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의 작은 실마리

by 경경 GyongGyong

출퇴근길에 시부야역을 지나다니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역 주변을 중심으로 꽤 오랫동안 크고 복잡한 재개발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역 플랫폼 가까이에는 거대한 철제 구조물들이 언제나 복잡하게 짜여 있었다. 출퇴근길 전차 안에서 전차 창 밖으로 그 공사 현장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공사 현장의 공중에 임시로 지어놓은 묵중한 철제 구조물 위를, 마치 땅을 밟고 지나는 듯이 태연한 모습으로 걸어 다니고 있는 것을 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언제나 의아하였다.


‘저 사람들은 자기가 지금 밟고 걸어 다니는 곳이 그냥 땅바닥 길인 줄로 아는 건가?’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자기 발밑에 있는 것이 그저 늘 밟고 다니던 곳과 같은 여느 길이지, 공사 때문에 잠시 설치해 놓은, 공중에 복잡하게 얽혀 떠 있는 철제 구조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듯이 보였다.

거대한 철제 구조물이 밟고 다니는 땅바닥 길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아마도, 통행하는 사람들이 이 철제 구조물을 그냥 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었다.


만약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이곳을 지나려고 할 때 자신이 밟고 지나야 하는 곳이 실은 땅바닥 길이 아니라 공중 위에 떠 있듯이 설치된 공사 구조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 사람은 절대로 이곳으로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이 철제 구조물로 된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모두 다 높은 곳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출퇴근길 전차 안에서 공사 현장을 보고 있노라면 한 사람도 어떠한 주저함이나 망설임도 없이 공중에 떠 있듯이 놓인, 묵직한 그 철제 구조물 위를 땅바닥 길을 지나다니듯이 편하게 걷고 있는 것을 본다.


우리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특별히 의식하지도 않고 하는 일상의 행동들 가운데에는 이와 같이 뚜렷한 확인이나 검증 없이 그저 갖는 신뢰와 확신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뚜렷한 근거도 없으며 검증되지 않은 확신이 도리어 우리를 어떤 대상– 무언가, 누군가 – 을 향해 움직이게 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주말에는 공중에 떠 있는 저 철제 구조물 위를 나도 한 번 밟고 지나가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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