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역설

by 경경 GyongGyong

지금의 평온함은 막막하기만 한 그 길들을 걸어오지 않았으면 다다르지 못하였을 곳이다.

어두운 그 골짜기를 힘겹게 걸어오지 않았다면 평탄한 이 길을 걷고 있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들이 모두 삐걱거리지 않았다면 새로운 관계를 향한 간절한 바람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관계가 언제까지나 탈이 나지 않았었다면 서울을 떠나 동경에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동경으로 떠나오지 않았다면 아내를 영영 만나지는 못했을 것이다.


고달픔은 삶의 기본값임을 해를 거듭할수록 더 선명히 알게 된다.

이 고단함을 되도록 비켜가기 위해 우리는 애쓴다.
가능한 한의 방어 장치와 안전장치를 삶의 곳곳에 갖추어 놓기 위해 기꺼이 값을 치른다.

그러나 삶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촘촘히 짜놓은 삶의 방어망을 낌새도 차리지 못하는 사이 뚫고 와서는 힘들인 평정을 헤쳐놓는다.

그런데 오늘 가족과 함께 하는 저녁 식탁의 이 평온은 어제의 그 평정이 깨진 결과이기도 함을 안다.


그 삶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이 삶으로 살아감을 나는 이제, 조금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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