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이별은 한건 아닙니다만.
당연한 것들과 이별을 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들을 보면
스스로 어떤 결심에 의해
약간은 쓸모 없는 것들과
이별하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저는... 물론 제 결심도 있긴 했지만
좀 갑작스럽게 나의 대부분의 것들과
이별하게 되었습니다.
남들 다 겪는 일일 수도 있는데 좀 거창한거 같습니다만
해외로 연수를 가게됬습니다. 1년정도.
저는 결혼도 했고, 8달된 아이도 있구요.
아직 집은 없지만 그래도 여기에 나름 이것 저것 많이 있는데.
회사에서 좋은 기회가 생겼다고 해서 들어보니
해외 연수 기회더라구요.
근데 가족들 다 두고 혼자만 가는겁니다.
당연히 안가려고 했죠.
근데 회사 계속 다닐거면,
이런 기회가 있을때 잡는게 좋다는
아주 많은 조언을 듣고 보니
퇴사 계획도, 다른 일을 할 계획도 없는 지금
내게 이건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또 나름 10년간 같은 회사에서 비슷한 업무를 하면서
약간의 매너리즘에도 빠져있었고
좀 지루한, 짜증섞인 자문을 계속하고 있긴 했습니다.
정말 여기에 계속 있을거냐
정말 이대로 좋은건가
그때부터 시작됬습니다. 저의 이별은.
아직 결정도 안된,
한참이나 남은 연수 일정인데도 불구하고
타지에서 혼자 살아갈 나와
이곳에 남겨질 나의 아내, 아들.
모든 가족 구성원이 느끼게 될 고통과 시련에 대해
하루도 빠짐없이 생각하고
되뇌이고 구체화시키고 있었습니다.
아직 어린 이를 보느라 아내가 참 힘들겠다.
이제 막 걷고 말할 아이가
아빠와 함께하지 못할 시간은 아쉽겠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옆에서 지켜볼 수 없는 나는 참.... 외롭겠다.
연수는 확정이 됬습니다만 일정은 아직도 멀었습니다.
확정 되고 나니 위의 상상들은 점점 현실로 다가옵니다.
일하다 무심코 열어본 사진첩의 아기 사진을 보면
'에휴...참... 이쁘다 정말..'
혼잣말을 되뇌이면서 정말 나는 괜찮을까
너무 외롭진 않을까 생각합니다.
집에 와서 육아에 지쳐있는 아내를 보면
"아이고...정말.. 고생 많았다."
말을 건내면서도 나 없는 동안 괜찮을까. 너무 힘들진 않을까
계속 걱정만 하게 됩니다.
아내와 저는 연애할때부터 1주 이상 안본적이 없는데...
처음으로 생각하는 것 같더라구요.
내가 익숙한, 당연한 것들과의 이별에 대해서.
저는 군대도 다녀왔고, 워홀도 다녀왔습니다.
그때마다 정말 아무 생각도 없이 갔습니다.
미련도, 걱정도, 두려움도 없이 그냥 그렇게 갔었고
이런 감정들을 느끼지도 못했죠.
아마도 그땐 부모님도 너무 잘 계셨고
내가 신경쓸만한 것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
지금은 아마도 내가 지켜야할 것들이 많고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이런거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부모님은 너무 소중하지만)
덕분에 내가 가진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얼마나 내가 아끼고 생각하고 있는지
다시한번 깨달았습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지만
그쪽으로 마음을 계속 쓴다면 멀어질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잖아요.
장거리 연애를 해서 헤어지는 사람도 있고
장거리 연애를 해서 더 애뜻해지는 사람도 있는것 처럼
우리 가족이 어떤 타입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더 애틋해 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비온뒤에 땅이 굳듯
이 시련과 고통을 겪은 우리는
더 성장해서 만날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