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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Oct 30. 2024

두바이 쇼핑몰에서 정신이 들었다


두바이에 출장을 왔다.


반짝이는 빌딩들이 숲을 이뤘다.

대부분 건축물들은 LED 조명을 두르고 있다.

누가 누가 더 화려한지 경쟁을 하는 듯하다.


부르츠칼리파 일대와 두바이 몰은 밤 11시가 다되어가는 데도 사람들이 붐볐다. 호텔로 돌아가는 택시를 잡으려고 taxi pick up에 줄을 섰다. 바글바글한 사람들 양손엔 쇼핑백도 한가득이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회사 선배들은 가족 선물을 산다고 했다.

두바이에선 보통 대추야자나 로열젤리, 비누 등이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살 수 있는 선물이라고 한다.

일단 같이 밥을 먹고, 각자 쇼핑몰을 둘러보기로 했다.


뭐 사갈만한 거 없나?


혼자 이 매장 저 매장 구경을 다녔다.

두바이의 상징물이 그려진 기프트샵 물건들, 마치 여기에서만 살 수 있을 것 같든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뭔가 확 끌리는 건 없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걷기만 했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왜 여기서 돈을 못써서 안달인 사람 처럼 여기저기 쏘다니고 있지? 환전한 돈 남으면 다시 원화로 재환전하면 되는데. “


“저거 살 거면 그냥 배당 ETF 1주 사는 게 낫지 않나? “


“진짜 좋아하는 물건이면 사도 되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물건은 여기 없는 데. 해외 나왔다고 굳이 쇼핑을 해야 하나?”


“나는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 왔잖아.”


갑자기 정신이 돌아온다.


“어디에 돈 쓸까-”라는 생각으로 쇼핑몰을 서성거리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니.


나도 모르게 돈과 체력과 시간을 동시에 낭비하고 있었음을 인지한다. 옆 동료들이 쇼핑을 가니까. 여기가 해외니까. 이러한 상황의 특수성 때문에 나도 모르게 휩쓸렸던 것 같다.


일단 카페로 들어가 아아 한잔을 시켰다.

그리고 패드로 그동안 못 읽었던 전자책들을 읽는다.




반성한다.


사실 한국에선 일하랴 아이와 놀아주랴 하지 못했던 일, 미뤄왔던 고민, 못 봤던 책들이 산더미다. 무엇이 우선인지는 명확하다. 다만 내 기준이 아직 단단하지 않으니 분위기에 휩쓸릴 뻔했다.


“내가 가장 원하는 것과
지금 원하는 것을 맞바꿀 것. “


가장 원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함을 다시금 마음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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