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여행이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자유여행으로 이탈리아를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따로 또 같이라는 것이 이번 여행의 중심입니다. 서로의 취향을 고려하여 각자 가고 싶은 곳을 가는 시간을 조금씩 주는 것입니다. 로마에서 하루 종일 스스로 계획을 잡아다녀야 합니다. 로마에 온 첫 날부터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나와 친한 사람들은 각자 가고 싶은 곳을 하나씩 알아오기로 했습니다. 나는 아벤티노 언덕에 있는 것들을 보자고 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자유여행의 코스가 되었습다. 갈 곳이 정해지고 나니 그때부터 어떻게 이동하는가도 어느 정도 계획을 세웠습니다.
일단 아침을 여유있게 시작 한 후 트램을 타기로 했습니다. 트램을 타고 대전차장에 내리면 하루 일정이 순조롭게 시작되는 것입니다. 로마시내 하루 교통권을 구입하고 트램을 탔습니다.
교통권을 산 후 트램을 탔는데, 출근길이라 사람들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트램이 생각보다 작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트램을 탔는데, 교통권을 인식하는 기계에 넣어야 하는데 생소해서 잘 되지를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어떤 분이 그것을 보고 가르쳐 주다가 잘 못하자 직접 해주시도 하셨다. 동양 사람들이 와서 하는 어색한 모습이 재밌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한 모양이었다. 그 분은 웃음과 함께 다음 역에 내리셨다.
우리도 바깥 모습을보면서 우리가 내려야 할 곳을 놓치지 않기 위해 유심히 보다가 대전 차장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내렸다. 일단 시작부터가 매우 순조로웠습니다. 대전차장은 로마시대 전차경주가 열린 곳인데 지금 일부를 발굴하고 있었습니다. 영화 벤허에서 했던 경주가 바로 이 모습을 보고 만들었다고 합니다. 오래전에 발굴 비용을 받았는데, 지금에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25만명의 관중이 관람했다고 합니다. 상상이 가지 않았습니다. 관중석을 얼마나 높아야 들어갈까요? 전차장 가운데 높은 부분이 있는데 왜 그럴까 궁금한 채로 그냥 지나쳤는데, 나중에 아벤티노 언덕에 있는 성당에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가운데 상징적인 기둥 같은 것들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대전차장을 나란히 하면서 우산 모양의 가로수 사이를 걸었습니다. 이곳 가로수는 우산 모양이 많은데 우리 나라에서도 도입하고자 했는데 바람에 약하다고 해서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봤던 마치니 동상 뒷쪽으로 난 길을 찾기 위해 우리는 대전차을 나란히 하면서 걸었습니다. 그런데 동상을 찾았는데 대로변을 건너야 하는데 신호등이 없었습니다. 이 큰 대로변에 신호등이 없다는 것이 난감했습니다. 그런데 이탈리아 사람들은 사람들이 길을 건너기 위해 기다리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차가 멈추고 길을 걷도록 해주었다. 선진국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생각했다. 우리 나라 같았으면 어땠을까? 아마 몇십분 동안 아니 건너는 것을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습니다.
아벤티노 언덕은 조용했습니다. 반대쪽 팔라티노 언덕은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였습니다. 형 로물루스가 차지했던 팔라티노 언덕, 동생 로무스가 차지한 아벤티노 언덕, 그러나 승자가 형이였기 때문에 두 언덕의 운명도 상반댄 길을 걸었던 것일까요?
완만한 언덕과 상쾌한 공기, 한적한 거리는 우리를 낯선 도시에서 여행을 편안하게 해 주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여행의 참 모습을 이제서야 느꼈습니다. 내 머리 속에 있는 여행지를 굳이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로마의 어느 한 곳을 정해 여유롭게 다니면서 로마 사람들의 일상 생활 모습을 보는 것이 내 여행의 궁극적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언덕을 오르다가 오렌지나무가 많은 공원을 만났다. 인터넷에서 봤던 그 공원이었습니다. 일단 이곳에 들어가보기로 했습니다. 로마 시내가 훤하게 들어온다고 했습니다. 오렌지 나무 숲을 지나 전망대 같은 곳을 가보니 정말 로마 시내가 한 눈에 들어 오는 경치 좋은 곳이었습니다. 그때 방송국에서 촬영이 준비되고 있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우리의 생활을 즐기는 것도 좋으나 방송에 방해는 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다시 우리가 갈 길을 떠났다.
그리고 공원에서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사비나 성당을 갔습니다. 유명해서 찾아 간 곳이 아니라 우연히 길을 가다 들어가 본 것입니다. 성당은 고요했고 엄숙했고 경건했습니다. 그곳에 이미 온 사람들도 조용하게 구경하고 있었다. 내가 이때까지 보았던 관광지의 거대 성당과는 그 분위기가 달랐다.
성당을 나와 다시 걸었습니다. 솔직히 이곳을 찾은 가장 큰 이유는 비밀의 열쇠구멍입니다. 열쇠구멍을 통해 몰다 기사국과 베드로 성당을 볼 수 있다는 곳입니다. 책에서는 굳이 찾을 필요없다고 걷다보면 사람많이 모여있는 곳이 그곳이다 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찾지 못해 조금 걱정했는데 어느 사람들이 모여 있어 가보니 우리가 찾던 곳이었습니다. 실제로 보니 진짜 베드로성당 쿠폴라가 보였습니다. 나는 신기하여 카메라를 구멍을 통해 성당을 찍을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웃었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사진 한장을 보여주었습니다. 가이드가 사람들에게 구멍을 통해 카메라로 쿠폴라를 찍을 수 없다고 했는데 내가 그러고 있으니 웃을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보니 베드로 성당 하얗게 나왔습니다. 아무리 다양한 설정으로 해도 하얗게 나왔습니다.
이 언덕에서 성당을 한 곳 더 갔는데 산보니파시오 알레시오 성당 성당은 결혼식이 많이 열리는 곳 같았습니다. 웨딩 앨범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성당에서 결혼하면 잘 산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성당과 어울리지 않는 포스터, 모형 같은 것들이 성당 앞쪽에 놓여져 있었습니다. 이곳에 대전차장 모형도 있었습니다.
언덕을 내려와 판테온 신전을 가기로 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좋은 집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서울의 한남동쯤 되는 것 같았습니다. 조용하면서 정원이 있는 집이 가득했습니다. 그곳을 여자 두분이 시장을 보고 이야기하면서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런 모습을 보는게 좋았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판테온으로 가는 길에 테베레강 사이에 있는 티베리나 섬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자유여행이니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은 시간에 구애없이 어디든 갈 수 있으니까요. 다리를 건너 섬으로 가니 아주 작은 섬이였습니다. 이 다리는 현존하는 로마의 가장 오래된 다리인 파브리쵸 다리(Ponte fabricio)로 기원전 62년에 만들어진 다리라고 합니다. 돌로 만든 아치형의 다리는 작지만 예뻤습니다. 작지만 우리 나라에 있는 전통 돌다리보다는 컸습니다.
다리를 건너니 기대 했던 것보다는 작은 섬이 나타났습니다. 우리 나라의 여의도 쯤은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말 작았습니다.
그곳 바로톨로메오성당을 잠시 들렀다가 길을 잘못들어 병원을 가게 되었고 화장실을 이용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로마종합병원이였고 그 예전에는 히포크라테스 신전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기 위해 걸어습니다. 그런데 어제 보았던 익숙한 길이 나왔습니다. 우린 어제 가보지 못한 마로셀로 극장을 가기로 했습니다. 아우구스투스가 아끼던 조카가 일찍 죽자 그 조카의 이름을 붙여준 극장입니다. 콜로세움보다 먼저 만들어졌고, 콜로세움을 만드는데 참고가 되었다고 하네요.
다시 버스를 타고 나보나광장을 갔습니다. 긴 타원형의 광장이었고 분수가 3개나 있었습니다.
우린 이곳 근처에서 밥을 먹기로 하고 예전에 여기를 와 본 분이 먹었던 식당을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골목길이 많아 찾을 수가 없어서 눈에 띄는 식당을 갔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우리는 이것저것 시켜서 맛있게 먹고 나왔습니다. 그냥 들어간 집인데 의외로 맛집이였습니다.
이제 모든 신들의 집 판테온을 갔습니다, 짙은 회색, 검은색에 가까운 기둥들이 주변을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일단 판테온이 보이는 커피숍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약간의 여유를 부렸습니다. 그리고 판테온을 보고 주변에 맛있다는 커피초코렛과, 젤라토를 먹었습니다.
판테온 내부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었다. 아무 말이 필요없는 곳이었습니다. 혼자서 이곳에 온다면 그 적막감을 내가 즐길까 두려움이 밀려올까? 그 기분 한번 느끼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려고 한 곳은 천사의 성이였습니다. 그곳에서 로마의 야경을 볼 생각이였는데 안으로 입장하는 시간을 맞추지를 못할 것 같아 장소를 급하게 변경해야했습니다. 여행 책자를 보다가 베르니니의 진짜 유명한 작품이라며 꼭 가자고 했습니다. 성당까지는 여유가 있었습니다. 급히 버스 시간을 알아보고 산타 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성당에 가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작품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이곳에 베르니니의 야심작이었던 성녀 테레사의 법열이 있습니다. 조각은 본래 피에트로 성당에 소장될 목적이었지만, 천사의 화살을 맞은 테레사의 표정이 마치 오르가슴을 느끼는 듯 야릇한 인상이 강해 지금의 자리로 옮겨지게 되었다 한다.
이제 어두워졌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습니다. 성당에서 나와 중앙역쪽으로 걸었습니다. 소매치기가 많다는 그곳이지만 그들도 해가 졌으니 퇴근했겠죠. 그곳에서 밥 먹을려고 하다가 근처에 이탈리아 가정식으로 괜찮다는 집이 있어 그곳을 찾아서 간단하게 저녁먹고 오늘을 마무리 했습니다.
막막하기만 했던 자유 일정이 알차게 이루어진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그러나 많이 걸어다녔고 와인 한잔으로 인해 숙소에서 하루를 정리 못하고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