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일어난 특별한 일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누군가가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면 우린 남의 일에 크게 관심을 가질 일이 없을 것이다. 학교라는 곳은 세상의 흐름에 민감하게 바뀌거나 구성원들의 성향에 의해 크게 변화되는 곳은 아니다. 크게 파도치지 않는 잔잔한 바다처럼 일상의 일이 일어나는 곳이며, 큰 일이라고 해봐야 학생들이 어떤 사고를 일으키느냐 정도일 뿐 1년 동안은 흘러간다는 표현이 맞다. 가끔 의지를 가진 교사가 이벤트성 행사를 하면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함을 느끼는 정도이다.
여태껏 하면서 학교생활하면서 크게 놀랄 일을 경험해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평범한 옆 동료 교사의 형이 축구 국가대표 출신 주민규의 동생이었다. 열심히 하는 교사, 반 아이들을 위해 끊임없이 이벤트를 하고, 유독 운동을 좋아하는 교사로만 알고 있었다. 하루는 그 선생님의 부모님께서 우리 학교로 신규 발령 와서 잘 지내는 것이 고맙다며 인사를 하러 오신다고 했다. 교사의 부모님이 학교로 오면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만나 뵙고 인사하고 가시겠지 하고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를 교장실에 불렀다. 무슨 이유인 줄도 모르고 교장실에 갔더니 그때서야 그 선생님의 친형이 주민규 선수라는 것을 알았다. '규' 돌림이었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있다가 얼굴을 보는 순간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었는데, 설명을 듣고 나니 '아~~'하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몇몇 선생님들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극히 평범한 부모님과 유명 선수로는 보이지 않는 소박함이 첫인상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나서 주민규 선수가 직접 나에게 동생과 같은 학년의 부장이라며 사인볼을 하나 주셨다. 약간의 특혜를 받는 기분이었다. 내가 학년 부장이지만 담임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고 담임들이 생활하는데 크게 도움을 주는 입장도 아니었기에 약간은 민망한 마음도 있었다.
학교라는 곳이 일반 회사처럼 부장이라는 직책은 업무상의 구분일 뿐 일반 교사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니 부장교사 하다가 평교사 하다가를 반복하는 곳이며, 심지어 업무를 주로 하는 부장교사라는 것이 싫어서 부장을 안 하는 경우도 있으니 세상의 잣대로 '부장'을 보는 것은 합당치 않은 것이다.
주민규 선수는 선생님들에게 싸인도 해주고 친근하게 같이 사진도 찍어주는 친절함을 보였다. 조카가 팬이라며 사인을 받아가는 사람도 있으니 사인을 해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행복한 일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뜻하지 않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후 다시 학교가 떠들썩해졌다. 점심시간 이후에 주민규 선수가 학교를 방문하고 학생들과 함께 축구 경기 이벤트를 한다고 하였다. 이미 경기를 할 반도 섭외가 되어 있었다. 나는 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흘려보냈다. 그런데 수업 시간이 시작되기 직전에 여학생들이 와서 축구 경기를 함께 구경하자고 하였다. 나는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졸업을 앞둔 3학년들에게는 좋은 추억을 될 것이다. 그리고 3학년들이라 이미 시험은 끝나고 원서를 접수하는 기간이라 수업에 부담은 없었다.
운동장에 나가니 이미 몇 개 반이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축구는 거의 40분 정도 진행되었고 주민규 선수도 열심히 수비도 하고 공격에도 참여했다. 일상복으로 와서 겨울에 맨땅에서 축구를 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혹시라도 다치기라도 한다면 선수에게도 구단에게도 큰 손해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흔쾌히 학생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 경기를 한 것이다. 공을 잡고 드리블을 할 때마다 함성이 쏟아졌다. 학생들의 페이스에 맞춰주기도 하고 때로는 멋진 드리블과 골로 사람들의 응원에 화답해 주었다. 같은 편 학생이 골을 넣으면 하이파이브도 해주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면서 같은 편으로서의 동지애를 표했다.
이날 어려운 결정을 했을 주민규 선수는 자신의 학창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경험을 했을 것이고, 함께 볼을 주고받던 학생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그중에서 어떤 학생들에게는 인생의 진로를 바꾸거나 자신의 꿈을 확고히 했을 수도 있다. 유명한 사람이 모교를 위해 선행을 베푸는 일을 단순히 좋은 일 정도로 생각했을 뿐인데, 이번 일을 계기로 선행을 베푸는 일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축구 경기가 끝나고 사인을 받기 위해 학생들이 줄을 섰다. 살면서 연예인 만날 일도 거의 없는데, 국가대표 선수, 프로선수를 만날 일도 거의 없는데 이렇게 인연이 되어 학교라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였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을까 싶다.
끝으로 주민규 선수 동생에게서 운동 선수 부모님으로 살아간다 것, 운동 선수가 되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 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살짝살짝 들었다. 언론을 통해 듣는 것과 운동 선수 가족에게서 직접 듣는 것에서 오는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화려함 뒤에 더 많은 노력과 주변의 도움이 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