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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Nov 11. 2015

시험치는 날의 풍경

  천방지축 떠들기만 하던 아이들, 책이라고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아이들, 책상에 앉아있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생각하는 아이들이 이날만 되면 그래도 책상에 앉아서 책을 넘겨보기라도 합니다. 말썽꾸러기 아이들, 하루라도 사고 치지 않는 날이 없고, 물건을 부수지 않는 날이 없이 없는 우리 반 11명의 아이들은  시험 전날이라고 전혀 긴장하는 기색이 없습니다. 오히려 체육시간을 빼앗으면 모든 것들이 다 빼앗겨 삶의 의지조차도 상실해 버리는 아이들입니다.

 
  시험치 는 날 여전히 아이들은 교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여기저기 쓰레기가 온 교실을 굴러다니고 소리치는 아이, 자는 아이, 하나도 모르겠다며  하소연하는 아이, 묵묵히 책만 보는 아이, 볼펜만 열심히 돌리는 아이 각양 각색의 모습입니다. 공부는 딴전이고 오히려 나에게 질문을 해대느라 바쁜 학생도 있습니다. 시험문제보다 감독교사가 누군지가 더  궁금해하는 녀석도 있습니다. 시험시간이 다가올수록 이 말썽꾸러기들도 불안한가 봅니다.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고 시험을 망칠까봐 걱정도 합니다. 그런 아이들한테 나는 시험을 제발 망치기를 바라며 저주를 퍼붓습니다. 
 

  11명이 두줄로 양쪽 끝 벽에 철썩 달라 붙어 시험문제를 붙들고 아등바등 거리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모습을 보면 그래도 제법 진지해 보입니다. 천장을 보며 내쉬는 한숨소리는 천장을 뚫을  듯합니다. 어떤 놈은 다리를 떨어 온 교실이 지진이 난 듯합니다. 그 와중에도 진지한 모습은 하나도 없이 온 시험지를 낙서장으로 만드는 녀석도 눈에 띕니다. 시험지를 붙들고 생각이 안나는 것을 억지로 생각해 내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예전의 내 모습이 떠오릅니다. 세상 근심 걱정 없는  듯하다가도 시험지를 받는 순간 아등바등 시간 맞춰 제출하려고 했던 모습, 행여나 모를까 컴퓨터용 싸이펜으로 정성스레 동그라미 치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한교시 한교시 끝날 때마다 맥 빠지는 소리와 함께 정답 맞혀보는 소리로 또 한바탕 교실이 시끌벅적 합니다. 시험이 끝나고 밥을 먹으면 아이들은 또다시 시험을 잊어버리고 삽니다.

 
  시험치는 날의 풍경 새로울 것도 새롭지 않을 것도 없는, 그러나 아등바등 거리는 모습에 안쓰러운 것은 왜일까요??       200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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