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진정한 재능이란 편집력이다!

진로접근기술 3

by 해 말고 달


안도 아키코의 <생각의 편집>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창의성과 자기 계발에 관한 책으로 세계와 나를 재구성할 접근법 9가지와 재능을 열어주는 편집사고 10가지 방법이 실려 있습니다. 저자는 "재능이란 내 안에 있는 상상력을 자유자재로 이끌어 내는 힘"이라고 말합니다. '재'는 상상력이고, '능'이란 자기 자신의 내면과 외면을 자유자재로 이어 주는 편집력이라고 말합니다.

재능이란 상상력과 편집력인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상상력'보다 '편집력'이란 단어에 꽂혔습니다. 한글이나 엑셀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 편집 기능을 많이 사용하곤 합니다. 복사하기, 잘라내기, 붙이기, 삭제하기, 찾기, 바꾸기 등의 기능만 잘 활용해도 문서 작업의 효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전혀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편집력이 발휘하는 강력한 힘은 비단 글쓰기 영역에만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드라마, 영화, 유튜브 등 영상 편집과 음악 작곡 및 편곡 분야는 물론이고 진로경로설계와 진로 디자인, 학습, 뉴스 레터 서비스, 카피라이팅, 브랜드 리뉴얼, 기획 및 보고서, 투자 제안서, 창업, 지식 및 정보 관리, 사회 문제 해결과 정책 생성 등 개인, 사회, 비즈니스와 공공 분야 등 모든 분야에서 편집력의 영향력은 매우 강력합니다.

2026년 현재 우리는 생성형 AI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편집력은 단순히 글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방대한 정보 속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목적에 맞게 재구성하는 창의력입니다. AI 시대에서 창의력은 편집력이고, 이것이 곧 경쟁력이 되는 세상입니다. 생성형 AI 시대에서는 누구나 지식과 정보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누가 얼마나 많이 만드냐 보다는 누가 의미 있는 요소를 잘 발견하고, 새로운 맥락으로 연결하고, 조건과 목적에 맞게끔 잘 다듬어서 가장 적절한 상태로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합니다.



저는 IB MYP 월드스쿨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는 국제 바칼로레아 기구로부터 중등 교육 과정을 운영하도록 인증받은 학교입니다. 이 학교가 다른 학교와 다른 교육활동 중에 하나는 CP(Community Project), 즉 공동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CP는 MYP 과정의 핵심 활동 중 하나인데 학생들이 지역 공동체 내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탐구하고 행동하는 활동 과정을 의미합니다. 자신의 학습을 실제 맥락에 적용하고, 지속 가능한 변화와 성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1년 동안의 활동 과정과 결과는 학부모를 비롯한 외부인을 대상을 하는 발표 시간을 통해 공개됩니다. IB MYP에서는 대외공개수업과 더불어 가장 큰 행사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편집력의 활용이 왜 중요한 지 제가 경험한 CP 동아리 활동 사례를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작년에 3학년 CP 동아리를 맡았습니다. 4개 팀 총 12명의 학생을 담당했습니다. 각 팀원들은 탐구, 조사, 협의를 거쳐 각각 다른 4개의 주제를 정했습니다. 그런데, 그다음부터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 것입니다. CP는 조사-계획-실행-성찰의 4단계 순환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학습자가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탐구학습과 비슷합니다. 어디서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까요? 확인해 보니 문제 해결과 대안 제시에서 막혔던 것이었습니다. 합리적인 문제 해결과 대안 제시를 위해서 현황과 원인 파악이 제대로 되었는지 먼저 확인했는데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해결 방안과 대안 제시에서 '상상력'과 '편집력'이 부족했던 것이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사례를 조사하는 것은 물론 지역 사회의 조건에 맞게 적절하게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저는 창업 교육에서 자주 사용하는 브레인스토밍, 만다라트, 스캠퍼, 강제 결합법, PMI, TRIZ 기법을 안내하고 활용해 보도록 했습니다. 특히 브레인스토밍, 만다라트, PMI 기법과 스캠퍼(SCAMPER) 기법의 대체하기(Substitute), 결합하기(Cmbine), 응용하기(Adapt), 변형하기(Modify), 다르게 사용하기(Put to other purpose), 제거하기(Eliminate), 순서 바꾸기(Reverse)를 적용하면서 진도가 매우 빨라졌습니다. 이러한 창의적 문제 해결 기법은 '상상력'을 이끌어 내는 '편집력'의 또 다른 이름이자 기술입니다.



안도 아키코의 <생각의 편집>은 편집공학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창의적으로 확장하는 방법을 다룹니다. 저자는 우리가 인지하는 것, 표현하는 것, 이해하는 것, 그리고 소통하는 것은 편집이라는 행위 없이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먹고 마시고, 누군가를 만나고, 자고, 취미와 여가 생활을 하고, 공부를 하고, 직업 생활과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것이 편집 활동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수많은 정보와 다양한 가능성 속에서 우리의 선택과 결정은 늘 편집이라는 기술로 실현되는 것이니까요.

이 책에는 세계와 나를 재구성할 접근법으로 나누기, 비교하기, 유연적 사고 전략, 내러티브 접근법 등 9가지가 나와 있고, 재능을 열어 주는 편집사고의 방법으로 주의력과 필터, 연상 네트워크, 유추적 커뮤니케이션, 비유, 스토리텔링 등 10가지가 구체적으로 제시됩니다. 이런 구체적인 방법을 활용하여 상상력과 편집력을 훈련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AI 시대에 우리가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세상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편집력의 핵심은 결국은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고 이야기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합니다. 당연히 정보도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겠죠. 따라서 편집은 관계의 발견이 핵심이고, 연상과 요약의 변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난 첫 느낌은 '참, 대단하다. 이런 미시적인 분야까지 연구한 책도 있다니…'였습니다. 노벨상 수상자가 많은 게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 수는 2025년 기준으로 33명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탄탄한 기초과학 투자는 물론이고 여기에 더해 한 분야에 오랫동안 몰두하는 일본만의 독특한 장인 정신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일본의 장인 정신은 단순한 직업적 숙련도를 넘어 특정 분야에 몰입하고 의미를 찾는 일본 문화의 핵심적인 정체성이라고 합니다. 한 분야에 지나치게 집중하거나 집착하는 사람 또는 특정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지닌 사람을 '오타쿠'라고 합니다. 일본의 장인 정신은 현대에서 오타쿠 문화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 오타쿠 문화에는 오랫동안 자료를 수집하고 분류하고 연구하고 편집하는 '편집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편집력은 진로와 직업에서도 매우 유용한 기술이자 역량입니다. 진로 정보의 홍수 시대, 수많은 진로 정보 속에서 자신에게 진짜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고, 편집해 내는 능력은 당연히 커리어의 차이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습니다. 꿈을 찾는 시대에서 꿈을 만들어가는 시대를 거쳐 이제 꿈을 편집해 나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진로 특성과 세계의 변화를 '관계'라는 관점으로 잘 이해하고 자신의 꿈을 편집해야 합니다. 진로 경로를 재설계하고, 수정하고,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저자는 편집력이란 일이나 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능 같은 범주에 머무는 게 아니라, 한 사람 내에서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확장될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서 모두의 상상력을 모두의 편집력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AI가 상상력은 물론 편집력까지 겸비한 생성형 인공지능 세상입니다. AI와 협업해야 합니다. 하지만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저마다의 편집력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저에게는 '원노트(One Note)'라는 훌륭한 편집 도구가 있어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자기 만의 편집력을 가지고 있겠지요. 궁금합니다. AI 시대, 여러분이 갖고 있고, 가져야 할 편집 전략과 전술은 과연 무엇인가요?



# 지금 당장, 진로 치트 키(Cheat Key) : 인사이트 리치(Insight Rich)가 되는 법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지식 정보화 시대에 딱 들어맞는 속담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좋고 많은 정보가 클라우드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도, 자신의 목적에 맞게 편집하고 활용하여 좋은 결과물로 만들어 내지 못하면 데이터 쓰레기에 불과합니다.

티아고 포르테는 <세컨드 브레인>을 통해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세컨드 브레인은 인간의 물리적 뇌를 돕기 위해 인간 외부, 즉 디지털 도구(에버노트, 노션, 원노트 등)에 구축한 지능형 저장소와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이 책의 출간으로 세계적인 디지털 메모 열풍이 불었습니다. 저자는 현대인이 겪는 정보 과부하 문제를 해결하고,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서 생산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디지털 저장 시스템은 저장 공간 제한과 망각이라는 인간 뇌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와 저장해 둔 생각들을 언제든지 검색하고 연결함으로써 강력한 지식 자산 체계를 구축해 줍니다.

저자의 의도처럼 기억하고 저장하는 번거로운 일은 이제 편리한 디지털 도구에 맡기고, 인간은 생각하고 결정하는 사고력이 필요한 고차원적인 일에 집중한다면 우리는 지식의 부자를 넘어 세상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의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지식 처리의 4단계로 CODE를 제시합니다. 1단계는 포착(Capture)으로 자신에게 '울림'을 주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 필터링해서 저장합니다. 2단계는 정리(Organize)로 주제가 아닌 해야 할 일인 '프로젝트' 단위로 정리합니다. 3단계는 추출(Distill)로 불순물을 제거하고 핵심을 빼내어 굵은 글씨나 하이라이트로 표시하여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만듭니다. 4단계는 표현(Express)으로 수집한 정보를 조립하여 다양한 글, 보고서, 제품 등을 만듭니다.

티아고 포르테의 <세컨드 브레인>이 지식의 창고인 디지털 저장 시스템을 의미한다면, 안도 아키코의 <생각의 편집>은 정보와 지식 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마법 같은 편집 레시피를 의미합니다. 여러분도 자신만의 디지털 저장 시스템을 구축하고 편집력을 발휘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두 가지를 잘 결합한다면 여러분은 디지털 도구 활용 능력과 편집력을 겸비한 AI 시대를 주도하는 진정한 스마트 강자가 될 것입니다.




[참고 자료]

안도 아키코, 생각의 편집, 홍익출판 미디어그룹, 2021.

티아고 포르테, 세컨드 브레인, 쌤앤파커스, 2023.

사진 출처: https://pix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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