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놀음의 시대

역량을 넘어서, 구조가 빛나는 순간

by 민진성 mola mola

개인의 역량은 어디까지 중요할까

모두가 말한다. "결국 실력이 중요하다"고. 맞는 말이다. 어느 수준까지는. 축구든, 직장이든, 창업이든 개인의 역량은 분명히 결정적인 순간을 만든다. 드리블, 슈팅, 창의적 아이디어, 독한 실행력… 처음엔 다 개인의 힘이다. 하지만 묻고 싶다. 그 다음은 뭘까?



현실도, 축구도 ‘감독놀음’이 시작되는 지점

축구에서 이따금 등장하는 말이 있다. “이건 감독놀음이지.” 개인의 실력은 일정 수준까지 경기를 좌우하지만, 그 이상은 전술, 배치, 구조, 협력이 결정한다는 말이다. 레알 마드리드와 PSG의 최근 맞대결이 그 상징이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라 불리는 음바페가 떠난 PSG는 오히려 더 강해졌고, 그 음바페를 품은 레알은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이건 ‘선수’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였고, 결국은 ‘감독놀음’이었다.



조직은 어떻게 개인을 이길까

개인의 역량은 한계가 있다. 열심히 해도, 천재여도, 혼자 바꿀 수 있는 건 제한적이다. 하지만 좋은 시스템 안에 있으면 평범한 사람도 비범한 결과를 낸다. 좋은 조직은 이렇게 작동한다. 강점을 극대화해주는 배치, 서로의 약점을 덮어주는 정렬, 신뢰 속에서 주도성과 헌신을 끌어내는 문화. 그런 구조에서는 누가 빛나는가가 아니라, 모두가 빛날 수 있게 되는가가 중요해진다.



개인 중심에서 구조 중심으로

이제 성공하는 팀은 “누가 있느냐”보다 “어떻게 함께하느냐”를 묻는다. 현대 축구가 그렇다. 과르디올라는 공간을 설계하고 클롭은 에너지와 압박의 구조를 만들고 엔리케는 움직임의 동기화로 전술을 구현한다. 팀 안의 모든 움직임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어떤 날은 수비수가 결승골을 넣고 어떤 날은 미드필더가 수비라인을 지킨다. 정해진 역할은 없다. 상황에 따라 포지션은 바뀐다.


현실도 같다. 성공하는 조직은 역할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 구조가 유연하고, 권한이 분산되며, 모두가 전략에 참여한다.



진짜 ‘감독’은 누구인가

우리는 흔히 리더만을 감독이라 부른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스스로를 조율하는 개인, 서로를 배치하는 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조직. 이 모두가 ‘감독’이 될 수 있다. 진짜 중요한 건 ‘누가 말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구조 속에서 말하고 움직이느냐’다.



그래서 오늘날의 성공은 결국 감독놀음이다

개인의 재능은 이제 전제조건일 뿐이다. 그 위에 어떤 구조가 놓이느냐, 그 구조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가가 더 중요해졌다. 앞선 에세이에서 말했던 것처럼, 슈퍼스타가 없는 PSG가 트레블을 달성하고, 기존에 잠재력만 인정받던 뎀벨레가 이제는 발롱도르에 가까운 선수로 평가받는 이유. 그건 단순한 개인의 성장 이야기가 아니다. 구조가 한 개인의 잠재력을 현실로 바꾼 사례다.


음바페가 떠난 팀이 더 빛났고, S급이 없는 팀이 S급들을 이겼다. 그건 역설처럼 보이지만, 현대 사회의 본질에 가까운 이야기다. 개인의 역량은 일정 선까지 중요하다. 그 이후부터는, 구조가 이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구조를 잘 짜는 사람이 이기는 “감독놀음의 시대”에 살고 있다.




#2025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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