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이라는 이름의 획일화를 넘어서
현대 공교육은 ‘평등’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그러나 그 평등은 종종 ‘모두에게 똑같이’라는 방식으로 해석된다. 같은 교재, 같은 진도, 같은 평가 방식. 같은 연령대 아이들은 같은 시간에 같은 수업을 듣는다. 이런 ‘획일적 평등’은 겉으로는 공정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완전히 만족시키지 못하는 구조다. 학습 속도가 느린 학생은 끊임없이 뒤처지고, 평균을 훌쩍 넘는 학생은 무기력해지며, 지루함에 익숙해진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둘 중 후자의 존재가 제도적으로 가장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천재를 위한 배려’는 불공정으로 인식되기 쉽기 때문이다.
공교육에서든, 공공조직에서든, 어떤 개인에게 ‘추가적인 기회’나 ‘별도의 경로’를 제공하는 순간 쉽게 다음과 같은 반응이 돌아온다. “왜 저 사람만 특별 대우를 받는가?”, “불공평한 기회다.”, “기득권을 만드는 것 아닌가?” 이는 ‘공정성’이라는 개념이 능력과 다름을 고려한 공정함이 아니라, 형식적 동일함으로 오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스템은 점점 “비슷한 수준에서 비슷하게 움직이는 사람만 수용 가능한 구조”가 되고 만다. 이는 모두에게 친절한 구조가 아니라, 누구도 충분히 존중하지 못하는 구조다.
교육학에서는 종종 이런 예시를 든다. “어떤 나무는 빠르게 자라고, 어떤 나무는 천천히 뿌리를 내린다. 그런데 모든 나무에 똑같이 물을 주고, 똑같이 자라야 한다고 말하는 게 과연 공정한가?” 이 질문은 본질을 정확히 꿰뚫는다. 공정함이란 동일함이 아니라, 적절함이어야 한다. 학습이 느린 아이에게는 반복과 보충의 기회를, 능력이 뛰어난 아이에게는 가속과 확장의 기회를 주는 것. 이것이 진짜 의미에서의 ‘교육의 평등’이다. 하지만 현재 공교육 시스템은 이를 실현하기에 매우 미숙하다.
일부 국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수의 뛰어난 학생을 위한 ‘구조화된 예외 설계’를 시도하고 있다. 그중 몇 가지 예시는 다음과 같다.
1. 미국 – GT 프로그램 (Gifted and Talented)
각 주에서 영재로 선발된 학생들에게 창의성, 탐구 기반, 토론 중심의 커리큘럼 제공. 가속 학습이 가능하며, 동기부여가 높은 아이들에게는 일반 과정 외의 독립 연구나 조기대학 진학이 허용됨.
2. 이스라엘 – 수학·과학 분야 조기 진학 모델
13~15세의 수학 영재들이 대학 수준의 과정을 선이수. 군복무 대신 국가 과학기술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며, 조기 연구성과로 박사학위를 받는 경우도 존재
3. 핀란드 – 모듈형 선택 교육
일정 수준 이상의 학생에게는 심화·응용 중심의 과목을 선택하도록 하고, 정규 수업 외에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운영. 평가도 일률적 기준 대신, 성취 기준별 다단계 설계.
이러한 모델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진다. ‘예외’를 감당할 수 있는 시스템 설계가 가능하다는 전제다. 그 전제 위에야 다양성이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이 원리는 교육을 넘어, 현실의 모든 조직에 그대로 적용된다. 누군가는 조직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왜 저 사람만 유연근무를 허용해?”, “왜 성과 좋은 사람만 더 많은 자율을 가져가?” 하지만 진짜 고성능 조직은 누구에게나 같은 룰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리듬과 생산성에 맞춰 구조를 설계하는 곳이다. 그래서 스타트업이나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일률적 근무시간’이나 ‘출근 기준’을 넘어서 성과 중심 + 유연 자율 구조로 이동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본질은 이 질문에 수렴한다. “우리는 모두를 위해 설계된 시스템 안에, 그 ‘모두’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을 품을 수 있는가?” 천재를 수용하지 못하는 구조는 결국 재능을 억누르고, 조직을 평범함에 가둔다. 반면, 예외를 설계하고 감당할 수 있는 구조는 조직 전체의 에너지를 확장시킨다. 이건 단지 천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더 나은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구조의 설계다.
천재는 특권이 아니다. 단지 ‘다른 리듬의 존재’일 뿐이다. 그리고 그들을 다루는 방식은 우리 사회가 ‘평등’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그대로 드러낸다. 진짜 평등이란 모두를 똑같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움직임이 충돌하지 않도록 전체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그럴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천재를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2025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