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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서 Jul 31. 2024

CODE XXXY의 해독법을 제시하다:<미안해 청춘!>

CODE XXXY의 해독법을 제시하다 : <미안해 청춘!(2014)>



  好(좋을 호)는, 여자를 뜻하는 한자에 '좋아한다(すき、suki)'고 읽는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아프로디테가 사랑의 여신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납득될 만하다. 그렇다면, 만약 男子 라는 한자가 존재한다면, 남자를 뜻하는 한자에 우리는 어떠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 


  <미안해 청춘!>은 하루아침에 남녀합반이 된 여고와 남고의 이야기다. 천주교에 교훈 이념을 둔 '성미시마 여학교'와, 불교를 따르는 '코마가타 대학 부속 미시마 남고교' 사이에는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미시마 남고교는 바로 옆 명문 남학교에 비해 사고뭉치에 불량하고, 진학률도 낮은 문제아 학교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다. 그에 비해 성미시마 여학교는 품행단정, 연애 금지, 높은 진학률을 자랑하는 보수적인 엘리트 학교로 프라이드도 굉장히 높다. 성미시마 여학교의 학생들은 미시마 남고 학생들과 같은 지하철을 타기라도 하면 행여나 엮이지 않도록 조심하며 다니지만, 그 안에서도 서로에게 강하게 이끌리는 학생이 있다.


  그런 미시마 남고에서도 가장 성적이 낮은 3학년 3반과, 가장 성적이 우수한 성미사 여학교의 3학년 C반이 첫 남녀합반의 시범 대상으로 선정된다. 학생의 감소와 경영 등의 문제로 두 학교를 공학으로 합치자는 논의에, 만약 합반 이후 3학년 3반이 다음 시험 때 학급 중 가장 높은 성적을 받는다면 남녀합반의 긍정적 효과라고 인정하여 공학화를 받아들이겠다는 게 성미시마 여학교의 입장이었다. 비록 재정난이더라도 전통과 위엄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교장이 둔 강수였다. 


  미지의 대상을 일상의 경계 안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대상을 관찰하는 과정에서는 그동안 갖고있던 가치관에 크게 벗어나서 내 눈살을 찌뿌리게 할 수도 있다. 그동안은 필터낀 채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던 것을 '제대로' 바라보기에는 많은 용기와 정신력이 필요하다. 외계인에 대해 제멋대로 편견에 가두어 생각하는 건 어렵지 않다. 내가 어떻게 생각한들 그건 나에게도, 저 미지 생명체에게도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날부터 그 외계인이 나와 같은 학급, 회사 동료, 가족이 되었다면 이제는 그런 태도를 버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고통스럽겠지만, 똑바로 마주해야한다. 함께 살아가고, 의견을 부딪히고 공동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협조와 공감이 필수적이다.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 '공존'이다. 그 배려와 이해의 과정에는 치열한 마찰과 타협, 눈물이 있을 게 분명하다. 나는 나대로 살테니, 너는 너대로 살고 서로에게 피해주지 말자는 시시하고 건조한 개념이 아니다.


  남녀 뿐만이 아닌, 어른과 아이, 자연과 사람, 심지어 나와 타인도 서로에게 불가사의한, 미지의 영역에 해당한다. 내가 아닌 사람들 그 모두가 서로를 만나기 전까지 수만가지의 경우의 수 중 하나로 살아왔다. 말이 많은 가정에서 자랐는지, 혹은 과묵한 가정에서 자랐는지. 국어를 잘했는지 수학을 잘했는지. 영화를 보면 눈물을 자주 흘리는 편인지 그렇지 않은지. 매년, 매시간, 매분 매초의 특성이 조합되어 현재의 당신을 완성했다. 완벽히 같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앞으로 필연적으로 함께 살아갈 것이다. 


  앞선 논제에 대해 3학년 C반 학생들은 '있다(あり、ari)'라는 답을 내린다. 즉, 좋아하지는 않지만 유무를 따진다면 있는 게 낫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마냥 적대적이고 거부하기만 했던 남학생의 존재를, 시간이 흐를수록 공존할 수 있는 대상으로, 더 나아가 힘을 합치고 때로는 의지할 수 있는 상대로 인식하게 된 결과다. 당연히 손해일 거라고 생각했으나 나름의 장점도 존재했다.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켰다. 정답없는 질문에 대한 최선의 진실된 해답이었다. 


  다사다난한 여정을 거쳐, <미안해 청춘!> 속 이 역사적 합반이 아름답게 마무리 될 수 있을지 끝까지 좇아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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