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가 올라가길 바라지 못한 이유
그녀에게 도하는 단순한 연인이 아니었다. 가정은 폭력으로, 집은 불안으로 가득했다. 아버지는 월급을 모아두면 가져가 사라졌고, 언제나 무언가를 부수고, 누군가를 다치게 했다. 그런 세상에서 도하는 유일하게 예측 가능한 사람이었다. 그의 말투, 걸음, 따뜻한 시선 — 그건 세상이 아직 완전히 나쁘지 않다고 믿게 해주는 유일한 증거였다. 그래서 도하가 서울로 떠난다는 말은 그녀에게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이제 다시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선언처럼 들렸다.
그녀는 도하가 음악을, 세상을, 자신만의 길을 향해 나아가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걸 막고 싶었던 게 아니다. 그저 그 꿈이 자신으로부터 도하를 빼앗을까 봐 두려웠던 거다. 도하가 높이 날수록 자신은 점점 더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가 멀리 갈수록 나는 내 자리를 잃어가는 것 같았다.”
도하가 자신보다 앞서가는 게 싫었던 게 아니다. 그저 너무 멀리 가버리면 자신이 더 이상 그의 곁에 설 수 없을까 봐 무서웠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도하가 올라가길 바라지 못했다. 대신, 도하가 내려와 주길 바랐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높이로, 같은 눈높이에서 머물러주길. 그녀가 바랐던 건 지배가 아니라, “같이 있어달라”는 마지막 부탁이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집착적이라 말했지만, 그건 오해다. 그녀의 집착은 사랑의 과잉이 아니라, 세상의 부재를 메우는 시도였다. 도하가 떠나면 세상이 무너졌고, 도하가 곁에 있으면 세상은 잠시 안정됐다. 그녀가 원한 건 사랑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 ‘안전한 세상’을 느끼는 일이었다.
그녀는 도하의 꿈을 미워하지 않았다. 다만, 그 꿈이 자신을 남겨두고 멀리 가버릴까봐 무서웠다. 그건 미성숙이 아니라, 사랑이 곧 생존이었던 사람의 정직한 반응이었다. 그녀는 도하를 가두려 한 게 아니라, 떠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사람은 누구나 불안을 품고 살아간다. 다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 불안이 너무 일찍, 너무 깊게 새겨진다. 그녀는 세상을 통제할 수 없었기에 도하를 통제하려 했다. 하지만 도하가 곧 세상이었다는 걸 그녀 자신은 끝내 깨닫지 못했다. 그녀가 구해달라던 건 사랑이 아니라, 세상이었다.
#생각번호2025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