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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Nov 09. 2015

첫 고3 담임 그리고 수능 날

오래전 그 느낌

  모든일을 평소보다 서둘렀습니다. 평소에는 애기를 재우고 나면 그 이후 밤의 시간과 공간은 고스란히 나의 것이었지만 과감하게 포기했고, 아침 잠의 달콤한 포기했습니다. 1년동안 나의 열정과 학생들의 땀이 만나 꿈을 만드는 그날, 바로 수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 아침은 우리 집에서 가장 빨리 일어나는 2살배기 아들이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니다가 심심해질때쯤 엄마를 깨우고 다시 엄마가 아빠를 깨우라는 소리에 아들이 나의 팔을 잡아 끌어 당기면서 나의 하루가 시작되는데, 오늘은 아들보다 제가 먼저 아침을 시작했습니다.

아직까지 어둠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여전히 어둠의 색이 짙어 창밖으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시간에 일어났습니다. 늦지 않게 서둘러 내가 맡은 학교 앞에 도착했고 아이들이 오기기다렸습니다.


  10여년전 수능 전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고, 평소와 달리 수능 시험장이 설치되지 않아 다른 도시로 이동해야 하는 고단함 그리고 추위, 그렇게 시험을 쳤던 내가 이제는 교사가 되어 수능 감독으로 가서 학생들의 안타까움의 눈길로 바라보는 모습으로 변했고, 이번에는 학생들이 들어가는 시험장 앞에서 그들의 아침을 책임을 졌고 그들에게 마음의 평온함과 희망을 주어야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학생들은 나타나지 않아 내가 잘못 서있는가에 대한 의심, 너무 많은 학생들 속에 우리 학생들을 찾지 못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심, 그런 것들이 교차할 쯤 누군가가 나를 불렀고 그것이 내

가 아침 일찍와서 서 있는 것에 대시작이었습니다. 하나 둘 낯선 사람, 낯선 모습속에서 익숙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학생들은 의외의 모습이라는 표정으로 바를 바라보기도 하고 나를 보며 마음의 위안을 삼으려는 학생들도 있었으며 애써 긴장감을 감추려는 학생들도 있는 등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만났습니다. 그중에서 나에게 안아달라는 학생들도 있어 나는 힘써 안아줌으로써 그들의 긴장을 내 심장으로, 내 가슴으로 나누어 가짐으로써 힘을 주었습니다.


  등교해야할 시간이 다가올수록 도로앞은 복잡해졌고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응원과 격려의 모습들이 열기를 더했습니다. 한번의 시험으로 인생이 결정나는 것을 너무나도 잘아는 부모들은 자식의 뒷모습이 사라질때까지 끝까지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어머니와 아들이 나란히 차에서 내려 어머니가 아들을 말없이 꼭 안아주는 모습이 내 눈앞에서 펼쳐졌습니다. 어머니의 얼굴에서 자식을 생각하는 그 모습이 얼굴에 너무 또렷하게 보여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뻔 했습니다. 내가 여기 서있는 것은 그들에 비하면 아무 것아니었습니다.


  시험장 입실 종료 시간이 다가오면서 하나둘 교문앞을 떠나기 시작했고, 나도 그곳을 떠났습니다. 첫 고3 담임을 하고 수능 시험장 앞에서 학생들을 맞이했던 또 하나의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에피소드1) 내가 한참을 서있으면서 추위를 느낄때쯤 어떤 아주머니께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준비해온 따끈한 오뎅과 국물을 나에게도 나누어주었습니다.

처음보는 낯선 사람이었지만 수능장 앞에서 서로가 느끼는 감정 선의 동질성이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고 있었습니다.


에피소드2) 8시가 넘어서 이제 거의 교문이 잠길때 쯤 수험생이 다급하게 다른 학교를 가야한다고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경찰이 친절하게 경찰차 쪽으로 수험생을 이동시키고 안정을 시키고 어디론가 급하게 연락하는데, 순간 또다른 무리들 - 사진 기자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어 수험생을 에워 쌓습니다.

그동안 신문이나 방송에서나 보았던 모습에 씩 웃음이.... -2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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