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슬렁과 유기체

걷는 천재를 다룰 수 있는 구조란 무엇인가

by 민진성 mola mola

걷는 천재, 메슬렁

리오넬 메시. 전성기 이후의 그는 더 이상 쉼 없이 움직이지 않았다. 전방에서 어슬렁거리며 걷고, 종종 화면에서 사라지기도 했다. 그래서 생긴 별명, ‘메슬렁’. 하지만 놀라운 건, 그 걷는 순간이 오히려 경기 전체를 읽고, 상대의 약점을 분석하는 시간이었다는 점이다. 메시는 정보를 걷고, 구조를 읽고, 정확한 타이밍에 출현해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는 패스를 찔렀다. 그는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움직이는 선수였다. 문제는, 그런 선수를 어떻게 다뤄야 하느냐는 것이다.



지금의 유기적 팀, 메시를 감당할 수 있을까?

최근의 PSG는 시스템의 힘으로 정상에 오른 팀이다. 공격과 수비, 압박과 공간 활용,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 팀에는 절대적 에이스가 없다. 모두가 뛴다. 모두가 헌신한다. 누구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팀에 메시가 들어온다면? 전방에서 압박하지 않고, 수비 전환에 기여하지 않고, 때때로 걷기만 한다면? 시스템은 금세 흔들릴 수 있다. 그를 위한 예외가, 전체의 효율을 무너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묻는다. 유기적 구조 안에서, 예외적인 천재는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하이브리드 구조: 예외를 설계하는 기술

답은 있다. 그것은 천재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를 위한 예외를 '설계'하는 구조다. 이를테면 이런 방식이다. 메시는 공간을 자유롭게 떠다니되, 그의 위치에 따라 주변 선수의 압박과 수비 역할이 자동 재배치된다. 공격 전개는 그에게 몰아주되, 결정은 그가 아닌 팀 전체의 선택지 안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한다. 그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공간이 생성되도록 구조적 ‘틈’을 의도적으로 남겨 둔다. 이런 구조는 단순한 전략이 아니라, 전술과 조직 설계의 고도화된 형태다. 우리가 말하는 하이브리드 구조, 즉 ‘모두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되, 누군가는 유기성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작동할 수 있는 틀’을 말한다.



예외를 허용할 수 있을 때, 구조는 완성된다

일정 수준 이하의 조직은 예외를 허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정렬된 조직은 예외를 감당하고, 조율하고, 흡수할 수 있는 내구성을 가진다. 진짜 고수준의 조직은 모두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속도의 존재가 구조 안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메시는, 그를 위해 설계된 바르셀로나와 아르헨티나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결과를 남겼다. 그는 구조를 초월한 존재였지만, 그 구조 안에서 완성되었다.



조직과 천재는 공존할 수 있는가?

우리는 종종 묻는다. “천재는 조직에 해가 되는가?”, “그를 위해 모두가 희생해야 하는가?” 하지만 이 질문 자체가 구시대적이다. 진짜 문제는 “그 천재를 중심에 두되, 모두가 무너지지 않는 설계를 할 수 있는가?”다. 메시는 걷는다. 그러나 그 걷는 자리에 질서가 만들어지고, 그의 한 번의 움직임으로 경기의 흐름은 완전히 바뀐다. 그런 선수를 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유기성도, 맹목적 희생도 아니다. 설계된 예외, 그리고 그 예외를 감당할 수 있는 성숙한 구조. 그게 지금 우리가 지향해야 할 조직의 다음 단계일지도 모른다.




#2025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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