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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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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상스님 Nov 23. 2021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받아들이기


중도는 무분별의 실천이다.


우리는 대상을 좋거나 싫은 것으로 분별한 뒤에, 좋은 것은 집착하고 싫은 것은 거부하면서 취사간택심을 일으킨다.


좋아서 집착한 것이 내 것이 되지 않거나, 싫어서 거부한 것이 자꾸 나타날 때 괴롭다.


이처럼 모든 괴로움은 우리 마음이 분별심과 취사간택심을 일으키고, 그렇게 일으킨 허망한 의식을 실체화시키며 집착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중도의 실천은 분별하지 않고 취사간택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하되 하지 않는 것, 즉 과도한 집착 없이 분별하고 취사간택하는 것이다. 이것이 곧 무위법(無爲法)이다.

 

무위란 곧 하되 함이 없이 행하는 것이다. 집착 없이 행하는 것이다.


참된 진리는 언제나 무위법이다.


내가 불교를 잘 실천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려면 이 무위법에 얼마나 가까운지, 혹은 유위법에 사로잡혀 있는지는 않은지, 유위조작으로 삶을 내 뜻대로 바꾸려고 과도하게 애쓰고 노력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보면 된다.


유위법, 유위조작이란 내 뜻대로 현실을 바꾸려는 노력으로, 억지스럽게 행위를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내려는 집착심이다.


그러나 불법은 무위법이다. 언제나 불교의 실천은 하되 함이 없이 해야 한다.


중도의 실천 또한 당연히 무위로써 이루어진다.


중도를 실천하지 않을 때 우리는 극단에 집착하게 된다.


무엇이 극단인가? 대상을 좋거나 싫다고 분별하고, 좋은 것은 취하고 싫은 것은 버리려는 분별과 취사간택심이 바로 극단이다.


양 극단이라는 분별에 집착할 때 괴로움도 생겨난다.

 

중도를 실천하려면, 분별하기 이전의 본래 분별이 없던 자리로 돌아가면 된다.


분별하는 것은 행위, 유위, 조작이다.


그러나 무분별, 분별이전의 자리는 무위행이다.


아무 것도 행하지 않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불교의 중도수행은 ‘무언가를 행하는 것’이 아니라, ‘하던 것을 하지 않는 것’이다.


‘더하기’가 아니라 끊임없는 ‘빼기’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이 ‘하지 않음을 하는’, ‘함이 없이 하는’ 무위의 중도 수행을 실천 아닌 실천에 옮길 수 있을까?

단순하다. 이보다 더 심플할 수 없다. 할 것이 없으니까.


현실을 그저 그것이 있는 그대로 있도록 내버려 두기만 하면 된다.


대상이 내 앞에서 오고 가도록 허용해 주면 된다.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이것이 곧 ‘내맡김’이고, ‘받아들임’이며, ‘위빠사나’요, ‘지관’수행이다. 이것은 사실 ‘하는 것’이 아니라, ‘놔두는 것’이다. 무위법이다.

 

주어진 현실은 아무런 분별도 없다. 그저 그럴 뿐이다.


비 오는 날은 그저 비오는 날일 뿐이다. 그것은 좋거나 싫은 날이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비오는 날은 싫고, 화창한 날은 좋다고 분별하기에 비만 오면 괴로운 사람이 생겨난다.


이와 같이 우리 인생의 모든 괴로움도 마찬가지다. 비 오는 날이 있듯이, 화나는 일도 있고, 욕하는 사람도 있고, 돈도 많아졌다가 작아지기도 한다. 그것은 ‘괴로운 일’이 아니라, 그저 ‘그럴 뿐’이다.


비 오는 날이 매우 자연스러운 날이며, 비가 오지 않으면 자연 만물은 살 수가 없다.


사실은 화창한 날이 필요한 것과 동등하게 비오는 날도 꼭 필요하듯이, 우리 인생도 행복한 날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동등하게 괴로운 날들처럼 보이는 날 또한 필요하다.


들숨과 날숨, 낮과 밤, 여름과 겨울, 비오는 날과 화창한 날이 교차되며 순환하듯, 우리 인생도 칭찬과 비난, 부자와 가난, 성공과 실패 등이 자연스럽게 순환할 뿐이다.


이것은 무분별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기 식대로 분별하고 판단해서 스스로를 괴로움으로 빠뜨린다.


이제 모든 것을 본래 있던 제자리로 돌려놓으면 된다.


내가 분별하기 이전에 세상은 있는 그대로 존재한다.


분별하지만 않으면, 삶은 그저 이대로일 뿐, 좋거나 나쁜 날이 아니다.


그러니 일어나는 이대로라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그저 있는 그대로 있도록 허용해 주는 것이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분별없이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바로 가장 쉬운 무위의 중도 수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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