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돈이 없어서”라고 말한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를 물으면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은 늘 같다. 돈이 많이 든다. 집이 없다. 교육비가 무섭다. 미래가 불안하다. 그 말은 사실이다. 아이를 키우는 데 돈은 든다. 그러나 동시에 이상하다. 우리는 이미 굶어 죽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고, 대부분의 아이는 굶지 않는다. 절대적 빈곤 때문에 아이를 낳지 못하는 사회는 아니다. 그럼에도 모두가 “돈이 없어서”라고 말한다.
이 사회는 ‘돈’만을 생각한다
지금의 사회는 아이를 ‘양육하는 법’보다 ‘지불하는 법’에 훨씬 익숙하다.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 어디에 써야 하는지, 얼마가 드는지는 상세하다. 그러나 이런 질문은 거의 없다. 어떻게 아이의 불안을 다뤄야 하는지, 어떻게 아이의 분노를 받아줘야 하는지, 어떻게 갈등을 안전하게 풀어야 하는지, 어떻게 실패를 견디게 해야 하는지. 우리는 ‘얼마가 드느냐’는 계산에는 익숙하지만, ‘어떻게 함께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돈은 사실 ‘가장 쉬운 핑계’다
돈은 설명하기 쉽다. 비교하기 쉽고, 설득하기 쉽고, 불만을 말하기 쉽다. 그러나 진짜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것이다. “나는 아직 누군가의 인생을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 말은 약함을 드러내야 하고, 불안을 인정해야 하고, 내 삶의 불안정함을 직면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 모든 감정을 ‘돈’이라는 말 하나로 묶어버린다.
우리는 아이를 어떻게 ‘행복하게’ 할지 모른다
지금 세대의 가장 큰 공백은 ‘부모가 되는 법’이 아니다.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법을 아무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법, 안전하게 혼내는 법, 관계를 회복하는 법, 감정을 존중하면서도 경계를 세우는 법. 이것들은 학원도, 교과서도, 정책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아이를 낳는 순간 자기 부모의 방식을 그대로 반복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아무 기준도 없이 흔들린다.
그래서 우리는 출산을 ‘두려워’한다
출산은 아이를 낳는 행위가 아니라 관계를 만드는 행위다. 한 인간의 정서 세계를 내 손으로 떠안는 일이다.
이걸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사람들은 겁이 난다. 그리고 이 두려움을 “돈이 없어서”라는 말로 덮는다.
이건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돈만 던지는 구조를 만들었지만, 우리는 그 구조에 너무 쉽게 안주했다. 아이를 낳을지 말지를 ‘지불 가능성’의 문제로만 계산하고, ‘정서적 책임’의 문제로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사회는 아이를 낳을수록 더 불안해지는 구조가 되었다.
우리가 다시 시작해야 할 질문
이제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얼마가 드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이냐. 아이에게 무엇을 사 줄 것이냐가 아니라, 아이의 감정을 어떻게 지켜줄 것이냐. 출산을 장려하기 전에 이 사회는 먼저 물어야 한다. 우리는 아이에게 행복을 제공할 수 있는 문화와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생각번호2025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