 학부랑 비슷하게 진행된다. 생업에 종사하시다가 저녁에 공부하시는 직장인들 대상이다 보니 풀타임 대학원생 수준의 밀도 있는 연구와는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별도의 랩실이나 연구를 진행하지는 않는다. 다만 3학기부터 교수님을 컨택하여 논문을 작성하는 커리큘럼이 있고, 논문 작성을 통해 졸업 및 학위 취득이 가능하다. 이 부분은 특수대학원이라고 결코 만만치 않다고 한다. 다만 배움에 갈증을 느끼는 분들께서는 자체적으로 스터디를 구성하여 별도의 공부를 하시기도 한다. 대단한 분들.. 참 배울 게 많다. :-)


+ 2020년 현재, 프로젝트 졸업 트랙이 없어지고 교과 졸업 트랙이 신설되었다. 교과 졸업은 전공 수업을 추가로 수강하여 논문이나 프로젝트 없이 졸업하는 트랙이다. 현재 행정적으로 다소 과도기에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나아지겠지.



일반대학원과 비교했을 때 사회적 평판은?


이 부분은 정말 Case by Case라고 생각한다. 인정해 주는 사람들에게는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연구의 밀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면 사실 일반대학원에 비교할 수 없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입학 후 느낀 부분은, 여기 분들은 그런 것에 무신경하다는 점이다. 입학 동기야 다양하겠지만, 와서 수업시간에 열심히 듣고 과제 잘 하고 시험 잘 치고 좋은 사람들 만나서 새로운 네트워크 구축하고 이렇게 즐긴다면 즐기고, 열심히 한다면 열심히 하신다. 입학 목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 자체가 의미가 없지만, 특수대학원 졸업을 학위 취득의 장으로 여기고 기대했다면 사회적 평판에 실망할 수밖에 없기는 할 것 같다. 현업에 종사하시며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공부하는 주경야독 자체를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연구가 없다면, 교수님과의 관계는??


사실 이 부분이 많이 아쉽다. 현재로서는 관계 빌딩이 쉽지가 않은 구조다. 학생회 등에서 노력을 해오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겠지만, 난제임은 맞다. 물론 논문 지도 등의 기회를 통해 좋은 관계를 맺는 선배들도 여럿 봤지만 교수와의 관계가 필연적인 일반대학원에 비할 바는 아닐 터. 대신 현업 다양한 포지션에 자리 잡고 있는 학생들끼리의 교류에 가치를 부여하는 편이다. 이는 입학 전에 생각했던 바와 큰 차이가 없는 부분이다. 




빅데이터가 본격적으로 사회에서 회자되며 학문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고 학문 특성 또한 융복합적이라 아직 과도기에 있는 것 같다. 고려대학교 특수대학원 빅데이터 융합학과의 경우 역시 전신인 공대에서 과명이 바뀐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솔직히 개선할 부분이 한둘이 아닌 것도 맞다. 커리큘럼도 그렇고, 복지 측면에서도 아쉽다. 치부라면 치부인 아쉬운 부분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나 자신이 준비할 때 정보의 부족으로 거금이 들어가는 중대한 의사결정에 애로사항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특수대학원 입학을 후회한 적은 전혀 없지만 좋건 싫건, 큰 의사결정에 따르는 기회비용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자리를 빌어서 자그마한 정보라도 공유를 드리고 싶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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