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와 조직이 공존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법
어느 조직에서든, 가끔은 그런 사람이 있다. 눈에 띄게 빠르고, 예리하고, 결과까지 낸다. 다른 구성원보다 한두 발 앞서 있고, 다르게 생각하며, 실행력도 갖췄다. ‘천재’라는 단어를 굳이 붙이지 않더라도 조직 내에서 명백히 예외적인 역량을 지닌 인물. 리더의 입장에선 고민이 시작된다. “이 사람에게 더 많은 자율과 기회를 줘도 될까?”, “그럼 다른 팀원들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까?”, “그가 오만해지면 어떻게 하지?” 예외를 인정하면 조직이 흔들릴 것 같고, 억누르면 그 잠재력이 사라질 것 같은 딜레마. 이때 리더십은 선택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로 바뀐다.
핵심은 이 한 문장이다. 예외는 구조 속에 녹여야 한다. 천재적인 구성원이 조직 안에서 다른 대우를 받을 때 문제가 생기는 지점은 ‘대우’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그것이 ‘명확한 설계 없이’ 이루어질 때 생긴다. “왜 저 사람만?”이라는 질문이 나올 때는 대체로 그 대우에 대한 명분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는 다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해당 예외는 개인적 호불호가 아니라, 전략적 판단이다.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성과 기준이 존재한다. 이 조치는 조직 전체의 성장과 연결되어 있다. 명분 없는 예외는 특혜가 되지만, 설계된 예외는 존중이 된다.
천재에게는 더 많은 자율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자율이 ‘방임’이 되어선 안 된다. 자율이란 책임과 연결될 때에만 건강하다. 자율적인 프로젝트는 공개 피드백이나 발표로 이어지고, 자유로운 근무 시간은 성과 중심의 결과로 환산되며, 독립적인 움직임은 팀의 결과에 기여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천재는 자유롭게 움직이면서도, 타인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타인을 이끄는 존재가 된다.
리더가 가장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실수 중 하나는, 성과가 뛰어난 구성원의 태도나 협업 문제를 덮어주는 것이다. “성과는 좋은데, 조금 까칠하긴 해.”, “잘하니까 봐주자.” 이런 판단이 반복되면 조직은 균형을 잃는다. 성과에 의한 예외는 허용되어도, 태도에 의한 예외는 절대 용납되어선 안 된다. 모든 구성원은 회의 시간의 존중, 피드백 수용 태도, 동료에 대한 배려, 책임 있는 말과 행동. 이런 ‘내부 질서’에서는 동일한 기준 아래 있어야 한다. 이 원칙이 지켜질 때 천재는 존경받는 예외가 되고, 조직은 무너지지 않는다.
천재가 있는 조직에서 리더가 빠지기 쉬운 또 하나의 함정은 비교다. “A는 저 정도까지 해냈는데, 너는 왜 못해?”, “다들 A처럼 하면 되잖아.” 이런 말은 당장은 효율을 내는 듯하지만 팀의 사기를 갉아먹고, 결국 천재도 고립시킨다. 리더의 언어는 비교가 아니라 의미화여야 한다. “A가 빠르게 나아갈 수 있었던 건, 너희가 그 흐름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줬기 때문이야.”, “모두가 다른 역할을 하지만, 그 조합이 지금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했어.” 이런 방식으로 리더가 모든 기여를 서사화할 수 있다면, 조직은 천재를 질투하지 않고, 공동의 성공에 자부심을 갖게 된다.
마지막으로 리더가 잊지 말아야 할 것. 천재적인 사람일수록 방향이 빗나갈 위험도 크다. 그들은 혼자 깊이 파고들고, 남보다 먼저 나아가며, 때때로 조직 전체를 기다려주지 못한다. 그래서 리더는 그들을 ‘방해받지 않는 천재’로 두는 것이 아니라, ‘성찰받는 천재’로 설계해야 한다. 정기적인 1:1 대화, 멘토링 또는 리더 피드백, 기술적 피드백보다 방향성 중심의 철학적 피드백. 이런 장치를 통해 그의 속도와 조직의 방향이 어긋나지 않도록 조율해야 한다.
예외적인 인재는 조직의 행운이지만, 그 인재를 감당하지 못하는 시스템은 오히려 그 행운을 리스크로 만든다. 천재를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조직의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는 것. 이건 단순한 리더십이 아니라, 섬세한 설계와 성숙한 감수성의 문제다. 그리고 오늘날의 리더에게 필요한 건 모두에게 똑같은 기준이 아니라, 서로 다른 리듬을 수용할 수 있는 구조 설계 능력이다. 천재는 혼자서 빛날 수 있지만, 조직 안에서 더 크게 빛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진짜 리더의 역할이다. 그렇게 예외는 불균형이 아니라, 성장의 기회가 된다.
#2025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