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퇴사 10개월 차 백수의 빅데이터 특수대학원 들어간 뒷이야기
2017년부터 2020년 초까지의 대학원 생활 이야기를 정보제공 및 개인적 기록의 용도로 쌓아둔 글입니다. 과거에 작성하였기 때문에 과거 시점 기준으로 작성되어 있어 현재와 사실관계가 다를 수 있습니다. 명확히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찾아서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2017년 7월 초 어느 날.
나는 외대 부근 카페에서 여느 날처럼 푹푹 찌는 무더위와 씨름하고 있었다.
퇴사를 감행하고 내 멋대로 6개월 정도 살다가 빅데이터 교육기관에서 4개월 정도 기술과 정보를 습득하고, 관련 자격증도 취득했던 이유는 커리어 전환 및 성장을 위한 첫 단추로 대학원 입학을 결정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금전적인 문제, 만만치 않은 시간적 기회비용 등이 나의 결단력을 흐리게 한 적이 많았었다. 퇴사는 물 흐르듯 진행했는데 정작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젓기가 생각처럼 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결국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고 면접까지 보았는데, 결과적으로는 낙방의 쓴 잔을 들이켜야 했다.
어쩔 수 없었다. 컴퓨터공학과 통계학, 수학 삼박자 중 그 무엇 하나 제대로 된 무기가 없는 일개 경영학도인 내가 비루한 자격증 하나와 바이엘 수준도 못 되는 코딩 실력으로 수위권 대학의 빅데이터 학과에 합격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건 진작에 짐작하고 있던 바니까. 참으로 문송하였다. 그렇지만 내가 결정한 길, 내가 헤쳐가야 했다. 결자해지의 마음. 쓰린 속과 정체불명의 불안감을 안고 꿋꿋이 여름날 공부를 이어가던 나날이었다.
그렇게 낙심과 수용의 마음가짐이 교차하던 나날을 보내며 카페에서 루틴하게 공부하던 중 낯선 번호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인들은 알겠지만 나는 모르는 전화는 잘 받지 않는다. 업무 하면서 억지로 받게 되긴 했지만 퇴사한 이후로 다시 안 받는 쪽으로 하고 있다. 이런 내가 너무도 중요했던 전화를 받지 않았던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4통, 5통, 이상하리만치 이 전화는 집착에 가까운 간절함을 내게 보내주었다. 일종의 신호였을까. 인터스텔라급의 간절함이 시공을 건너 내게 닿은 것일까. 그냥 무언가에 이끌리듯 몸을 털털 털고 일어나 터벅터벅 스터디 카페 밖으로 나가 건성으로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소리.
"K대학교 컴퓨터 정보통신 대학원입니다. 추가로 합격되셨는데, 등록하실 건가요?"
학교 행정실이었다. 추가 합격 전화였다. 요즘 개인 정보가 워낙 털려서 의심병이 도진 터라, 혹시나 싶어 발신번호를 검색해보았다.
맞았다. 그렇게 어렵사리 나는 고대하던 대학원에 합격할 수 있었다. 고려대학교 컴퓨터정보통신대학원 빅데이터 융합학과다. 2017년 7월의 무덥지만 그 어느 날보다 따듯한 날이었다. 세상이 내 편을 들어준 소중한 날이었다. 참고로 내가 입학한 곳은 일반대학원이 아니라 특수대학원이다. 원우들의 절대다수가 직장인들로 구성되어 있는 야간에 진행되는 대학원이다. 특수대학원의 효용성에 대해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장점도 분명히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뤄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