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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주는 모기나라 Aug 19. 2019

제주 10일 살이 두번째 이야기

다같이 돌자 애월읍 금성리 반바퀴

큰길을 사이에 두고 나누어진 동네 애월읍 금성리. 우리는 바닷가쪽 금성리에서 10일을 살았다. 금성리 1길에서 바다쪽으로 바라보면 왼쪽은 도로보다 낮아 지붕과 나란히 걷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머물렀던 집도 그런 느낌의 집이다.


금성리는 평범한 시골 마을이다. 현대식 집과 전통 집이 섞여있고, 집과 밭들이 땅따먹기 하듯 돌담을 경계로 하고  있었다. 젊은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젊은 사람은 커녕 사람구경도 하기 힘들었다. 가끔 어르신들이 지나다거나 뜨거운 햇볕을 피해 담그늘에 앉아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을 뿐이였다. 무심한 듯 있다가도 이방인들이 길을 못찾을까 한마디씩 거들었다. 할머니들 특유의 따스함이 나는 좋았다.


어느 시골처럼 폐가가 눈에 띄게 늘어가고 있었다. 폐가는 더욱 이곳의 생기를 빼앗아가는 것만 같았다. 빛바랜 집들은 생기를 잃고 풀에 덮히고 쓰레기가 뒹굴고 있었다. 그런데 깨지고 무너지고 있었지만 정성스럽게 지켜낸 돌벽은 그대로였다. 제주사람의 끈질긴 생명력과 부치런함이 돌벽을 통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우리가 사는 집 옆으로도 몇채가 나란히 주인이 떠나고 덩그러니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집은 알루미늄샤시로 만든 문이 붙어있는 것을 보면 얼마전까지도 사람이 살았던 것 같다.  낡았지만 조금만 고친다면 얼마든지 사람들이 살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여유가 되면 정말 한채를 사서 다시 꾸며 살고 싶은 마음이 그 집들 앞으로 지날때마다 들었다.


금성 1길은 제주올레길에서 순종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었다. 금성교회가 만들어지고 일찍부터 종교활동을 한 모양이다. 예전의 금성교회는 옅은 보라색 대문만 화려하니 남아있고 건물은 폐가가 되었다. 그리고 언덕 높은 곳에 다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곳이 순종의 길임을 알수있는 또하나의 유적지는 예배를 보던 사람들이 모이던 집터가 남아있었다. 완전히 무너지고 벽채 일부만 남아있었다. 집앞에 설명이 없다면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심지어 이정표도 없어서 이리저리 막돌아다니지 않는다면 찾을 수가 없을 것이다.


 성벽도 일부가 남아있고 그 안으로 문화재가 지표면에 드러나 있어서 건축행위를 할때는 반드시 신고하도록 되어있는 곳도 있었다. 밭에 토기조각들이 눈에 띠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 금성리는 일찍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았던 것같다. 살기좋아서 동네 이름도 비단 금자를 쓰는 것이 아닐까. 

돌담과 성벽을 구분이 가능한가


마을을 떠나지 않은 사람들은 마당에 잔디를 가꾸고 있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날씨가 따뜻해서 잔디가 잘 자라는 것 같았다. 집들은 대문이 없거나 항상 열려있었는데, 그 안 마당이 크든 작든 잔디가 곱게 깔려있었다.


1길 중간쯤에는 마을분리수거장이 있고 그 40도 각도쯤에 하얀 페인트칠이 된 작은 집이 있는데, 카페를 하려는 모양이였다. 그러나 우리가 떠날때까지 오픈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1길 끝은 바다다. 바다와 육지의 경계는 하루방 조각들이 모아이처럼 지키고 있었다.

담너머에는 현무암들이 바다로 서서히 들어간 듯한 모습으로 바위지대가 넓게 펼쳐져 있었다. 현무암은 물을 만나 더욱 검었고, 물은 현무암을 만나 더욱 파랬다. 해변에는 물놀이하는 사람들과 낚시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주인장은 물이 빠지면 보말을 줍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떠날때까지 보말보다는 옆동네 곽지에서 해수욕하고 모래놀이 하고 노을을 봤다.


왼쪽으로 가면 무인카페가 있고 금성천을 건너는 인도교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약간의 멋을 낸 다리는 곧 개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중이였다. 아침 일찍 공사가 시작안된 틈을 타고 다리를 건넜다.  그리고 인간이 걸어서 갈 수있는 끝을 걸었다. 움직일 수 있는 배와 망가진 배가 나란히 묶여있었다. 바다에 세워진 등대들은 이런 배들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다시 반대로 가면 우물이 있어 이곳에 사람들이 정착한 이유를 알려주었다. 깨끗한 물이 지금도 잘 관리되고 있었다.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붉은 페인트가 칠해진 집, 주인할머니를 기다린다고 벽에 다리를 올린 개가 있는 노란 집, 떠날때 쯤 알게된 의문의 가게, 개발을 피해갈 수 없는 듯 들어선 고층의 건물,  이런 집을 지나 언덕을 넘으면 곽지해수욕장이 보인다. 그 언덕 정상에서 보는 노을이 이 주변에서는 제일 아름다웠다.

해질무렵 애들은 모래놀이 하고 우리 부부는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둠속에서 서서히 집열등을 켠 배들이 줄을 지을 때쯤 집으로 돌아왔다. 마치 만선을 하고 돌아오는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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