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찾은 브런치

2026년

by 엉덩이방귀

오래간만에 브런치 어플을 켰다. 옛날에는 이 어플의 작가만 되면 세상 간지맨이 될 줄 알고 설레발을 쳤다. 16살 첫 시도 때는 빈번히 떨어지기만 했는데 21살 때 다시 영감이 떠올라 쓴 글을 이번에는 ai한테 피드백을 받아 열심히 고치고 또 고쳐 글을 썼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지 뭔가) 그랬더니 마침내 합격 메일이 나에게로 찾아왔다.


처음 축하드립니다! 작가가 되셨습니다라고 적힌 이 문구를 봤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단순히 작가타이틀을 얻었을 뿐만이 아니고 평소 주야장천 떠오르던 사유거리들과 가슴에 묵혀둔 감성들을 맘껏 외부에 표출하고 어떤 사람들이 그걸 보고 공감해 주고 격려해 준다는 게 크나큰 메리트처럼 보였다. 20살이 지나 더 성숙해졌을 때 나에게 찾아온 지난 삶의 보상이자, 선물이 아니었을까


하나 작가가 되면 평소 묵은 생각거리들을 전부 발송해 버리라고 다짐하였는데, 막상 되고 보니까 대중의 입장에서 더 읽기 편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게 유도해 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밀려와 점점 글쓰기를 미루게 됐다. 단지 글은 쓴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데도 타이틀이 한 번 부여되고 나니 그동안 내가 써내리라고 다짐했던 것들이 전부 내놓기 부끄러운 산물처럼 느껴졌다. 진부했다.


왜 그런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첫 번째로는 작가가 되기 전에 작성한 글들은 비교대상이 오로지 나였을 뿐이다. 더 잘 쓴 글과 못 쓴 글을 선별하는 데 있어 그 비교대상들은 전부 나였고 판단도 내가 했다. 작가가 되고 난 후는 다르다. 나는 이제부터 작가이니 구독자 수나, 좋아요 수를 더 모으려면 다른 작가들처럼 전개를 치밀하게 구상해야 하고 저 작가만큼 쓰지 못하면 의미가 없을 것이란 강박감이나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는 취미와 전문성의 괴리감이다. 물론 브런치 자체는 취미로만으로 얼마든지 작성할 수 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타이틀이 부여된다는 것은 그에 대한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많은 예체능 전문종사자들이 취미로만 할 때는 즐겁게 즐길 수 있었지만, 그게 직업이 되고 난 후엔 일이 될 뿐이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우리는 과정의 즐거움을 누릴 줄 알았던 사람들이다. 그 음악이나 작품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 자체로 알았다. 그러나 책임감이 부여된 후면 순간 즐거움을 잃는다. 낭만이 사라진다.


내가 정말 간절히 원하고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비로소 어딘가엔 쓸모가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믿고 싶기도 하다. 비록 완벽하진 않더라도 누군가가 느끼고 싶었던 감정을 한 아름 충족시키기만 한다면, 그 글은 그 자체로 도리를 다한 것이지 않을까 하는 기준이 비로소 다시 1년이 지난 22살의 해에 세워졌다. 전하고 싶은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고 다짐이 들었다.


작가의 이전글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